지리산 천왕봉(1916m)
언제? : 2011년 9월13일 (추석연휴 마지막날)
날씨 : 오전엔 맑았으나 산행을 하는동안 천왕봉에서 유평마을까지 하산 하는동안 운무가 조망을 좀체 보여주질 않았다
코스 : 중산리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치밭목대피소 - 유평마을 (약 20km 10시간)
누구와? : 동글이 김경수님. 청아 홍정숙님. 랑랑공주 손랑원님. 그리고 나 이상 4명
개요 : 서산으로 부모님을 모셔온지도 어언 15년....이곳에서 5년전 아버님을 여의었지만 내가 부모님을 모시다보니 명절이나 제사는 자연스럽게 우리집에서 모셨었다
그러나 2년전 뜻하지않게 형님이 갑자기 예순두살의 나이로 먼저 가버리고 나니 형수님이 어쩔수없이 모든 제사를 모셔가버리는 바람에 이젠 제사나 차례를 서울로 모시러 가게된다
이곳에서 명절을 쇠다보면 모든 가족들이 모이다보니 제삿상차림도 그렇지만 온 가족들을 모시고 바닷가로 나가서 새조개나 꽃게. 전어등등 식사비가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형수님네로 아내와함께 몸만가서 봉투나 하나 준비하고가면 세상 이렇게 편할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명절이 돌아와도 내려갈 고향이 없고 형제친척들로부터 자유스럽다 보니 이번 명절 연휴에도 차례 지내고 내려와서 무얼할까?...하는 행복한 고민부터 하게됬다
그래서 산엘 가고픈데 어떤산을 갈까? ...그래 한동안 못갔던 엄마의 품속같은 지리산에나 가자....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기왕이면 가고싶은 사람 한사람이라도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카페에 공지를 했더니 네사람이나 따라붙었다
새벽 4시에 청미에서 출발을 해서 중산리에 도착하니 7시쯤...주차장 옆에있는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정확히 8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산리에서 천왕봉 코스는 아시다시피 꼴까닥 고개이다 보니 손랑원씨가 좀 힘들어 하는거 같았지만 그래도 네사람의 체력은 완벽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만난 40세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와 이삼십대가 혼동된 여자분들 10여명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재밌게 간식을 먹으며 깔깔거리기에 어디서 출발했냐고 물어봤다
묘하게도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동지나 동료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랬더니 그분의 하시는 말씀.....
노고단에서 하룻밤....벽소령에서 하룻밤....장터목에서 하룻밤....3박을 하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중이란다....
그런데 더 가관인건 모두가 한가족 같던 그 일행들 모두가 혼자 개인적으로들 연휴를 맞아 지리산을 찾게 되었는데 노고단대피소에서 하룻밤 인연으로 3일내내 가족같은 끈끈한 정으로 똘똘뭉치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떻게 명절 연휴에 가정주부가 이렇게 시간을 내셨어요?....
이번에 특별히 남편한테 허락을 받아서 홀가분하게 그렇게도 와보고 싶었던 지리산을 오게 됬다나?....참 대단한 용기라...속으로 생각하며 올랐다
법계교에 도착을 하니 파란 하늘에 천왕봉이 보인다....이때가지만 해도 날씨 하나는 기맥히게 받쳐준다며 쾌재를 불렀었다
지리산 전체 안내도 앞에서 기념샷을 한장 하고는
가파른 깔딱고개를 네시간동안 오를려면 다리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필수이다....랑랑공주님과 청아님의 스트레칭 자세가 다이내믹하다
약 1시간정도 걸었을까?....칼바위에 도착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여 등극한후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지리산 중턱의 큰바위 밑에서 은거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하장수에게 그 사람의 목을 베어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장수가 지리산을 헤메다가 이곳에서 약 3km정도 떨어진곳에 이르러 큰 바위밑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발견하고 이를 칼로 치자 바위는 홈바위가 되고 칼날은 부러져 이곳까지 날아와 꽂히면서 하늘을 찌를듯한 형상의 바위로 변하여 이 바위를 칼바위로 부른다고 한다
홈바위는 중산리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코스에 유암폭포를 가기전에 있다
칼바위를 지나 로타리 대피소를 1km정도 남겨놓고 망바위가 있다
지리산에 빨치산들이 득새를 할때 이 바위에 올라가 아래의 상황들을 살폈던것이 망바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곳 망바위에서 약간 옆쪽 바위로 내려오면 조망을 할수있는 바위가 있는데 그곳에 올라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까지 올라가는 계곡이 한눈에 보이고 능선 오른쪽으로 천왕봉 왼쪽으로는 연화봉도 조망된다
산딸나무 열매일까?....빨간색깔이 너무도 곱다
능선을 다시 바라보면 가운데 바위로 이루어진 촛대봉과 삼신봉 연화봉이 보인다
망바위에서 로타리 대피소로 올라가다가 바위위로 뿌리를 내리고 마치 캄보디아의 앙코르톰의 괴물식물처럼 수분을 찾아 뻗어간 뿌리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로타리 대피소를 가기직전...법계사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출발할때 그렇게도 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천왕봉은 구름들이 몰려와 감싸 버리고 있었다
지리고들빼기 군락지에 꽃을 한창 피워내고 있었고....
이곳에서 만난 그 아낙네들 일행이 재밌게도 재잘되던곳....온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을 뒤로한채 3박4일동안 지리산을 찾은 그 아낙네의 용기가 참으로 대단하다
청아님이 별꽃처럼 생겨서 참 예쁘다고 해서 가까지 잡아봤다...지리고들빼기 이다
올라가면서 뒤돌아보고....또 어디쯤 오나 뒤돌아보고....천왕봉까지는 첨부터 끝까지가 급경사에 너덜지대이다 보니 더 힘이든다
지리산엔 요즘 과남풀이 이제 꽃잎을 터뜨리기 전의 모습으로 지천을 이루고 있었다
지리산 전체에 지천을 이루고 있는 산오이풀들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얀 쑥부쟁이인데 요놈은 참 신기하다...왜냐면 이놈은 주위의 쑥부쟁이들이 보랏빛을 띠면 자신도 보랏빛으로 닮아가 버린다
약간 보랏빛 쑥부쟁이....
세시간쯤 올랐을까?....개선문앞에 섰다
원래의 이름은 개천문이라 했다는데 예부터 지리산의 동쪽엔 개천문(개선문) 만서쪽엔 통천문이 잇다고 했는데 지리산의 신선들도 이문을 통과 해야만 천왕봉에 오를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한라산과 금강산 지리산을 우리나라 삼신산이라 불렀는데 거기에 구월산을 더하면 4신산이요 묘향산을 더하면 5대신산이라고 하는데 그중의 으뜸은 지리산이라고 전해진다
항간에는 이 산에 북극신선이 모여살기 때문에 많은 신선들이 모이고 덕망높은 승려들이 배출되는 산이라고도 전해질만큼 우리나라 민족영산중의 영산이라 전해진다
그 신선들이 통과 한다는 개천문에 동글이가 섰다
그렇다면 나도 한컷....까까머리에 장삼만 걸치면 영판 승려가 아니련가?....
뒤늦게 손랑원님과 청아님도 하늘로 들어가는 개천문에서 인증을 남긴다
어떤 나그네가 다리를 절면서 올라오는데 신기해서 물어봤다...
그몸으로 지리산을 어떻게 오를 생각을 하셨냐고....모든것은 정신입니다...이몸으로도 백두대간을 마친 산악회의 등반대장이랍니다....
그 말을 듣는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사지육신 멀쩡한 나 라는놈은 과연 세상을 살면서 저 만큼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가?....
그분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워 우리 일행들 사진을 한컷 부탁했다
오이산풀이 지천에 깔렸다
지리고들빼기도 바위틈으로....나무밑으로.....지천에서 노란 별모양으로 꽃잎을 벌리며 환호하고 있었다
청아가 크다하되 바위아래 꽃이로다....ㅎㅎㅎ
북극신선들이 모여 산다는 천왕봉을 오르는 길은 이렇게 9월의 야생화들을 피워놓고 하늘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쑥부쟁이...구절초....지리고들빼기...산오이풀....등등이 파란 하늘을 열어놓고 차렷자세로 우리들을 사열하고 있었다
천왕봉 신선들의 장난이련가?....저 만치서 몰려오는 구름들은 순식간에 우리를 가둬버렸다가 마음이 풀리면 또 열어주곤 햇다
천왕봉을 600여m쯤 남겨두고 천왕샘이 시원한 물을 받아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백두산 천지에 갔을때 그 많은 물들이 어디에서 공급이 될수 있는가에 참 신기해 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신기하고도 기이한 수수께끼들이 많다
우선 설악산 금강굴에 가서 거대한 바윗덩이 속에서 흘러나오는 암반수를 받아 마셔본 사람들은 이해할게다
도대체 바윗덩이 속에서 어떻게 마르지않고 샘물을 흘릴수 있는지...이곳은 주위에 나무들이라도 있으니까 이해라도 가련만....바위틈으로 샘물이 졸졸졸 흘러나오고 있다
드디어 천왕봉이 눈앞에 보인다....그러나 운무가 뒤덮였다간 또다시 잠깐의 햇살로 환하게 비춰준다
올라가는 사람들이 막바지에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드디어 천왕봉 마지막 계단길이다....어떤 여인네가 네발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산오이풀들이 지천에서 손을 흔들며 반갑다고...어서 오라고 손짖을 하며 반겨주는것만 같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아랫쪽엔 야생화들이 수줍은듯 곱게도 피어있었다
청아님이 올라오고....
건너편엔 운무가 또다시 몰려오고 있다
정상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사진 한장 찍기도 완전 전쟁이다....
내가 명당자리에 떡 버티고 서서 오는 사람들마다 카메라를 달라해서 찍어주고는 그참에 재빨리 한장 부탁했다
뒤에선 저 가스나....지영이라 했던가?....말도 되게 안듣는다...좀 비켜주라 해도 듣는시늉도 안한다...
저 지영이란 아가씨만 없었으면 꽤 괜찮은 사진인데...
저 가스나는 끝까지 가지도 않고 저렇게 버티고 있다....
내가 살며시 다가가서는 그아가씨 귀에대고 속삭였다....
아가씨....저쪽에서 엄마가 찾어....그리곤 잽싸게....ㅋㅋㅋ
청아님은 벌써 저 아래에 내려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고....자기는 정상샷 찍었다 이거지?....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을 나눠먹는 산꾼들 옆으론 아담한 정원을 만들어 놓은것처럼 야생화들이 하늘거리고 있다
구절초가 햇볕을 가려주는 운무에 한층 싱그럽다
쑥부쟁이도 청초한 모습으로 9월의 계절에 춤을추고 있고....
우리는 복잡한 천왕봉을 피해 중봉쪽으로 한적한 곳을찾아 맛나게 간식을 나눠먹고 허기를 채운다음 출발한다
중봉쪽으로 가다가 뒤돌아본 천왕봉쪽은 마치 파도처럼 운무가 몰려왔다 또 몰려가곤 한다
바위위에 피어난 이끼마져도 청초하게 피어났고....
중봉에 섰다....몇년전 겨울산행에서 이곳 중봉에 상고대가 얼마나 예쁘게 피었던지....그때는 가슴이 더 벌떡거렸었는데....
중봉에서 내려다본 써리봉쪽이다...이곳에서 써리봉 쪽으로 하산하지않고 직진을 해서 왕등재. 웅석산을 거치면 지리산 태극종주 끝지점이다
운무가 몰려왔다 사리지곤 하며 잠간씩 바춰주는 조망을 바라보는 청아님의 속마음은 어떤걸까?....
발 아래로 펼쳐지는 웅장한 산세에 동글이님도 가슴이 벅차 오르나보다
온갖 바람과...구름과....그 모든것을 이겨내고 섰는 저 구상목도 겨울이 오면 상고대를 잔뜩 피우며 그 무거움마져도 견뎌 내겠지?...
써리봉에 섰다
써리봉에서 땀을 닦아내며 후미팀을 기다리다 운무속을 헤치고 암릉을 넘어오는 일행들을 보고 카메라를 눌렀다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간식도 꺼내먹다가 운무가 잠시라도 걷혔다 싶으면 포즈를 잡아봤다
자연이 만들어낸 정원목들.....사람의 손으로도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 낼수 잇을까?....
이 사람은 뭐가 심통이기에 저토록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갔을까?...깍두기 형님?....
이건....천사의 미소이다....
써리봉에서 일행 셋을 뒤로하고 혼자서 부지런히 내려왔다....
배고픈 일행들을 빨리 내려가서 라면끓여놓고 기다리기 위해.....치밭목 대피소다....
500여m의 아래까지 내려가서 식수를 떠다가 라면을 끓였다
높은 산에서 먹는 라면맛....먹어보지 않은사람을 말을 말어....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까지는 약 20여km....8시간에서 9시간을 예상 했었지만 8시간이면 충분할거라 예상을 했었다....
그러나...지난 여름에 내린 많은비는 정상적인 등로의 흙들을 모조리 훑어가 버리고 앙상한 뼈대들만 남은 너덜지대....
그 끝없는 너덜지대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고 힘들고 땀이 흥건히 베어나게 만들었다
등산로 곳곳이 폭우에 끊겨 있었고 돌팍들은 어제 살짝내린 빗물에 촉촉히 젖어서 미끄럽기까지 해서 다리근육에 가해지는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없이 돌팍에 미끄러져 넘어질뻔 했지만 순발력으로 버텨내곤 했는데 그래도 부상자 없이 완주를 할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유평리 무릉도원에서 시천면의 개인택시를 불러놓고 이곳에서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진 머리를 시원한 계곡물로 샤워를 하고는 말끔해진 머리로 택시(요금은 35000원)를 타고 출발지인 중산리로 가서 차량회수를 해서 7시쯤 출발을 해서 서산에 도착하니 10시쯤....정영권이네 해장국집에 가서 묵은지 갈비찜에 늦은 저녁과 쐬주한잔 걸치니
청산이 따로없다....
오늘도 천만원짜리 보약한재 먹었다....ㅎㅎㅎ
첫댓글 지리산을 한 번도 못가바서 8월달에 2박3일지리산종주일정이 마침 휴가기간하고 딱 맞아떨어져 좋타했더니 갑자기 바껴버리고
13일도 갈라고 공지보구 카페들오와 신청할라고하다 하다 순간 믄득.....아차차...(제가 13일까지 쉬는줄알구 12일까지 쉬는데 너무 들떠 착각해버렷어요 ㅋㅋ)
ㅠ_ㅠ 지리산 언제나 가보나?? 고생들 하셧네요^^ 자세한 설명과 사진들 명감하구 가용 ㄳ해용~
지리산 가본것처럼 현장감있는사진들 대장님의 감상기와 함께 눈과 귀가 호강 했슴다
대단하십니다...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은 산이라 자세히 보는데 하루 코스로는 조금 벅차지 않았나 싶어요 무서버요...
대장님 담엔 1~박 2일로 가요 따라 갈께요
출발에서부터 지리산의 생생한 현장소식을 전해준 대장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합니다.
천지의 멋쟁이들...
그리고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시황님...우두산 천사님은 잘계신거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