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인터넷 바꾸면 현금 다발을?
며칠전 은행을 다녀오는 길에 현금 다발을 들고 흔드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자전거를 들고 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돈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나봅니다. 그 아저씨는 지나가는 아줌마를 붙잡고 신문을 보면 현금을 준다고 설득중이였습니다. 펼쳐진 돈을 보니 쿵쾅쿵쾅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겨우 마음을 바로잡고 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문 앞에 큰 종이가 붙어있었습니다. '현금 23만원'이란 글자와 함께요. 무슨 말인지 보니 인터넷에 가입하면 돈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와, 요즘은 신문보고 인터넷 깔면 돈을 버는 세상이 되었나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뜨더군요. 어차피 신문볼거 그 신문보고, 어차피 인터넷 쓸거 그 인터넷 바꾸고 돈이나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요.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353FE254A82A2734F)
신문보고 인터넷 깔면 돈을 버는 세상, 현금 다발의 유혹
현금 다발의 유혹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비록 그 신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펼쳐진 현금 앞에선 더 매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볼 신문이면 자전거나 현금을 주는 신문을 보는 것이 이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그 회사가 과거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인터넷회사이지만, 한푼이 아쉬운 요즘에 현금 23만원이라는 '특별 사은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매달 나가는 신문값과 인터넷비를 아끼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깍아주는 것이 아닌 돈을 주는 것이니까요. 요즘 같은 불경기엔 그야말로 치명적 유혹입니다.
현금 다발의 달콤한 유혹, 결국엔 족쇄가 되어 돌아와
하지만 저는 이내 이성을 되찾고 현금다발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로 했습니다. 이전의 짜증나는 경험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집에서 자전거를 받고 신문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신문 아저씨의 속삭임에 마음이 흔들리셨던 것입니다. 자전거로 시작된 신문구독을 몇달 쯤 했을 때, 아무래도 이 신문은 아닌 것 같아 신문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더군요. 신문을 '자유의지'에 따라 구독하지 않았으니, '자유의지'에 따라 끊는 것도 불가능해 진 것입니다. 신문사에서도 자전거를 받았는데 웬만하면 계속 보라며 권유를 계속 했고, 어머니는 그분들의 강요아닌 강요에 신문을 한동안 계속 봐야했습니다.
큰 경품이 가지고 있는 그런 의미를 한 번 안 이상, 경품이 큰 만큼 족쇄도 크고 강해진다는 걸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쿵쾅쿵쾅 거리는 마음을 접고 뒤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신문, 인터넷 바꾸면 현금 다발을? 이제는 바로 잡아야
초고속 인터넷 회사들과 이동통신회사들의 과열된 판촉경쟁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합니다. 신문사들의 경품을 통한 판촉경쟁 역시 신문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주범이라는 건 오랫동안 우리가 경험으로 터득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들도 화려한 선물과 돈 앞에서는 모두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이런 악습이 끊어지지 않은 이유 입니다.
과연 개인들이 이런 유혹 앞에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아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시장규제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이제는 정부가 이런 고리를 끊고자 나서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신문을 보라고 현금을 흔들고, 인터넷 가입하면 큰 돈을 준다고 써붙이는 것은 우리에게 부끄러운 광경입니다. 이런 부끄러운 광경을 없애므로써 개인들이 나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공정한 시장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제 제대로 된 규제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http://v.daum.net/link/3908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