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교육지원법'과 약선
김원일(사단법인 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 사무국장)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만든다.”(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
지난 2009년 4월 27일에 ‘식생활교육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11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식생활교육위원회>가 설치되었으며 앞으로 시․도, 시․군․구에서는 ‘식생활교육 조례’를 제정하고 식생활교육위원회(위원장:지방자치단체장)가 설치될 예정이다. 식생활교육위원회는 5년마다 한번씩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식생활교육의 기본방향을 점검하게 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확보하여 식생활 교육기관을 지원하고 ‘(가칭)식생활 교육 지도사’를 양성하여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며 각종 캠페인을 통해 가정에서의 식생활 교육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처럼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식생활에 국가가 개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식생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하며 이미 식생활 문제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던 원광약선연구회로서는 대단히 반갑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인의 식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법 제정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그 속에서 우리들의 역할을 찾아볼까 한다.
1. 현대 식생활의 문제점
(1) 식생활과 건강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은 현대 문명국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대표적인 3대 생활습관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절반이 넘는 국민이 이들 세 질환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그런데 이들 3대 생활습관병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지구촌에서 그리 흔한 질병이 아니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의 20세기 초, 암 사망자는 전체 사망의 3.4%에 지나지 않았고 심혈관 질환은 1세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당뇨병은 10만 명 가운데 1명꼴로 걸리는 희귀병이었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질병들을 극복하는 길은 오로지 섭생을 통한 예방만이 능사라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들이다. 쉽게 말해 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일단 걸리고 나면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지난 1세기동안 이런 질병들을 확대시켰는가 하면 '식생활의 변화'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 변화란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산업의 발전과 육류 소비의 증가, 세계인의 밥상이 똑같이 닮아가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경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의 소박한 밥상이 화려하게 변하였지만 이는 결국 각종 생활습관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 또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국민건강보험의 비만 등 성인병 치료비 지급액:2007년 1조8천억 원)
(2) 식생활과 교육
최근 외식산업의 급팽창, 가공식품의 발달로 외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비율이 아침 37.6%, 점심 79.0%, 저녁 24.4%로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외식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의 기회가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가족 식사자리는 단순히 배만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수많은 연구결과는 가족과의 정기적인 식사만으로 아이들의 지능과 건강을 향상시키고 청소년의 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건설, 조선업을 발전시킨 '정주영가'는 새벽 5시의 가족식사시간에 경영수업을 하였으며 정치 명가 '케네디가'는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 잡는데 필수적인 자질을 식탁에서 익혔다.
최근 알려진 밥상머리에서의 가족대화가 주는 교육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가) 밥상머리는 사춘기 정서안전의 주치의
식사는 육체를 건사하는 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뇌에는 식사를 하고 나면 '옥시토신'이라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거나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 영양소 섭취와 함께 그 양은 증가하면서 만족감과 행복감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나) 밥상머리는 조기교육의 학습장
80년대부터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보스턴의 저소득층 83가구를 대상으로 아이들의 언어습득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결과는 아주 놀라웠다. 다른 어떤 조건보다 가족 식사를 많이 하는 아이들의 어휘 습득력이 월등하게 나타났다. 아이가 습득하는 2,000개의 단어 중 독서로 얻는 단어는 140여개인 반면, 가족 식사로 얻는 단어는 무려 1,000여개에 달했다.
콜롬비아 대학 카사(CASA) 연구진이 청소년 1,2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 식사를 하는 아이들은 가족 식사를 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A학점을 받은 비율이 약 2배 정도 높았다.
(다) 밥상머리는 절제와 배려를 배우는 예절학교
우리나라 전통 밥상 교육에서는 절제와 배려를 배웠다. 이를 이론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만 5~6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실시하였다.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미래의 보상을 위해 기다리고 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옛날,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기 전에 배웠던 기다림은 성공을 향한 생활 습관이자 훈련이었던 것이다.
(3) 식생활과 환경
(가) 외식 확산과 푸짐한 상차림 등으로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11.2천 톤/일(’01)에서 14.2천 톤/일(’07)로 연간 2%씩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버려지는 식량자원 가치는 연 18조원(’05 기준)으로 약 6천억 원의 처리 비용이 들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량은 연간 178만 톤으로 자동차 62만대분과 맞먹는다. 식생활을 건전하게 개선하게 되면 불필요한 경제적, 환경적 비용을 줄일 수가 있는 것이다.
(나) 한국의 1인당 푸드 마일리지(식재료가 생산,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식품수송량과 수송거리를 곱해서 산출한다)는 5,121(t․km/인)로 너무 높다(’07). 이는 한국의 식품 수입량이 많다는 것을 뜻하며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주요국 1인당 식품수입량(’07) : 한 456kg, 영 434kg, 일 387kg, 불 386kg
▷ 주요국 1인당 푸드 마일리지(’07) : 일 5,462, 한 5,121, 영 2,584, 불 869
(다) 우리나라의 국민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1969년도에 국민 1인당 육류섭취량은 6.6g, 총동물성식품 소비량은 32.0g으로 총식품소비량 1,056g의 3.0%였다. 약 30년 후인 1998년에는 육류섭취량은 69.0g, 총동물성식품 소비량은 247.5g으로 총식품소비량 1290.0g의 19.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육류 섭취가 10배 이상 증가하고 전체 식품 섭취에서 동물성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육류 소비의 증가는 전세계적으로 지구 땅덩이의 24%를 차지하는 대량 목축의 문제점으로 드러난다. 축산업이 대형화, 기업화하면서 대형목장 조성을 위해 삼림과 초지를 불태우는 것과 소들이 내뿜는 메탄에 의해 온실효과가 가속화되었다. 미국의 경우 총곡물생산의 70%가 사료로 이용되며 사료 생산과 운반에 쓰이는 연료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화학 비료 생성 과정에서 질소산화물이 뿜어진다. 그리고 가축들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3을 먹어치움으로써 토지 이용과 식량 배분에 영향을 주어 제3국의 기아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가축의 배설물로 인한 수질오염과 물소비의 증가 등 과도한 축산업은 인간의 건강은 물론 지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4) 식생활과 문화
예로부터 집집마다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전해 내려오던 ‘손맛’으로 대표되는 전통 식문화가 오늘날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1). 산업문명의 발전에 따라 빨리빨리 찍어내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외식산업이 발전되어 우리의 입맛은 획일화되고 있으며 집집마다 다른 어머니의 손맛, 지역마다 발달된 향토 음식이 멸종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미각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음식, 화학 첨가물 범벅인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으며 특히 미각세포가 왕성한 어린이들이 ‘유해음식’에 노출되어 입맛을 버리게 됨에 따라 청소년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전통 식문화를 계승할 후계 세대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가 가공식품과 산업화된 농업들로 인하여 입맛이 획일화되고 사용하는 식재료가 단순해지면서 지구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사라져가는 수많은 전통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되찾는 과정이 곧 다양한 식재료(동식물종)를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집안 고유의 손맛과 향토 음식 문화가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도록 획일화된 조리법과 서구화된 식문화를 바로잡아야 된다.
(5) 식생활과 농업
(가) 우리나라는 화학비료, 농약사용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OECD 회원국 중에서 농약사용량 1위, 비료사용량 4위)이다. 이것은 농업, 농민만의 잘못이 아니며 소비자의 책임도 크다. 소비자가 식재료를 구입할 때 가격과 모양을 따지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생산자는 좁은 면적에서 더 많은 양과 더 좋은 모양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농약과 비료 사용을 줄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운동에서는 소비자들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소비자의 역할에서 벗어나서 어떻게 먹을거리들이 생산되는지, 또 이와 관련된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면서 이런 의식 있는 소비자를 ‘공동생산자’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들이 공동생산자가 되어 좋은 식재료의 기준을 제시하고 구매할 때 친환경농업이 빠르게 정착할 것이다.
(나) 단체 급식과 외식 산업은 최대 이윤을 얻기 위해 더 싼 식재료를 찾게 되며 이는 재배 이력이 불분명한 저가 농수산물의 수입과 그럴듯한 맛을 내는 각종 첨가물의 사용을 부추기게 된다. 수입 농수산물은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우리 농수산물의 생산을 위축시키게 된다. 건전한 식생활의 정착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수산물 구입을 촉진하게 되므로 우리 농어업 발전에도 유리하다.
2. 해외 식생활 교육의 실태
(1) 일본
‘식육기본법(’05. 7)’을 제정, 식육추진기본계획(’06. 3)을 수립․추진하며, 지산지소(地産地消 : 지역 생산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메타보 프로젝트를 통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식생활,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허리둘레를 관리하고 있다.
(2) 프랑스
지방 전통요리를 ‘계승요리 문화자산’으로 등록하고 어린이들의 미각 형성 및 조리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교육을 한다. 성장기 어린이(유아기~11세)의 미각 기초교육을 위한 <요리미각예술 5개년 계획(PAC)>을 추진하여 지금까지 약 9만 명을 교육하였으며 1990년부터 ‘미각주간’(매년 10월 둘째 주)을 정하여 미각조리교실, 요리콩쿠르, 미각 및 식사에 대한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학교 내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 식료품 TV 광고에 비만에 대한 경고문을 싣도록 하고 있다.
(3) 미국
영양교육 외에 체험을 통한 식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양정책과 영양교육의 기초가 되는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을 1980년부터 5년마다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제6차 지침(’05. 1월)에서는 지방, 식염, 설탕의 과잉섭취에 관한 주의사항 등 비만대책이 더욱 강화되었다.
학교에서는 교실농업(Agriculture in Classroom)이라 부르는 영양교육, 식사예절 및 학교 내 텃밭에서 농사 체험을 하는 식생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5 A Day(1일 5회 과일과 채소 섭취)’ 및 ‘National School Lunch Program(학생들에게 과일, 채소 무료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4) 이태리
지금은 전세계적인 민간운동으로 번져나간 슬로푸드 운동의 출발 국가이며 국민에게 다양한 미각체험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전통 식문화 보존 및 우수 식재료를 공급하는 소규모 생산자 보호와 미각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떼라 마드레 : 전세계의 먹을거리 생산자 단체들이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보호,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네트워킹하는 축제
▷ 맛의 방주 :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 방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하면서 미각 식문화를 공유하는 이벤트
▷ 살론 델 구스토 :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음식 장터
3. 한국의 식생활 교육
우리나라의 식생활 교육은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지난해 연말 <식생활교육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식생활 교육을 국정 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과 연계해서 ‘녹색 식생활’이라 이름붙이고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 식생활의 정의(안)>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환경),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한국형 식생활을 실천하며(건강), 다양한 식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를 실천(배려)하는 식생활
식생활 교육은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자발적인 범국민운동을 전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지난해 연말(’09.12.17)에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농업계, 영양사협회, 소비자단체, 조리사회, 식품학회, 가정과교육단체, 실과교육학회 등이 모여서 출범하였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에서는 유치원에서의 식생활 교육, 학교에서의 식생활 교육, 국가․지자체에 의한 식생활 교육, 민간단체에 의한 식생활 교육을 점검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식생활 교육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각종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잘못된 식생활을 바로잡기 위하여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식생활 교육에 많은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도농직거래, 도농교류활동을 통해서 올바른 식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한살림을 비롯한 여러 생협과 슬로푸드운동 단체들 또한 전국에 퍼져 있으므로 이들의 소중한 경험은 범국민운동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4. 조상들의 식생활 전통 : 식약동원
최근에 전통 한식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LA의 굿사마리탄(Good Samaritan) 병원에서는 한식을 ‘영양적으로 가장 적절한 음식’으로 평가하고 일부 환자에게 치료식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지는 ‘한국음식은 적절한 영양적 균형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 건강전문잡지 ‘Health’는 2006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WHO에서는 2004년 한식을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모범식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채식, 잡곡, 발효음식, 제철식품, 지역향토음식이 발달한 전통 한식은 음식 하나하나로도 우수하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우리 조상들의 음식에 대한 철학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단지 허기를 채우는 한 끼 식사로만 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왕이 돌아가시면 왕자들이 타락죽(駝酪粥)2)을 먹고 곡을 했다고 한다. 이때 타락죽은 며칠간의 국상에 대비해 건강이 상하는 것을 예방하는 의학적 기능을 고려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처럼 음식이 단지 굶주림을 해결하는 한 끼 식사가 아닌 내 몸의 상태를 고려하여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식이요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음식철학에 흐르는 이와 같은 사상을 한마디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부르며 이렇게 내놓은 음식을 <약선(藥膳)>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필요한 식재료를 구별할 줄 알고 요리할 줄 알았으며 이를 몸의 상태에 맞게 적절하게 섭취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즉 왕실부터 민초까지 모든 이들이 자신의 처지에 따라 식재료를 구하고 요리하여 먹는 데까지 음식을 놓고 <깊이있는 생각>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생각의 근본이 바로 <식약동원>인 것이다.
5. 약선 식생활
오늘날 우리의 식약동원 사상은 산업화 과정과 경제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잊혀져갔다. 음식 만들기를 남의 손에 맡기면서 집집마다 전해 내려오던 밥상머리 교육과 집안 고유의 손맛은 단절되고 있다. 오늘날 음식은 단지 한 끼 식사에 지나지 않고 자신의 생각 없이 레시피를 흉내 내는 조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에서는 건전한 국민 식생활 정착을 위하여 법을 만들고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뛸 <식생활 교육 전문가>가 없어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식약동원의 식생활 철학을 깨닫고 약선을 실천해온 우리들이 할 일은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번 기회에 약선이 대중화될 수 있도록 <약선 식생활>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약선 식생활 지침>을 만들어 널리 알리고 우리부터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약선 식생활’이야말로 나와 이웃,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하는 최적의 식생활 교육 이념이라는 것을 말이나 생각이 아닌 글로 이론화하는 작업과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로 ‘식생활 교육 지도사’가 되어 잘못된 식생활을 바로잡고 음식에 대한 철학을 심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주변 학교나 유치원의 어린이들에 대한 식생활 교육, 농업기술센터나 문화센터에서의 식생활 교육, 단체 급식을 하는 곳의 영양사나 외식업소의 경영주나 조리사들에 대한 식생활 교육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약선 식생활’에 맞는 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겠다.
셋째로 식당 가운데 ‘약선 식생활’을 실천하는 <착한 식당>을 발굴하여 교육하고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직접 착한 식당을 경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당과 같이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음식을 만드는 곳의 경영자야말로 ‘약선 식생활’의 길잡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우리나라 식생활 교육이 제대로 정착될 것이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넷째로 전통 한식이나 향토음식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음식 강좌를 운영할 수도 있겠고 테마별․주제별 식생활 체험시설을 건립,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 식생활교육지원법 시행과 우리들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음식에는 아이티 보도사진에서 본 ‘진흙빵’도 있고 조선시대 ‘타락죽’도 있다. 오늘날 식품 소비자들은 무엇이 ‘진흙빵’이고 무엇이 ‘타락죽’인지 구별하는 눈이 흐려져 있다. 원광약선연구회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약선 식생활’을 공부하고 실천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식생활 길라잡이>의 소명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20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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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천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통음식인 한식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1%였으나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장류 63.4%, 김치류 40.2%, 떡류 61.6%, 한과류 81%에 달했다.(’09. 12월, 농림수산식품부)
2) 타락죽은 곱게 간 쌀가루를 우유와 섞어 끓여 만들며, 우유죽이라고도 부른다. 우유는 맛이 달고 성질은 약간 차서 위와 폐로 들어가 위를 보호하며, 폐를 윤택하게 하고 영양 보급과 배변을 정상으로 돌려준다. 타락죽의 효능은 수명을 연장하고, 공복감을 없애주며, 대소변을 잘 조절해주고, 소화 촉진 운동을 원활하게 하며, 안색을 맑게 하고 힘이 넘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첫댓글 좋은 자료 잘 봤습니다.
좀 퍼갑니다.^^&
건강 장수의 비결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
잘 먹는 것=약선 식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