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으로 누구를 써 볼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해서 많이 돌려보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니 지금 남은 사람들이 참 애매했거든요. 저는 망명자의 탱고도 좋아하고 아랑훼즈도 좋아하고 빈사의 백조도 좋아하고 사실 피겨란 피겨는 다 좋아해요. 어쩔땐 아사다마오 종을 돌려볼 때도 있어요<
누구의 이야기를 올리든 똑같으니까ㅋㅋㅋ 일단 저한테 힘이 되는 걸 쓰려고 해요. 제가 요즘 업무폭탄을 맞았거든요. 우아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보고 있으면 쾌활함이 전해지는 무라카미 카나코 선수 이야기를 한번 써 볼게요. 일본 선수단이 싫으신 분들께는 음.... 저 밑에 바이올린 뮤즈 영상만 보고 가세요. 저건 진짜 무라카미 카나코 선수의 마스터피스에요. 그것도 싫으시다면 음......... 죄송합니다(__)
4. 은반의 아이돌, 무라카미 카나코
일본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당연히 마오겠죠. 걔가 그동안 해 먹은 게 얼만데요. 아사다 마오 뿐만 아니라 일본 선수단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똑같은 분위기에요. 점프!! 점프!! 고득점!! 필살기!! 난 트리플악셀!!!!!! 닥쳐 난 쿼드 살코!!!!!! 점프가 약한 선수들이라고 해도 다를 건 없어요. 점프가 안되면 스텝!! 스핀!! 고득점!! 필살기!! 얘네들이 그래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를 좋아해요. 필살기 캔들 포지션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무리한 고난도 기술보다는 표현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가 있어요.
무라카미 카나코 선수는 1994년 나고야에서 태어났습니다. 코치는 야마다 마치코 코치. 네 그래요 아사다마오 선수의 후배에요. 초등학생 시절 마오 선수와 양팔로 하트 만들어서 찍은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라카미도 어려서부터 트리플악셀을 뛰었다거나 필살기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도리어 무라카미는 일본 노비스 대회에서도 2006년 7위, 2007년 5위로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한 채 주니어 시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니어 시즌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2009 ~10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1위, 전일본선수권 5위, 주니어 세계선수권 1위를 차지합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아사다 마오의 뒤를 이을 리틀 아사다가 나타났다!!' 라며 기뻐하지만, 뒤이어 갈라쇼에 등장한 무라카미의 의상은 김연아 선수의 거쉰 분홍색 버전이었습니다.
2010 Dream On Ice 오사카 갈라. 주니어 세계선수권 갈라를 올리고 싶은데 화면상태가 마음에 드는 게 없네요(...)
주니어 선수들은 자기가 존경하는 선수의 의상을 따라 입습니다. 예전에 김연아 선수 관련글로 많이 올라온 거 보셨을 거에요. 김연아 선수의 옷을 따라입은 어린 선수들. 무라카미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맘때쯤부터 일본 해설자들이 무라카미 선수가 아이스링크에 들어서면 '아사다 마오를 동경하고 김연아에게 감동받는' 이라는 말을 이름 앞에 꼭 붙이더라구요. 실제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도 좋아하는 선수로 김연아 선수를 꼽았구요.
인터뷰라거나 해설자들의 말이나 자잘한 것은 제하더라도, 무라카미 선수가 연느의 스타일을 많이 공부한 것은 맞아요. 이 당시 일본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무라카미 카나코는 김연아 같은 스타일로 연기한다 / 아니다 김연아와 관계없다' 를 주제로 크게 논쟁이 벌어졌었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김연아 같은 스타일"이에요. 당시 일본인들이 꼽은 연느의 스타일은
1. 빠르게 활주하여 2. 그 속도를 그대로 점프에 연결시키고 3. 기술요소 사이사이의 안무에 충실
이 정도로 요약이 가능한데, 실제로 기술 요소의 성공을 위해 속도나 안무는 안중에도 없었던 일본 선수단(당시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스즈키 아키코)과는 달리 무라카미 선수는 주니어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팅의 속도가 빠른 편이었고 (일본 여자 선수 기준입니다. 전세계의 여자 선수 기준으로 보면 그냥 흔한 속도에요) 마냥 활주만 하려 드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요.
어쨌든 일본 내에서는 마오 주니어로 불렸던 무라카미이지만, 역시나 시니어 데뷔 이후로도 필살기를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3회전+3회전 점프를 성공적으로 장착했지만 그나마도 3토룹3토룹, 가장 쉬운 난이도의 콤비네이션이에요. (필살기를 사랑하는 일본 해설자들이 이 3토룹3토룹이 무라카미 카나코의 필살기이며 이건 아사다 마오도 못하는 기술이라고 난리를 쳐서 한때 일본인들은 트리플악셀보다 3토룹3토룹이 더 어려운 것인 줄 알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이 드래곤볼은 아니잖아요? 필살기 대신에 무라카미는 좀 다른 것을 선보였어요. 빙판 위에서 신나게 춤추기.
2010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 프로그램, Jumping Jack
'피겨스케이팅의 룰을 바꾸면 어떻게 바꾸고 싶습니까?' 일본의 모 잡지에서 일본 피겨 선수들을 상대로 조사한 앙케이트에서 무라카미는 정말 참신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쇼트는 점프를 2개까지로 하고 대신 춤을 왕창 추기!!!!!!!!!!!!!!!!', '프리는 점프를 5개까지로 하고 대신 춤을 왕창 추기!!!!!!!!!!!!!'
어지간히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갓 시니어에 데뷔한 선수들은 주니어 티가 나기 마련이에요. 애초에 우아한 연기가 불가능하다면 신나게 춤이라도 추자,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신에 유쾌하다는 장점을 부각시킨 프로그램 덕분에 무라카미의 시니어 데뷔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니어 첫 해에 NHK트로피 3위, 스케이트 아메리카 1위, 그랑프리 파이널 3위, 세계선수권에서는 8위. 이듬해 2012 시즌에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진 못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5위를 기록합니다.
그러나 무라카미가 언제까지나 유쾌한 어린아이인 것만은 아니었어요. 이미 2012 시즌부터 성숙한 연기에 도전했던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고 합니다....) 무라카미는 2013년 시즌, 드디어 서정적인 프로그램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냅니다.
2013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 Prayer for Taylor
2013 시즌 룰개정의 특징 중 하나는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후반 점프 가산점이 도입되었다는 거에요. 과감하게 스탭 시퀀스를 도입으로 배치하고 3+3 콤비네이션과 3플립을 후반부로 빼내는 전략을 사용하자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해설자들과 피겨 팬들은 서정적인 모습으로 변한 무라카미에게 찬사를 보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4위를 기록하여 자신의 최고 등수를 갱신합니다. 말이 4위지 실질적으로는 3위 줬어도 상관 없었을 거에요.
어쨌든 무라카미는 자신이 목표로 하던 소치 올림픽까지 착실하게 잘 성장했어요. 벤쿠버 올림픽 직후, 포스트 김연아 혹은 아사다 마오 주니어 혹은 러시아 신예 3인방 등등 많은 유망주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커리어를 쌓는 데도 성공했고 몇몇 설레발 언론에서는 김연아의 새로운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에 모든 일이 마냥 잘 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꼭 문제는 예상 외의 부분에서 생깁니다.
그랑프리 6차 컵 오브 러시아, 아이스링크에 등장한 무라카미는 쇼트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3차 컵 오브 차이나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디움에 올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자신의 프로그램 음악이 아닌 다른 선수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물론 그 직후에 무라카미 선수의 선곡을 다시 틀어 주긴 했습니다만, 이미 선수 본인은 크게 당황해 버렸습니다. 그 컨시 좋던 3토룹3토룹이 2토룹2토룹이 되고..... 최종 결과는 7위. 망했어요 망했어
하지만 무라카미는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상, 아무리 대회 경력이 엉망이어도 전일본선수권에서 우승을 하거나 혹은 2위를 해 연맹 추천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랑프리 파이널에 올라가질 못했으니 남은 것은 전일본선수권에 모든 힘을 쏟는 것 뿐이었습니다.
2013 전일본선수권 쇼트 프로그램, 바이올린 뮤즈
사실 무라카미 선수는 이 프로그램을 2012 시즌에 사용했었습니다. 주니어 티를 벗지 못했던 2년 전과 달리, 올림픽을 앞두고 마음 고생을 크게 한 무라카미의 표현력은 한층 더 강렬해졌습니다. 아름다운 선곡과 선수의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안무가 적절하게 조화된 프로그램이니, 이 정도 되면 한 선수의 대표격인 마스터피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D
여튼 전일본선수권 2위, 그리고 4대륙 1위(총합 196.91로 애슐리 와그너가 세운 대회 최고 기록을 갈아치움), 시즌 초반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무라카미의 모습에 일본의 기대치는 다시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너무 일찍 많은 걸 불태웠나 봐요. 정작 그렇게 바라던 올림픽에서는 12위에 그쳤고 직후 세계선수권에서도 10위에 머물러 안타깝게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진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무라카미의 선수 생활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평창 올림픽 출전은 미정,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 사람들을 감동시킬 멋진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가 새로이 생겼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멋진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만큼은 꼭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감추기보다는 다른 장점으로 커버하는 선수들이 진짜 멋지다고 생각하니까요.
+ 어린 선수들은 섣불리 뭐라 말하기가 참 어렵네요;; 보여준 것도 적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첫댓글 아까 어떤 블리가 원하던 카나코 가져왔음!
카나코 13시즌 LP도 되게 좋아 피아졸라 메들리!!
꿀잼...♥ ..근데 블리야 연느도 한번 써주라!! 연느꺼도 보고싶다ㅠ ㅜ
나더 쓰는게 아니라 퍼오는거라서...ㅠㅠ 연느는 안쓰신다고하셨덩 원글작성자님이..ㅠㅠ
헐 왜지ㅠㅜㅜㅠ아쉽다 암튼 좋은글 가져와줘서 고마워♡
그중국선수누구였지...리지준인가??그선수써줄수있어???ㅎㅎ
내가 쓰는게 아니라 퍼오는거라서ㅠㅠㅠㅠ 미안해..원글쓴이도 이거 거의 반년동안 안쓰고있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