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노루귀 ‘쫑긋’ 꿩의바람꽃 ‘활짝’ | ||||||||||||||||||||||||||||||||||||
전국 방방곡곡에 들꽃의 세상이 열렸다. 가는 길이 꽃이요, 풍경이요, 작품인 봄 꽃길로 달려가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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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산중의 피나물 숲 마장터 가는 길은 바퀴가 구를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더욱 사람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길은 미시령 ‘창바우’라는 곳에서 제법 수량 많은 계곡을 건너서 시작된다. 산사람들은 이 길을 ‘샛령길’이라 부른다. 옛날 인제나 원통의 지게꾼들은 감자나 잡곡을 지고 이 길을 넘었고, 고성이나 속초의 마부들은 소금을 싣고 반대쪽을 넘어와 마장터에 이르렀다. 그 옛날 마장터는 난장으로 물물교환을 하던 산중 장터였던 셈이다. 마장터라는 이름도 바로 이곳에 마방과 장터가 있었던 데서 비롯했다. 곰이라도 나올 것처럼 무섭게 적막한 숲길. 신비가 드리운 계곡의 그늘. 내 옆에는 낮게 깔린 적막과, 그 적막을 적시는 계곡과 하늘에 잠긴 나무들, 숨찬 언덕과 평화, 거친 숨소리뿐이다. 봄 나무 그늘에는 노골적으로 벌레를 유혹하는 봄꽃이 천연하다. 얼레지·피나물·은방울꽃·벌깨덩굴·봄구슬봉이·낚시제비꽃·홀아비바람꽃…. 특히 노란색 꽃을 피우는 피나물은 마장터 가는 길 내내 계곡의 물길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곡을 따라가던 길은 작은 샛령에 이르러 비탈진 고개를 넘는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드디어 마장터다. 미시령 ‘창바우’에서 한 시간 남짓 걸어서 당도한 마장터. 설악산 북쪽 한복판에 숨겨진 마을. 분명히 이곳의 풍경은 1970년대 낡은 흑백 사진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마장터에는 샛집이 두 채 있고, 봄이면 샛집 주변에는 돌배꽃과 산복사꽃이 그림처럼 피어난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마장터에는 아직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방에서는 아직도 등잔불을 켜고, 아궁이에서 꺼낸 불씨를 화덕에 담아 거기에 라면을 끓이고 밥을 한다. 분명 이 문명 세상에 마장터는 비문명의 방식으로 엄연히 존재한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지층 연대 위에 마장터는 존재한다. 가는 길:인제군 북면 용대리 마장터에 가려면 서울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과 홍천을 거쳐 인제까지 간 다음, 원통을 지나 한계삼거리에서 좌회전, 즉 미시령과 진부령 가는 방향으로 46번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가다 보면 용대리 삼거리에서 진부령과 미시령으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미시령 쪽 466번 국도를 탄다. 조금만 가면 왼편으로 창바우가 보이며, 길 옆에 작은 휴게소와 공터가 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개울을 건너가면 마장터로 들어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용대리에 숙소가 많이 있으며, 황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30여 곳이나 된다.
오대산 염불암 가는 길 흐드러진 ‘춘화’눈이 절로 즐겁네 봄이 온 오대산에 꽃피는 소리 가득하다. 마음 기울여보면 봄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여린 새싹의 소리와 늘어진 가지마다 움트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린다. 계곡은 계곡대로, 기슭은 기슭대로 푸른 날것들이 분주한 햇빛 다툼을 한다. 골이 깊어 봄이 늦게 오는 오대산이지만, 이맘때 상원사의 봄은 여리고 작은 봄꽃으로 넘쳐난다. 절로 가는 길가에는 남보라 현호색 물결이고, 염불암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조붓한 등산로가 온통 얼레지꽃밭이다. 얼레지는 아침에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해가 나면 여섯 장의 자줏빛 꽃잎을 활짝 펼쳐 매혹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얼레지의 모습이 마치 수줍은 산골 처녀가 순식간에 바람난 처녀로 돌변하는 것처럼 보여 ‘바람난 처녀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4월 초순부터 염불암 가는 길은 그야말로 눈이 즐거운 ‘춘화 세상’이다. 군락을 이뤄 피어난 얼레지 너머로 노루귀는 마치 누가 일부러 씨를 뿌려 가꿔놓은 것처럼 지천이다. 흰노루귀·분홍노루귀·보라노루귀·새끼노루귀…. 가파른 고갯길에 올라서면 우통수로 이어진 능선 자락에 꿩의바람꽃이 무성하다. 이름도 어여쁜 꿩의바람꽃은 홀아비바람꽃에 비해 꽃대가 훨씬 길고, 잎 세 장을 단 줄기 끝에 흰색 꽃을 피우는데, 꽃이 크고 탐스러워서 쉽게 시선을 잡아끈다. 여느 봄꽃에 비해 키가 큰 데다 꽃이 커서 그런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 모습만 봐도 이 꽃에 왜 ‘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쉽게 수긍이 간다. 내내 꽃밭을 지나온 길은 서대 염불암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는다. 염불암은 상원사에서 남서쪽으로 2km쯤(걸어서 40여 분) 떨어진 산정에 자리해 있는데, 호령봉과 비로봉을 연결하는 비탈 능선을 한참 타고 오르면 밋밋한 기슭을 마당 삼은 너와집 한 채를 만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가장 아름다운 집. 오대 암자 가운데 가장 외떨어진 곳으로, 서쪽에 자리해 있으므로 서방정토와 극락을 뜻한다. 가물가물 물이랑처럼 펼쳐진 능선 자락들. 염불암에서는 오대산 동남쪽 자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자연에 파묻힌 듯한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더구나 오는 길이 내내 꽃길이므로 이곳에 오는 이는 호사스러운 자연의 혜택을 받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가는 길:오대산에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진부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6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 삼거리가 나오면 446번 지방도를 따라 월정사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약 6km이며, 서대 염불암은 상원사에서 왼쪽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면 된다(문의:오대산관리사무소 033-332-6417, 332-6494, 오대산 소금강분소 661-4161. 전나무숲 자연관찰로 및 자연교실은 봄과 여름에 운영한다).
월악산 숲길 재스민 향 같은 새순 냄새 상큼 호숫가에 연분홍 복사꽃이 피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복사꽃 구경을 한다. 반대편 산기슭에는 산벚꽃이 피어서 계곡이 환하다. 월악나루 지나면 송계 계곡은 더욱 봄이 깊다. 산수유인가 싶은 노란 꽃이 드문드문 미륵사지 가는 길에 피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생강나무 꽃이다. 다닥다닥한 산수유 꽃송이보다 훨씬 탐스럽고 점잖다. 신기해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사진을 찍는다. 껍질을 살짝만 벗겨도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가지에 손톱만큼 흠집을 내어 냄새를 맡아본다. 정말 생강 냄새가 진하다. 미륵리에서 길을 잡아 덕주골로 오른다. 산살구꽃·개복사꽃·산벚꽃에 월악산 아랫도리가 희부옇게 물들었다. 산 아래 나무는 제법 봄물이 올라서 가지마다 갓난아기 혓바닥만 한 잎을 내밀고 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봄의 연한 잎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나무의 혀가 향긋한 봄바람을 맛보는 것만 같다. 덕주사를 지나 영봉으로 올라가는 계곡에는 막 새순을 피운 물푸레나무가 볼만하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재스민 향 같은 새순 냄새가 난다. 여기저기 바위 틈에서는 매화말발도리인지 바위말발도리인지 헷갈리는 흰 꽃이 피었다. 영봉 중턱에는 덕주사 마애불(보물 제406호)이 갖가지 봄꽃에 둘러싸였다. 마애불 앞에는 누가 마치 일부러 씨를 뿌려놓은 것처럼 봄맞이꽃이 빼곡하다. 여기서 능선의 고도를 좀더 높이면 노랑제비꽃이 천지다. 능선의 그늘에는 불쑥불쑥 노루귀가 솟았다. 월악산 8부 능선이 아예 노루귀 밭이다. 산 아래 자리한 송계리 기와집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 꽃이 한창이다. 미선나무 꽃은 어떤 봄꽃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나무 전체가 흐뭇한 한 채의 꽃집이다. 가는 길:월악산 쪽으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 단양 나들목을 빠져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가거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나들목으로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가다 36번 국도를 바꿔 타면 된다. 송계리나 미륵리에 숙식 시설이 많이 있다.
삼척 무건리 가는 길 귀룽나무꽃에 환장하겠네 때때로 차를 버리고 걷고 싶은 길이 있다. 오로지 발바닥으로 흙바닥과 교감하며, 길의 질감을 느끼고 싶은 곳이 있다. 무건리 가는 길이 그렇다. 무건리(‘물 건네’에서 유래) 소재말에서 큰말까지 이어진 길 십여 리는 차와 사람을 전혀 만날 수 없는, 심심하고 무료한 길이다. 하지만 가는 동안 자줏빛 제비꽃과 봄구슬봉이·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어 외로운 길을 환하게 물들인다. 난생처음 보는 귀룽나무꽃과 분꽃나무는 여행자의 마음을 더없이 황홀하게 만든다. 흔하게 보았지만 여전히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산복사꽃과 개살구꽃도 수시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건리 큰말에는 농사철에만 한시적으로 사람이 들어와 사는 까닭에 이른 봄에는 길에서 사람 구경을 할 수 없다. 봄에도 가을에도 큰말의 집은 모두 텅 비어 있다. 집이라고 해봐야 고작 10여 채지만, 대부분은 쓰러져가는 빈집이고, 사람이 잠시 머무르다 간 흔적이 보이는 집도 겨우 서너 채이다. 큰말의 빈집 마루에 앉아 있으면, 산바람이 걸어오면서 흘린 땀을 식혀준다. 도계 인근 산자락의 장쾌한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어쩔 수 없이 무건리 가는 길이 더디다. 가는 내내 봄꽃 구경을 하다 보면, 한 시간 걸릴 거리가 두 시간이 되고, 세 시간이 된다. 그러나 봄나들이는 애당초 고무줄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속전속결로 왔다가는 여행은 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행이다. 몸과 마음을 무장 해제하고 걸어야 제격인 무건리 가는 길. 언제 다시 무건리 두멧길을 걸어볼 것인가. 가는 길:무건리에 가려면 태백과 삼척을 잇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도계읍에서 삼척 방면 도로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도계모텔 033-541-7777, 로얄장 541-5599, 신기파크 541-5666. 신리에 있는 너와마을식당(552-5967)은 칡뿌리에서 추출한 녹말가루로 만든 칡전병이 유명하다.
두미도 산길 수백 년 된 흰 동백 사람을 홀리고…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두 번 운행하는 완행선을 타고 두미도로 간다. 통영에는 섬이 숱하게 많지만, 아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드문 섬이 바로 두미도다. 사람도 별로 없고 어선도 몇 척 보이지 않는 무서울 정도로 적막한 섬. 포구에서 마을로 올라서면 해풍을 막아주듯 들어선 동백 숲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다. 이곳의 동백은 상당수가 수령 수백 년은 족히 되는 늙은 동백이다. 나무마다 검붉은 동백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고, 바닥에는 떨어진 동백꽃으로 눈부시다. 두미도의 동백은 빛깔이 유난히 곱고 진하며, 약간 검붉은 색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특징이다. 두미도에서는 청석마을에서 수백 년 된 흰 동백도 만날 수 있는데, 사실 토종 흰 동백은 거문도와 보길도를 비롯해 몇몇 곳에만 남아 있는 희귀한 수종이다. 더욱이 수령이 수백 년 된 흰 동백은 귀하디 귀한 것이지만, 이 동백은 아직까지 외부에 전혀 알려진 적이 없다. 두미남구 구전마을에서 사동으로 넘어가는 조붓한 산길에는 하얀 산자고 꽃밭이 펼쳐진다. 한두 곳이 아니라 아예 길가의 산비탈이 산자고 군락지다. 무릇, 까치무릇이라고도 불리는 산자고는 작은 백합처럼 생겼는데, 정말 탐스럽다. 조금 더 산길을 타고 올라가자 이번에는 노루귀 밭이 이어진다. 흰노루귀 군락 사이로 몇몇 송이는 분홍색 꽃이 피었다. 구전마을에서 사동을 지나 학리까지는 십리가 조금 넘는 길이지만,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는 은밀한 산길이다. 가는 길은 내내 꽃밭이고 비경의 연속이다. 길 아래로는 이미 사람이 다 떠난 빈집이 수두룩하다. 주인이 버리고 간 복사꽃이며 살구꽃은 무너진 담벼락 틈새에서, 폐허가 된 장독대 옆에서 보란 듯이 꽃을 피우고 있다. 가는 길: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1일 2회(06:30, 14:00) 완행선을 운항한다. 배편 문의: 통영여객선터미널 055-642-0116, 641-0313, 645-3717, 민박집 구전마을 심태근씨 642-6789, 010-6325-9721, 학리 곽창평씨 011-554-3722, 두미도 어촌계 644-9273. |
첫댓글 걍 다 가고파지네여..............어디든 봄내음이 물씨나는 곳이면.....현호색 저 빛깔이 있는 곳도....봄날이 오긴 오는건가봐요`~
예..많이 왔는데....어디있는지 몰라 찾는가봐요~
정말 꽃길이 따로 없네요...정훈희란 가수의 "꽃길"이란 노래가 연상되는 그런 아름다운 길들이네요....^^*
그런 노래도 아세요? 정훈희 이카는....늙은세대인데..ㅋㅋㅋㅋㅋzzzzzzzzzzzzzzzzzz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