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동리 목월 문학기행(2)

[김문홍]

                                                    경주시 동리 목월 문학 기행(2)

                         초여름 경주에서,

                   토속적 정서의 香薰에 빠지다

「무녀도」의 배경지인 예기소

 이번에는 김동리의 소설「무녀도」의 배경지인 ‘예기소’을 방문했다. 다리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이곳 강물은 포항으로 흘러간다고 하는데, 동리 선생은 어린 시절에서 이곳에서 무당들의 굿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이곳 강물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많은 시체가 떠오르곤 했는데, 그 사람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굿이 많았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무녀인 모화가 기독교도인 아들 욱이를 찔러 죽인 뒤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죽는데 바로 이곳이 그 무대라고 한다. 동리 선생은 어린 시절 이곳에서 맏형인 김범부 선생의 큰 아들과 이곳에서 해엄을 치고 놀다가 시체를 발견하고 인공호흡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무녀도의 작품 무대. 모화가 강물로 걸어 들어가던 곳이다>

         <건너다 보이는 곳에 실꾸리를 다 풀어도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예기소가 있다>

 이곳 강물 왼쪽에는 조그마한 늪이 하나 있는 그곳이 ‘예기소’라고 한다. 실꾸리를 하나 다 풀어내려도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묘사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 깊이가 대충 여덟 자는 된다고 한다. 그 예기소 건너 마을로 동리 선생의 누이가 시집을 갔는데 어린 시절 그곳으로 많이 놀러 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웃집 소녀인 ‘선이’와 동리는 친하게 지냈는데 선이가 어느 날 갑자기 죽어 거적대기에 둘들 말려 예기소에 버려졌다고 한다. 그 무렵 어린 동리는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한 죽음의 허무가 그의 작품에 깊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이 간다. 작품「무녀도」는 한국의 토속적 종교인 샤머니즘과 와래문화인 기독교 문화와의 충돌을 그린 작품으로, 1978년에 다시 장편소설『을화』(乙火)로 개작되고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어 노벨문학상 본심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인「까치 소리」도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 경주시 성건동의 동리 생가

 동리 김시종은 1913년 11월 24일 경상북도 경주시 성건동 186번지에서 출생했는데, 본명은 창귀이다. 계남소학교, 대구의 계성중학교에 입학하여 2년 간 수학한 후, 서울의 경신중학 3학년에 편입했다.

 동리 생가는 현재 경주시 성건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은 동리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 그곳에다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동리 생가가 있던 곳은 지금 여러 집이 이웃하고 있는데, 그 부지를 매입하려면 일일이 토지를 보상해야 하는데 100억 원 정도가 든다고 하여 아직 엄두를 내기 못한다고 한다. 동리와 여러 친척들의 증언에 따라 화가들이 생가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상태라고 한다.

                    <동리의 생가. 이웃하는 몇 집을 매입해야 생가가 복원될 수 있다고 한다>

                           <동리의 생가에 있는 옛 우물. 우믈을 겅계로 이웃집과 나누어진다>  

 집에 들어가 보니 지금은 버려진 우물이 이웃집과 담을 경계로 하여 분할되고 있는데, 그 일대의 여러 집을 시가대로 매입하려면 엄청난 돈과 행정적 절차가 따라 생가 복원 사업이 지지부진이라고 한다. 지금 동리의 제자들은 모두 70대가 되어 있는데 이 분들이 죽기 전에 생가 복원 사업이 복원되어야 한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문인들이 동리 생가 복원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한다. 동리 생가 앞의 빈터에서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상처를 입고 옴쭉 달싹을 못하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연민의 눈길을 보냈다. 그 참새는 어쩌면 동리의 작품 속에서 날아와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는데, 생가 복원의 어려움을 그 상처 입은 참새가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의 목월 박영종 생가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직원의 안내로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 571번지에 있는 목월 박영종의 생가를 방문했다. 경주 시내를 벗어나 대구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그의 생가가 있다. 마을 입구에 버스를 세워 놓고 한 20여 분 가량 걸어 올라가면 그의 생가가 있다.

 목월 박영종의 생가는 이웃에 있는 집이 많이 없어 동리 생가의 복원보다는 훨씬 쉽다고 한다. 목월 박영종은 이곳에서 출생하여 대구의 계성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다가 뜻을 품고 일본 유학을 시도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상 다시 귀국하여 금융조합(지금의 은행) 서기로 근무하게 된다.

                                  <목월 생가를 알리는 건천읍 모량리 마을 입구의 표지판>

                  <목월의 생가. 1980년대에 집이 헐리고 다른 사람이 새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기념사업회 직원이 목월이 부인 유익순 여사를 만나게 된 일화를 들려 주었다. 어느 날 출장길에 목월은 기차 안에서 한 여자를 우연하게 만나게 되는데 그만 그녀에게 마음이 쏠려 버렸다. 어머니의 소개로 이웃에 있는 대구에 선을 보러 가지만 오로지 기차 안에서 만난 그 여자의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불국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금융조합의 부하 남자 직원을 우연하게 마주쳤다. 그런데 그 남자 옆에 기차에서 마주쳤던 여자가 서 있는 게 아닌가. 그 여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녀의 모친이 여자는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며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라는 명에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자 경주에 있는 형부 댁에 며칠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그 형부가 바로 목월의 금융조합 직원이었던 것이다. 거기서 전격적으로 혼사가 진행되어 그는 유익순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목월 박영종은 자식 사랑이 끔찍했다고 하는데 그의 아들 박동규가 이를 증언하고 있다.

                                <목월 박영종이 산책을 하며 시심을 가꾸었다는 작은 동산>

                                   <목월 생가 앞에서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생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마을 입구로 걸어 내려 왔다. 길의 중간 쯤 오른쪽에 있는 조그마한 동산에서 목월은 자주 산책을 하면서 시심을 키웠다고 한다. 걸어 내려오면서 우리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따 먹기도 하고, 풀숲의 산딸기도 가끔 따 먹기도 했다. 우리 일행은 기념사업회 직원을 바람결에 일렁이는 보리밭 곁에서 떠나보내고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역시 돌아오는 길도 막하지 않고 교통 흐름이 유연했다. 출발한지 1시간 조금 더 되어 도착하여 산 낙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주부독서회 총무가 도착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전화를 하다가 “어휴 속상해. 이 인간이 아직도 아이들 저녁을 안 먹였대.”하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 초여름 경주의 문학적 향취에 취해 가슴 설레이던 낭만과 정서가 현실적 일상 앞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아 동행하던 우리 몇 사람은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허망한 기분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외국의 어느 유명 시인의 낙관적인 싯귀와 부산의 지하철 어느 역사의 벽에 붙여진 삶의 아포리즘을 담은 글이다.

 아, 바람이 분다. 한 번 살아봐야겠다.

 육체는 물질이기 때문에 늙는다. 그러나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늙지 않는다. 다만 물질인 육체의 늙음에 영향을 맏아 마음이 늙었다고 판단할 뿐이다,  <끝>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들과 유월 초닷새 경주를 다녀오며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미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육신은 늙지만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늙지 않는다.> 공감합니다. 젊은 기운을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강구중]

동리 ,목월 기념관을 작년 여름에 갔지요. 불교문학회 하계세미나로 감회가 새롭습니다.생가는 가보질 않아서 더욱더 정겹네요. 좋은 자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