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과의 교감
어머니의 남동생 외삼촌은
채독을 치료하기 위해
똥통에 꽂아둔 대통에
스며든 똥물을 마셨지
위장은 제가 내보낸
똥물을 다시 만나서
세상 소식이라도 들은 것일까
60년대 시골집
앞은 가마니로 가리고
바닥에는 널빤지 두 개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과 나는 그 위에서
날마다 똥을 쌌다
서리 내린 겨울 아침
똥에서는 모락모락 김도 났다
땅 속 큰 독에 가득 찬 똥
아버지는 장군에다 퍼 담어
지게는 산모퉁이 밭으로 향한다
아버지는 들어 알고 있었다
똥이 가고 싶은 곳을
똥은
태양과 흙과 비와 공기와
교감하고 싶은 것이다
풍성한 밭은 부모님을 기쁘게했고
우리는 겨울내 고구마를 쪄 먹었다
이제 더 이상
똥물을 마시는 이도 없고
똥이 내는 은밀한 목소리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갈 곳없는 대전의 모든 똥은
전민동 수용소에 모였다
전생은 잊어버리라고
황산칼슘으로 세뇌후
세상밖에서
다시 윤회를 시작한다
나는
비데달린 변기에서
똥을 누면서
똥에 대한 시를
힘주어 끙끙대고 있다
(이 가림 시인은 말했다
오정문학회 2월 강연에서
참다운 시인이 되기 위해서
똥과도 교감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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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 자 작 시 ☜
똥과의 교감(습작시2008-5)
김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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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
08.02.16 13:5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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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배운 내용을 바로 창작에 적용해 보시구요 배움의 자세가 되어 계시네요.좋은글 많이 쓰세요
대단하시네요. 특별한 소재를 가지고 그렇게 멋지게 표현하시는 김기채선생님. 저희는 그런거에 대한 추억이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