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습니다^^
감동을 글로 그대로 옮기는건 참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네요ㅎㅎ
11.14 7시 안중근-류정한, 이토-조승룡, 설희-김선영, 링링-소냐
11.15 2시 안중근-정성화, 이토-이희정, 설희-이상은, 링링-전미도
자작나무숲에서의 결의에 찬 단지동맹으로 시작한 1막.
배우들이 뒤돌아서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으로 단지동맹을 표현한 게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금새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이어지는 게이샤들의 부채춤은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명성황후 시해장면을 연상케 하는 설희의 노래와 강제로 약탈당한 수많은 문화재가 떠오르게 한 조선은 보물창고,
생체실험 얘기에 순간 울컥하기도 했으나
만두가게에서의 인간미 넘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조명과 영상,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벽돌모양의 벽. 엄청난 높이의 철골구조물을 잘 조합해서
독립군과 일본군의 쫓고 쫓기는 추격씬을 빠른 장면전환과 고난이도의 군무로 스릴 넘치고 실감나게 표현했는데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두 번을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다.
떨어지는 벚꽃 속에서 게이샤로 분한 설희역의 김선영은 고혹적인 자태와 춤사위, 시원시원한 노래를 선보였으나
이미지만 본다면 이상은이 더 잘 어울렸던 것 같고,
링링역도 소냐보다는 전미도가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레임을 잘 표현한 듯싶다.
이토는 두 배우 모두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친구 왕웨이의 죽음 이후 안중근이 부르는 영웅과, 거사를 준비하며 동료들과 결의를 다지는 그날을 기약하며는
먼저 공개된 음원으로 이미 여러 번 들었지만 역시 공연장에서 들어야 감동이 배가 되는 법인가보다.
이전까지 들었을 땐 그냥 좋다라는 느낌이었는데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그 노래들은
귀로 눈으로 그리고 가슴에 박혀 가삿말 그대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1막을 내리며 그들이 찍었던 기념사진이 올라오는데 실제로 거사 전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얼굴은 달라도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을 그 때의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이토의 만주출정식과 다시 시작된 독립군과 일본군과의 추격,
그 와중에 안중근을 살리려다 목숨을 잃은 링링의 애절한 사랑노래.
링링의 주검을 붙들고 짝사랑하던 그녀를 향한 동하의 노래를 들으며
기념사진에서 링링을 바라보며 웃던 동하의 얼굴이 다시 생각났다.
채가구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긴장을 풀기 위한 우덕순과 조도선의 아리랑은 웃느라 정신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냉철한 명사수의 모습만 보여주던 조도선이 이 장면에서는 그도 풍류와 가락을 즐기는 사람임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며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이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무대에 서 있는 기차에 영상을 쏘아서 흩날리는 눈발 속에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표현하여
영상이 아니라 실제인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것도 잠시.
잠든 이토를 해하려던 순간 복잡한 심경으로 흔들리는 눈빛의 설희와 자신을 살해하려던 그녀를 해치지 않은 이토.
과연 그들은 이토의 말처럼 영혼의 친구였던걸까. 암살에 실패한 설희는 황후마마를 따라가겠다며 열차 밖으로 몸을 던지고 만다.
눈물이 없으면 영혼도 없는 법이라던 설희의 말을 되뇌이는 이토의 모습에서 애틋함이 느껴진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드디어 결전의 날. 환영인파로 가득한 하얼빈 역에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토를 향해 총을 겨누는 안중근.
그리고 총성이후 외치는 대한독립만세 소리에 관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마침내 거사에 성공하고 법정에서 이토의 15가지 죄목을 또박또박 낱낱이 열거하는 누가 죄인인가를 듣노라니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는데 가사도 그렇지만 안무도 아주 역동적이어서 빛나는 씬 중의 하나였다.
각자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서로 다른 길을 가야했던,
그러나 결국 그들의 같은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노래 운명을 감옥에서 이토와 함께 부르는데
각자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는 장면 같다.
평소 그를 보살펴 주던 간수와 함께 그토록 바라던 동양평화에 대해 함께 논하면서 온화한 미소를 짓던 안중근의 모습.
이후 사형집행의 순간은 다가오고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는 동안 어머니의 노래가 흐른다.
그리고 소리 없이 흘러내린 류중근의 눈물. 그 사이 어느 샌가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장부가를 끝으로 마지막 사형을 뜻하는 암전이 된 그 순간 자막을 통해 아직도 그의 유골을 찾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32살의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채 아직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그의 유해.
마치 돌덩이를 가슴에 품은 것처럼 무겁고 안타까웠다.
기립박수를 치며 앵콜곡이 끝날 때까지도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던 눈물과
막이 내린 후에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감동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보았던 많은 공연 중에 이처럼 많은 눈물을 흘렸던 작품은 없지 싶다.
빙의가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안중근 의사의 영정사진을 보았다고 하는 류중근.
그의 눈빛과 목소리로 그분이 다시 살아오신 듯하여,
그래서 지금의 내가 100년 전의 역사 속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정중근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류중근에게 살짝 마음이 더 기운다.
우리의 입장에서 이토를 무조건 악인으로 표현했다면 안중근 의사만을 위한 애국심만 강조하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이토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해서 두 인물 모두 각자의 조국에서 영웅이라는 걸 묘사했기에
제목도 안중근이 아니라 영웅인 것이 의미가 깊은 것 같다.
그리고 거사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적인 면모도 부각시켜 그도 고민하고 갈등하며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어 더 공감이 가고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독립을 이루는데 희생된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영웅들의 외침.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우리가 있는 것이겠지.
이제껏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끼며
이 시대의 영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극에서 사용하는 태극기 문양이 현재와 다른 이유는 1909년 당시에 태극 문양이 통일되지 않아
다양한 태극기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고증을 거쳐 국기를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쓴 제작진들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극의 흐름상 연결고리를 만들고 설득력을 얻기 위해 물론 가상의 인물과 상황이 추가되었지만
긴 준비시간동안 고증을 통해 무대세트를 만들고 사료를 조사하고
혼신을 다해 그분들을 표현해낸 모든 배우와 스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프로그램북을 보니 영웅의 안무가가 삼총사도 같이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삼총사의 검투씬도 근사했는데 영웅의 추격씬도 참 맘에 든다.
양옆 사이드에 간략한 영문자막도 뜨던데 그건 외국인을 위한 걸까.
항소를 포기한 채 죽음의 순간까지 책을 집필하신 그 분께서 염원하셨던 동양평화.
이 작품을 통해 그 큰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게 되어 마음 뿌듯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스포있다 하셔서.. 스킵했습니다.. ^^;;; 저는 12월달에 공연 볼라꼬 예매 해놨습니다.. 류님 공연으로요.. ^^ 으흐흐흐 기대 만빵입니다.. ^^ 정성화씨 공연도 보고 싶지만.. 두번은 무리.. ㅠ_ㅠ 아쉽..
분명 기대 이상인 공연일거예요^^ 저도 예매해두고 시간이 얼마나 안가던지.. 12월에 재밌게 보세요~
이글을 보니 더욱더 가고싶내요..이번주21일3시 정중근 28일3시 류중근 보러갑니다..감사해요
2주 연속가시는군요. 아~ 부럽습니다^^ 전 당분간 참아야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ㅎㅎ 두분 다 보시는거 절대 후회 안하실거예요
저도 이번주 21일 3시 공연 봐용 ㅎㅎㅎ op석 셋째줄 중앙에서 봅니다용 ㅎㅎㅎ
저는1열23번으로 오늘변경..ㅋㅋ
op석에서 보신다더니...재밌게 잘 보셨나보네요. 완전 부럽습니다. T^T
op석이 아니라 두번다 그냥 1열에서 봤어요. 앞에 가리는 사람도 없고 배우분들의 표정을 보기에도, 전체적으로 감상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좋은자리 같아요^^
아~그렇군요.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기엔 좋았겠어요.
저도 그 단지동맹의 꼼지락꼼지락 씬을 보면서...으음;;; 했었는데 그걸 손가락 자르는 장면을 정면으로 할때 무대라는 상황의 한계에서 가장 최대로 표현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ㅋㅋ 재판장 씬 느무 좋습니다. ㅋㅋ 그건 첫공볼 때부터 저 장면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볼 때마다 더 근사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 R석 1열 좋으시던가요? 전 그자리 가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랬나봐요. 부산에서 올라오셨는데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ㅋㅋㅋ 저도 기분이 좋네요.
정면으로 그걸 표현한다는게 무리긴 하겠네요. 뒤돌아선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소품을 꺼내시는 배우들을 보며 잠깐 든 생각이었습니다ㅎㅎ 재판씬은 열린음악회에서 먼저보고 기대했던 장면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더욱 좋더군요. R석 1열 정중앙자리에 앉았는데 op석이랑 좀 떨어져있다보니 앞에 가리는것도 없고 무대가 전체적으로 잘보였답니다^^ 오페라의 유령도 후기를 정리해보려했는데 영웅넘버만 귀에서 자꾸 윙윙대서 될까 모르겠어요ㅋㅋ
저도 12월 초에 올라갈 예정이라 후기는 스킵했습니다. ㅎㅎ 전 op 왼쪽 사이드랑 2열 오른쪽 사이드 중에서 고민중인데.. 만 원 가격차이 고려하면 op 왼쪽도 괜찮을까요?
저라면 오른쪽을 택할것 같아요. 오른쪽에서 이루어지는 장면들이 좀 많아서...특히 류배우님 씬이...ㅎㅎ
관객석에서 오른쪽인가요? 저도 가운데 1열이긴 한데 좀 치우쳐져서...걱정했는데..ㅎ
저 4열 23번에서 봤었는데 좋았었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말이 OP석 B열 23번에서 봤었는데 그것도 잘 봤었구요.
관객석에서 오른쪽이 좋긴하죠. 아~ 채가구 역씬은 왼쪽에 나와요ㅎㅎ
안중근이 오른쪽에 잘 있단 얘긴 들었었는데... 마침 1열 오른쪽이 다시 나왔네요. 그냥 오른쪽 사이드로 지르겠습니다~ ^^;
하...이번주도 달리고 싶은 맘이 굴뚝같으나 이주사이에 50만원이라는 거금을 쓴지라..ㅠㅠ 어쩜 12월 다시 갈지도..보시는분들 몸에 빙의되어 함께 ㅎㅎㅎㅎ 그리고 바다비 말씀대로 잊고 있었던 역사를 다시 알게해주고 느끼게 해준공연이라 참 고맙고 좋았습니다.
그 맘은 저도 굴뚝ㅎㅎ 한 번 다녀오기엔 출혈이 너무 큰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