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천에 사는 친한 고향 후배가 부친상을 당해 늦은 밤 제천으로 향했다.
여러 사람들과 새벽까지 술과 담소를 나누다 술이 너무 취해 차에서 편하게 자려고 장례식장을 빠져
나왔다.
차에서 30분 정도 잤을까....추위에 눈을 떠 근처 사우나라도 갈 생각으로 검색을 해보니 시내까지
나가야 할 상황인데, 다행히 옆 골목에 "동네 목욕탕"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촌 동네라 목욕탕 시설이 80년대 스타일의 허름한 시설이다.
여하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1층에서 요금 내고, 2층 목욕탕으로 들어섰다.
공기 좋은 제천 동네라 그런지 문을 열고 탕에 들어 서는데 "기분 좋은 향내"가 난다.
새벽이라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집처럼 편하게, 추위에 차가워진 몸을 녹이려 열탕에 몸을 담궜다.
하~아~ 설탕이 물에 녹듯, 몸이 스르르 녹는 기분이다.
10분쯤 지났을까...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한 손님....
허...허걱..!!!
여...여자다...!!
새벽에 업소에서 일 마치고 오는지, 취한 듯 알몸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서는 그녀.
헉...순간, 여탕에 들어 온 걸 감지했다. 아...아...어떡하나...
(어쩐지 문 열고 들어설 때, 남탕에선 전혀 나지 않는 향이 나더라. 수건, 치약도 없고)
너무너무 놀라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킨 채 급한 대로 열탕에 몸을 깊숙히 담근 후
수건을 머리에 덮고 비스듬히 앉았다.
다행히 그녀는 나를 등진 채 구석진 곳에 앉아 몸을 닦기 시작한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회를 봐서 빠져나갈 생각에 그녀를 주시했다.
으으으....열탕에 앉은지 15분쯤 지났을까...ㅠㅠ..
몸은 타들어 가고, 땀으로 뒤범벅 된 얼굴은 씨뻘겋게 달아 오를 쯤...
이때다 싶어 슬그머니 일어 서려는데....
헉...앉아 있던 그녀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게 아닌가
잽싸게 다시 앉으며 그녀를 주시했다.
다행히 그녀는 구석진 곳 샤워기 앞에 서서 등을 보이고 샤워를 시작한다.
(샤워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훔쳐보는데...
요염하게 흐르는 그녀의 가슴, 허리, 궁댕이 라인을 감출 순 없었다.
늘씬한 그녀의 "관능적인 뒤태"에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런 위급한 상황에 침을 삼키는 "난 인간인지, 짐승인지"....내가 너무 밉게 느껴진다.
아...대박!!
여하튼 그녀에게 발각 돼 성범죄자로 신고를 당하더라도, 도저히 더는 열탕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얼굴에 수건을 덮어 쓰고, 거시기는 바가지로 가린 채" 그녀 몰래 탕 밖으로 미끄러지듯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옷장을 열고 바지만 걸친 채 초스피드로 밖으로 나와 "바로 옆" 남탕으로 골인 했다.
휴~우~...
남탕, 여탕 표시한 글이 작고 흐릿해 술도 취했고, 어두워서 내가 잘 못 본 모양이다.
남탕으로 들어서 벌거 벗은 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아주 잘 익은 토마토" 같았다.
몸 껍질이 탱탱 불은 오뎅처럼 살짝 손만 대면 기냥 벗겨질 것 같은 모양이다....ㅎㅎ
초 긴박감 뒤의 목욕이라 그런지 몸이 아주 상쾌해 목욕을 마치고 콧노래 불러가며 남탕 출구로 나오는데...
헉...그녀도 막 여탕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뭔가 죄 지은 듯 뻘쭘해 서 있는 내 앞을 지나는 그녀가 날 슬쩍 보더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뭐지...저 "음흉한 미소"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봄 날의 정취를 맘껏 들이키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순간 생각이 떠올랐다"
"헉!!...그럴 수도"...."그녀의 치명적 반전"...
그녀의 야릇한 미소는...등을 지고 앉았을 때나, 샤워할 때 "거울로 내 행동"을 유심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그녀는 술 취한 아주 대담한 여인일까...아님, 상황을 파악한 센스 넘치는 여인일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는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첫댓글 프핫하하 코메디 보듯 상상하며
한참웃엇네요ㅋ
종편 코미디 프로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선정적인 이유로 탈락했슈...ㅎㅎ
카페에 들어오면, 종종 그냥 웃고 싶을 때가 있어요.
슬기롭고, 즐거운 카페 생활을 바라며...^^
음..제가 볼때는 둘다 만취했는데,
나인힐스님이 "제대로 들어간 남탕"이었고,
그녀가 "잘못 들어온 남탕"이었을것 같은 느낌..ㅋ
담에 제천가시거든,그 목욕탕가서 다시 확인해보시고..
혹시 그녀를 다시 만나면,이왕 맺은 목욕탕 인연(?)인데,
그냥 "합탕할까요?" 라고 함 물어보시고..
아~빰맞아도 저는 모름..ㅋ
술 취한 그녀의 치명적 반전...
벽을 보고 샤워하며 거울로 내 모습을 다 보고 있었던 사실...ㅎㅎ
내가 놀랄까 봐 모른 채 했던 그녀의 센스 있는 행동에
다시 기회되면 만나고 싶었답니다..ㅋㅋ
저도 과거 지방도시 갔을 때 여탕을 잘못알고 들어갔습니다.
나체의 여인이 몸을 가리지않고 큰 소리를 질러서 급하게 나온적이 있었네요.
실수라 생각하고 주인에게 죄송하단 말을 하곤 남탕으로 초단위로 달려간 기억이 있습니다.
웃게 만들어 고맙습니다.
남자들은 다 벗고 있을 때, 갑자기 여자가 나타나면
순간 거시기를 가리지요.
여성들은 다 벗고 있을 때,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면
거시기 보단, 가슴을 가리더군요...ㅋㅋ
@나인힐스 급 예전에 들은말이 생각나네요
목욕탕에서 불났을때 어딜 가리고 나오겠냐고?
@희린 아마 본능적으로 신체의 "튀어나온 곳"을 먼저 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ㅋㅋ
헐 난감하네 ㅎㅎ
어쨋든 기막힌 논픽션입니다.^^
자유게시판이라 맘 편하게 올려 봤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라 올리는 이도, 보시는 분도, 읽는 순간 만큼은
즐거운 기분이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사우나를 자주가는 나로서는 궁금한게 있는데요.
남자들은 다 벗고 다니는데?
여자들은 다 가리고 다니는건가? 다 벗고 다니는건가?ㅋㅋㅋ
그것이 알고싶다.ㅎㅎㅎ
암튼 재밌게 웃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목욕탕에서 여성들은 젊을수록 수건 등으로 가리는 경우가 많고,
올드할 수록 가리는 거에 거침없는 것 같습니다...ㅎㅎ
(개인적 상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