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역대급 무더위에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속에 그래도 미소를 짓게 해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의 네이마르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이른바 브로맨스이다. 브로맨스는 브라더 그러니까 형제 그리고 로맨스 그러니까 형제간의 애뜻한 우정 다시말해 형제간의 끈끈한 친밀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형제지간에 어떻게 따뜻하고 훈훈한 정만 있겠는가. 때로는 서로 부딪혀 싸움도 하고 다툼도 잦지만 그래도 형제간의 그 피가 통하는 교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 교감이 지금 네이마르와 이강인간에 흐른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강한 그 무언가가 흐른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이 교차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표현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 속에는 미묘한 역사적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지금 그리고 네이마르와 이강인이 살고 있는 지금은 그런 상황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의 핏속에는 다른 나라나 다른 사람들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네이마르는 브라질 출신이다. 브라질은 어디인가. 한때 아니 상당히 오랜세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지금 사용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말이 좋아 대항해 시절이지만 서로 세상에 땅따먹기에 나선 그 시절부터 식민지 세상이 펼쳐졌다. 스페인에서 파견된 콜롬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경쟁하듯 남미를 집어삼켰다. 남미를 두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살벌한 경쟁에 들어가자 두 나라는 이른바 타협을 해서 남미를 가운데로 잘랐다. 동쪽은 포르투갈이 서쪽은 스페인이 먹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브라질은 포르투갈이 지배했다.
네미마르는 순수 포르투갈 출신이 아니다. 포르투갈의 스타인 호날두와 신체상 생긴 것을 보면 결코 흡사하지 않다. 네이마르에게는 원주민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다. 원주민과 포르투갈 지배자사이에 잉태됐거나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친 그런 계급의 출신이다. 그들은 거의 하층민에 불과했다. 포르투갈의 백인들이 지배하며 그들에게 순종하며 따르면서 뭔가 얻어 챙기는 그런 계층이 아닌 원주민 그룹의 사람들은 아주 험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이른바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축구를 하는 것이다. 그들을 좌지우지했던 유럽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축구를 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브라질 어린이들은 태어나서 무조건 축구를 하고 본다. 능력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브라질 출신이라면 축구를 잘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한 계급 상승의 사다리였으니 말이다.
이강인은 한국 출신이다. 물론 브라질 네이마르와는 성장과정이 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인이면 일본의 그 식민지 생활을 잊지 못한다. 실제로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피속에 흐르는 그 묘한 저항정신이 있다. 어릴때부터 간직한 그 반일 항일 정신이 지금도 소리없이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지 않던가.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은 인간들도 수두룩하지만 말이다. 이강인의 부모는 그래도 태권도 등 체육활동을 하면서 이강인에게 한국인의 기본 정신을 가르쳤다. 비록 아주 어린나이에 스페인으로 건너갔지만 그들의 뇌속이나 핏속에는 강한 저항정신 그리고 긍정적인 유교정신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네이마르의 브라질과 이강인의 한국은 상당히 비슷한 문화속에 놓여 있다고 여길 수 있다.
네이마르는 지난해에 국가대표로 한국을 방문해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축구 나라 대표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은 한국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한국의 진면목을 목격했다. 아직도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문맹률이 높은 나라인 자국과 작지만 그리고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지금은 그래도 세계 10위권의 나라로 급성장한 나라지만 아직도 예전의 그 정을 간직한 한국에서 자국 브라질의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손님접대에는 너무도 대단한 한국의 문화에 감복했을 수도 있다.
그런 네이마르는 지금 여러가지로 피곤하다. 자신이 소속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은 음바페라는 독특한 천재로 피곤의 연속이다. 한때 자신이 최고의 스타였지만 음바페의 등장으로 여러가지로 피곤한데 자신의 선배인 메시까지 합류했다. 네이마르 입장에서는 자신이 설 장소가 없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런데다가 플레이 스타일이 몸을 사리지 않는 탓에 부상이 유난히 많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네이마르도 메시처럼 타 구단으로 옮기고 싶었다. 음바페도 싫고 극성스런 파리 생제르맹 팬들도 이제 신물난다. 그런데다 어린 음바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난 척을 연발하고 있다. 내놓고 자신이 속한 구단을 욕하며 다니는 그런 태도에 네이마르는 절망한다. 지난 2월 부상당해 아직도 성치 않은 몸에 그는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줄기 빛이 보였다. 메시가 떠나고 음바페도 떠난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 6명의 새로운 신입생이 도착한다. 네이마르는 그들의 명단을 읽어보는 순간 그가 잘 모르지만 스페인 마르요카 출신 그리고 한국 출신인 이강인 눈에 들어온다. 그의 기억에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직후 어린 한국 선수가 떠오른다. 경기가 끝나고 들어가는데 혼자 기다리고 있다가 그에게 뭔가 이야기를 나눈 바로 그 친구다. 그리고 뭔가 끌렸던지 네이마르는 옷을 교환하자고 한다. 이강인은 감사의 마음을 윙크로 대신했다.
그로부터 6개월후 그들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구단 훈련장에 마주한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지 않은가. 비록 무관심하게 보이지만 그들도 인터넷과 동영상을 통해 세계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활약상을 다 모니터한다. 그런데 어리지만 싹수가 있어보이는 그 친구... 아 카타르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교환했던 그 친구가 지금 자신과 같은 훈련장에 있다는 것이 네이마르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리고 구간관계자들과 새로 부임한 엔리케 감독도 어린 친구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는데 네이마르는 신경이 쓰인다.
네이마르는 이강인의 훈련장면을 유심히 본다. 정말 스타는 스타를 즉각 알아본다. 설명이 필요없다. 세계적인 성악가들은 처음 발성만 들어도 그 능력을 평가한다. 축구선수는 볼이 발에 닫는 순간 능력을 평가한다. 네이마르는 놀란다. 그래 저정도인가. 자신의 어릴적 시절이 기억난다. 그리고 잊혀졌던 야망이 다시 불 붙기 시작한다. 메시도 없고 음바페도 떠난다는 이 구단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즉시 파악한다. 이강인 같은 저런 친구와 같이 호흡을 맞추면 다시 옛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밝힌다. 자신은 파리 생제르맹에 남겠다고 말이다. 대단한 스타들이 사라진 그 곳에서 옛 영예를 자신이 회복하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새로운 각오에 휩싸인다.
네이마르의 이번 일본과 한국에서 보여준 그런 행동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이다.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정확한 계산에 의해 나온다. 그냥 즉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물론 브라질의 그 끓어오르는 열정도 있겠지만 뭔가 그의 계산속에 들어온 것이 없으면 그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이강인이 어리고 막내동생같아서 귀여워해준다...그건 정말 프로세계를 몰라도 정말 모르는 이야기다. 또한 한국이 그냥 좋아 일본에서는 일초도 경기에 뛰지않고 한국에서 풀타임으로 뛴다...그런 것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네이마르는 일본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가 구상한 계획으로 그의 야심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다. 네이마르는 이강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구상한 것이다. 저런 후배와 함께 새롭게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욕망이 타올랐기에 일본 투어에서 한국 투어에서 브로맨스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선수이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다 그렇지만 말이다. 네이마르는 이강인을 통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싶은 것이다. 그의 브로맨스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2023년 8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