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군은 이 글의 댓글에서 “하나 틀리는 것까지는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점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던 만큼 겸손하게 정진하겠다”라고 했다. 또 “서울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살 빼서 다음엔 좀 슬림하게 보자”는 등 서울에서 시작할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군은 국어 B형(표준점수 139점), 수학 A형(131점), 영어(132점), 한국사(67점)·법과정치(67점)를 선택해 표준점수 536점을 받았다. 이 군은 정시에서 서울대 경영학과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군이 페이스북에 올린 만점 소감문2015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수능 전날까지 제 페이스를 유지하고 부단히 자기암시를 준 결과라고 생각되어 뿌듯합니다.
저는 입시 제도에 불만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교복을 입은 채 학교에서 지내며, 밤늦게까지 학문적 성취감과는 거리가 먼 입시 공부를 하다가 4시간 남짓의 잠을 자곤 이튿날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 했던 일상의 반복이 싫었습니다. 그런 노력은 한순간의 선택과 실수가 대학을 결정하는 수능으로 점수화될 예정이었고, 저 또한 실수 때문에 최저등급을 못 맞추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끊임없이 극복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한 채 끊임없이 경쟁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과열된 입시 경쟁을 치렀습니다. 대입간소화를 시킨다고는 하지만 체감되는 대학 입시는 아주 복잡합니다. 줄어든 정시 인원, 수시 지원에 필요한 스펙, 유형이 바뀐 논술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안겨 줄 뿐입니다. 그러한 삼자의 노력으로 고등학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상당수는 대학 졸업 후 전공과 관련 없는 직종을 선택할 것입니다. 입시 경쟁으로 인해 개성이 매몰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입시의 문제는 비단 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반이 가진 인식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 제도의 문제가 살인적인 대학 입시 제도를 양산했으며 저는 그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우리나라의 어떠한 사회적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학년 때 제 손으로 이 시스템을 바꿔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방법은 시스템 외부에서 변혁을 가져오거나, 시스템 내부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 개혁을 단행하는 것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험난한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할 용기가 없었던 저는, 저에게 주어진 입시 경쟁이라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꼭 우리 사회를 바꿀만 한 위치에 오르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수능 성적을 얻었습니다. 남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덕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기심이나 특권 의식을 갖지 않고, 모순적인 사회를 바꿔 보고자 했던 저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이를 스스로 다짐하고자 이렇게 장문의 글을 썼는데,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셨다면 앞으로의 제 삶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부모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저를 믿어 준 동생과 누나에게도 고맙습니다. 자식처럼 신경써 주신 담임선생님과 항상 열성적인 가르침을 주셨던 대연고 선생님들, 학교 밖의 멘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격려해주고 응원해준 친구들, 선배님들, 후배들에게 감사합니다. 3년의 힘든 시간을 모두 이겨낸 우리학교 친구들, 그리고 제 주변의 모든 고3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