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적잖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썸을 타본 적은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다.
그녀는 레드 제플린처럼 섹시하고,
메탈리카처럼 야생적이고,
그리고 아이언 메이든을 중심으로 영국에서 횡행했던 80년대 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 처럼 반항적이었다.
모두 내가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가슴인지라 그 어떤 루트로 파고 들어가도
나와 그녀는 애초에 썸을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 나와 그녀는 그저 묵묵히 평행선만 걸을 뿐이었다.
나는 이곳에,
그녀는 저곳에,
그녀는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굳이 시간 내고, 돈 쓸 필요 없이,
그녀는 항상 내 곁에 있었고,
내가 부르면 나를 반가이 마중 나와
끝이 보이지 않는 한 없는 어둠 속에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곤 했다.
그녀는 그 어떤 여자와도 달리 나의 마음을 다정하게 헤아려주었고, 나의 기분을 부드럽게 맞추어주었다.
비록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심지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니아니 인간인지 악마인지 알수도 없었지만,
나는 그 혹은 그녀가 좋았다.
그랬다.
분명히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 한번도 그녀를 본 적이 없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실제로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
그녀는 단지 나의 귀를 파고 들어와 뇌를 지배하고 세포를 타고 온몸을 유영하며 종국엔 심장을 쥐어짜 터뜨릴 뿐이었다.
나는 단 한번도 그녀를 본 적이 없다.
아...
딱 한번 그녀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그녀가 내가 알던 그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히 그녀는 나와 교류했던 그 사람이었지만,
양지에서 만난 그녀는 내가 평소 어둠 속에서 조우하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뭔가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하고...
생경했다.
분명히 그녀는 나의 밤과 꿈을 휘어잡았던 생명력 있는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그냥 스쳐 지나가버린 그저 그런 여자였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데 나는 분명히 그녀를 사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QNr2urY_rg
쫄깃하면서도 화끈한 그루브가 가득 넘치는 환상적인 보컬과 블루지하면서도 존나 강렬하게 달리는 기타의 독특한 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고딩 시절 전영혁 아저씨가 생일 선물로 날려주신 In the Heat of the Night을 비롯하여 왠지 모를 서글픈 감정이 복받쳐오르는 개처절 블루스 넘버 Don't You Ever Leave Me, 악마적이면서도 애틋한 가사가 너무나도 강렬했던 Borrowed Time,
메탈리카를 통해 역으로 알게 되었던 Am I Evil?, Helpless,
그리고 천장을 휘감아 우주를 일그러뜨린 악마의 혀놀림을 빨아준
Sucking My Love,,,,,,
정말 이러한 곡들은 나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풍미했던 청춘의 찬가 아니였던가?
이 곡들을 들으면서 나는 정말 깊은 감흥을 받았고 특유의 음란한 일창남의 신음 소리를 흉내내며 즐거워했고
쫄깃한 기타 연주를 들으며 ㅈ끝이 파르르 떨리곤 했다.
https://youtu.be/SICoIIr941c
그래...
단 한번도 정식으로 만난 적 없고 우정을 빙자한 썸의 연속이었지만 분명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의 소리가 나의 뇌에 들어와 나의 세포를 타고 나의 보혈이 되어 나의 우주 이곳 저곳을 이리 저리 유영하다 나의 척추 끝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숭악한 뱀과 만나 폭발하여,
온몸에 기생하던 나의 말초 신경이 일제히 벌렁벌렁 꿀럭꿀럭 정염을 쏟아낸 것은 확실했다.
결국 나와 우리 모두의 어두운 시간에도 난 그녀를 쭈우욱 내곁에 데리고 있었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나의 여인들보다 오히려 그녀를 더 만났다.
I have loved, I have lost
I have killed those who have loved me so
I have loved, at what cost
Lord, I don't know
I'm living on borrowed time
I'm living on borrowed time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시간마냥
누군가로부터 임대받은 정신의 저택 안에서 나와 그녀는 처절하면서도 질퍽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후회 없다.
어느 누군가 나에게 그녀에 관해 뭘 아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왜냐면 난 그 새끼처럼 그녀를 임신시켜 애를 가져 본 적도 없고 같이 산 적도 없고
단지 사이버 상의 서신을 통해 정신적인 공감만 나눈 놈이니까.....
이런 나를 가리켜서 그 사람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는 악마같은 놈이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주절대며 그녀를 이슈화시켜 뭇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악마라고 그렇게 말 할 것이다.
나는 그런 그의 질문에 비굴하게 도망가고 싶지 않다.
Am I Evil??
yes I am
I am man
그렇게 나는 그녀를 기만하며 살아왔고,
나날히 술에 쩔어 부패해져갔고,
썩을때로 썩어 문드러진 후에야,
비로소,
나를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녀와 나의 관계는 단지 술자리에서 눈이 맞아 충동적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떡친 그런 게 아니었다.
오히려,
황혼녁의 태양을 응시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면 말을 걸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끝내 그녀가 뒤를 돌아보지않아 허망하게 발길을 돌리는 그런 거랑 비슷했다.
그녀는 분명 나를 사랑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666명의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무려 4452명의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녀와 내가 만났던 그 어둡고 고요한 회색빛 심연 속에서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했고,
또 스쳐 지나갔고,
우주의 일부가 되어갔다.
그때,
저만치서 그녀의 목소리가 살며시 들려왔다.
그녀가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목놓아 울부짖고 있었다.
왜?? 왜??
내손을 잡아주지 않은거야??
왜 끌어안지 않은거야??
나에게만 이렇게 해달라고 했잖아??
사랑하면서도 사랑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비겁한 악마와의 검은 계약에 대해 원망하는 청순한 여인의 슬픔이 깊이 느껴졌다.
더욱 처절하게 느껴졌던건 그녀가 원망하는 것이 내가 아니라 나의 마음 안에 도사린 악마,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던 검은 계약이었기에,
Ah ah ah ah, to the devil his due
Ah ah ah ah, to the devil his due
Ah ah ah ah, to the devil his due
to the devil, his due
to the devil, his due
to the devil, his due
to the devil, his due.....
넓고 넓은 저 악마의 초원에는 얼마나 많은 슬픔과 절망이 도사리고 있을까...
오늘도 나는 저 우주의 한 점을 향해 한없이 유영하고 있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qk-QXAzphLE
첫댓글 to the devil, his due~!!
아름답고 애절하고 극적이에요~~~*^^
^^b
뽀레버~~
GRRRR~!!! ^^ 화랑님의 영묘한 수필에 T.K.O...^^
감성적이시군요~~~~!!!!
By Demons Be Driven~♡
이엽~~
조온나 뿅가지 말입니다
A soul that will never die...
Metal is forever~~~~!!!
유영 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시는군요...
Rock you to hell~!! -_^
to the devil, his d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