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M과 함께 읽기를 추천합니다.
1. 여름소년
나를 실은 작은 버스가 털털, 자갈이 끼어있는 길을 오른다. 후덥지근함에 턱 언저리를 쓸었다.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졸라 시골인 할머니댁에 혼자 내려왔다. 내년이면 고3인데 그 전에 탁 트인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고 싶었다. 할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뿌듯함에 짐가방을 이유없이 매만졌다.
버스가 흙먼지를 요란하게 내며 멈추고 버스에서 내리자 체온과 비슷한 공기가 나를 반겼다. 꼭 공중에 떠있는 것 같았다.할머니네집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좀 걸어야 했다. 짐을 좀 가볍게 쌀걸 그랬나. 입을 삐죽거리며 걷던 터였다. 멀리서 남자아이가 입에 무언가를 댄 채로 물가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참 예뻤다. 나는 꼭 소설 소나기의 남자 주인공이 된거처럼 그 아이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바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이 설렁,하고 불자 그아이가 내 쪽으로 방향을 달리했다. 그리고는 머쓱하게 입 근처에 있던 기계를 내리고 시선을 물가로 던졌다.
퍽 시골소년 다웠다. 나는 나름 서울소녀답게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내 짐좀 들어주지 않을래? 집에 도착하면 맛있는걸 줄게."
사실 혼자 들어도 되는데 괜히 그 아이와 말을 섞어보고 싶었다. 새초롬하게 가방을 건네니 그 아이는 대수롭지 않단 표정으로 선뜻 가방을 들어 주었다. 넌 여기 사는 애니? 아까 입에 대고 있던 건 뭐야? 관심의 질문을 쏟았다.
"...녹음기."
"녹음기? 그걸로 뭘 녹음했는데?"
그는 눈을 한 번 굴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소설...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데, 글을 쓸줄 모르거든."
나는 놀라서 고개를 홱 돌렸다. 내 나이또래로 보였는데 글을 쓸 줄 모른다고? 우리엄마 어린시절땐 으레 그런일이 있었다고는 들었다. 아이의 얼굴의 약간의 그늘이 졌다. 창피해 하는 걸까? 나는 자꾸만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한 번 넘기고는 얘기했다. 우리집에 가서, 내가 가르쳐줄게.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는 잠깐 마실에 나간 것인지 계시지 않았다. 나는 급하게 아이의 손목을 잡고 창고방으로 달려갔다. 내기억으론 책이 아주 많았었다. 그 아이는 머쓱하게 들어 오더니, 창고에 있는 낡은 책들을 훑어 보고는 눈을 감고 퀴퀴한 책방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눈을 떠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3403E53E9B6D32F)
"..."
그 곳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 아이는 혼자살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다는 것 이었다. 동정의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그 아이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여름방학을 보내기로 하였다.
*
기억 니은, 부터 시작했다. 거의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인 지금 그 아이는 꽤나 빠른 속도로 나를 따라왔다. 나는 공부를 잘하진 못했는데 꼭 유능한 선생님이 된거처럼 굴었다. 처음 만났던 물가에서 공부하다가 장난을 치는 바람에 책이 홀랑 다젖기도 하고, 내가 가르쳐준 맞춤법이 틀릴 때도 있었다. 할머니가 예쁘게 잘라준 수박을 들고 툇마루에 앉았다. 아이는 녹음기에 그동안 녹음했던 것을 종이에 받아적고 있었고 나는 어렵다고 할 때마다 도와주었다.
"소설가가 되면은, 꼭 내 이야기도 마지막에 넣어줘."
수박씨를 오물오물 골라내며 말했다. 엎드려서 삐뚤한 모양새로 글을 쓰던 아이가 그런 날이 오려면 멀었어. 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나도 헤실하게 웃어 보이고는 풍경을 바라봤다. 매미가 울어댄다. 입은 민소매에 옷 끝자락에 수박물이 떨어진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 가는날 그 아이의 표정은 장마처럼 어두웠다. 버스에 올라타서 자리에 앉아 창문을 열었다. 그 아이는 전화기도 없었기에 나는 서울집 주소를 쪽지에 적어 건넸다. 언젠간 나도 서울에 갈꺼야. 그 아이가 말했다. 당연하지. 편지해. 글씨 틀리면 죽어! 장난 스럽게 답문했다.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멀리 아이가 작아진다. 아예 안 보일 정도가 되자 입꼬리가 어색하게 내려갔다. 처음 올 때 보다 더위가 한 풀 꺾여 버스가 쾌적했는데도 나는 한숨을 쉬었다.
*
서울에 와서는 당연하게 모의고사 준비를 했다. 이제 곧 고3이야. 날씨가 쌀쌀해지자 부모님의 압박은 날로 심해져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원을 갔다가 늦은 밤에서야 집에 돌아왔다. 열쇠로 문을 따기전 편지함에 무심코 눈을 돌렸다. 여러장의 종이가 마구잡이로 꽂혀있었다. 나는 손을 넣어 모두 꺼내고는 한 장씩 차근차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빠 카드고지서, 수도세, 전기세... 깝깝하게 종이를 넘기자 하얀 봉투가 나왔다. 그 아이였다. 삐뚤삐뚤했던 글씨가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찢기도 아까워 조심스럽게 접착면을 떼어내 펼쳤다. 그곳도 겨울일 터인데 편지에선 풀냄새가 나고 햇빛냄새가 났다. 서울에 얼른 와라. 그아이가 몰고 올 여름이 기대되는 밤이었다.
2. 겨울남자
피 한방울 안섞인 오빠가 있었다. 나의 엄만 행방불명이었고 오빠의 아빠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겨울에 길에서 동사하셨다. 참 본인다운 말로였다. 둘이 남겨질 때에 오빠의 나이는 20살로 나와는 2살 터울이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할 무렵 난 참 짐이 되겠구나,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난 일부러 오빠와 떨어지고 싶어했다. 오빠는 참 착했다. 항상 자신보단 내가 먼저였다. 여자아이는 험하게 자라선 안된다고, 집은 가난했지만 나는 모자람없이 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할 무렵 오빠는 있지도 않은 양복을 입고 학교에 왔었다. 안어울린다-라고 하며 어깨를 툭 쳤지만, 차려입은 오빠가 참 멋있었다. 오빠는 나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조화였다.
"줄거면 생화주지,왜 조화야?"
"...이게 더 예뻐."
친구가 없었던 오빠가 양복을 빌리느라 생화까지 살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날리가 없는 향기를 한번 맡고서는 오빠의 목에 내가 하던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봄가을용 양복을 입은 오빠가 안쓰러워 내 코트를 벗어 걸쳐주고 싶었지만 오빠의 자존심이 허락할리 없었다. 양복에 목도리 차림을 한 오빠는 어른보다는 소년 같았다. 빨개진 코를 한번 훌쩍이고 내 손을 잡았다.
*
외식을 고사하고 집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을 때였다. 오빠는 밥을 먹다말고 내 이름을 나직하게 불렀다. 내가 응? 하고 밥을 우물거리던 입으로 대답했다.
"너희 엄마에게 연락이 왔어. 너를 데려가고 싶으시대."
멍하게 젓가락을 입에 물었다. 오빠의 말인 즉슨 엄마는 그렇게 홀연히 떠난 후 세번째 사람을 만나 미국에서 새살림을 시작했고, 형편이 넉넉해져서 나를 데려가고 싶단 것이었다. 내가 좀 더 어렸다면 싫어 오빠랑살거야. 라고 어리광을 부렸겠지만 나는 내가 오빠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버는 족족 나에게 써서 오빠는 2년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알겠다고 했다. 내 덤덤한 태도에 오빠는 잘생각했어.가서 공부열심히해 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지만 그날밤 내가 잠든 모습을 한 없이 쳐다봤다. 눈을 감아도 시선이 느껴져서 눈가가 어색하게 떨리는걸 참느라고 힘들었다.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내 인생에도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B604C53E9BE510F)
*
5년이 지나고 한국에 다시 들어와서 제일먼저 나는 꽃집에 들렀다. 오빠에게 줄 것이다. 남자에게 무슨 꽃이냐고 하겠지만은 받으면 분명 기뻐할 오빠가 눈에 선했다. 시린 겨울날인데 꽃집의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느라 바빴다. 생화로 골라드릴까요? 눈매가 서글한 직원이 말을 걸었다.
"아니요, 조화로 주세요."
포장된 꽃다발을 들고 거리를 나섰다. 푸른빛이 감도는 공기가 차다. 오빠는 오늘 목도리를 했을까? 꽃다발의 향기를 맡았다. 꽃향기대신 겨울냄새가 났다. 하지만 세상에는 진짜보다 더 진실된 가짜도 있더랬다. 오빠와 나의 사이가 그러했던 것처럼.
출처 - 모과홍시
아 다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여름이더 보고싶어ㅠㅠ
11111
헐 눈물나ㅠㅠㅠ오떡햐ㅠㅠ
ㄹ필력쩐다.. 난 1
와미친.....
난..난 여름...분위기 ...개쩔어...
11111111111111111분우ㅣ기레알이다
111분위기..
와 이렇게 고민되는 고르기글 오랜만이라서 심장 떨린다 ㅠㅠㅠㅠ 글 진짜 잘썼다 와 단편영화 하나 본 것 같은 기분? 뒷 얘기가 더 궁금한건 1 왜냐면 뭔가 2는 이대로 끝나도 좋은 결말일것 같은데 1은 아직 너무 아쉬워 ㅠㅠ 근데 개인적으로 더 좋은건 2 ㅋㅋㅋ 강동원 진심 ㅠㅠㅠㅠㅠ 그리고 조화라는 상징적인게 되게 맘에 와닿는당
11111ㅠㅠㅠㅠ
111ㅠㅠㅠ분위기존좋
대박이다 걍 대박 둘다좋아...
11111
둘다ㅠㅠㅠㅠ
ㅜㅜㅜㅜ111힝분위기쩔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