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음사탐방안내센터~구린굴
관음사~백록담~성판악.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 8.7km 5시간, 백록담에서 성판악까지 9.6km 4시간반(하산 시 3시간?)
한라산 코스 중 가장 가파르고 긴 코스다.
오전 7시35분 한라산 북측 해발 620m인 관음사탐방안내센터로 입산.
해가 부쩍 짧아진 11월1일부터 동계 기준 적용하여 입산 통제 시각 삼각봉대피소 12시, 백록담 동능(정상) 1시반이란다.
그런데 시작할 때 확인도 안해보고는 11월이니까 춘추절기로 생각해버리고 통제시각을 12시반, 2시로 착각하고 오른다.
게하에서 만나 동무하게 된 단비씨는 한라산이 처음이라 해서 초반 숲의 풍광이 마음을 홀려도 그런 건 성판악 하산길에도 볼 수 있으니 일단 초반에는 패쓰 해야 한다, 사진은 삼각봉대피소부터 잠깐씩 찍자, 정상에 일찍 당도해야 정상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당부. ㅎㅎ
탐방로 입구부터 3.2km는 완만한 숲길이다.
탐라계곡 숲길도 영실코스 못지 않게 단풍이 예쁘다고 들은 바 있지만 시기가 늦었다.
헛! 아직 살짝 단풍이 남아있는 숲길로 들어가다가 발견한 숲속 연못? 아니 웅덩이?
한라산 계곡은 봄이든 여름이든 어느 코스에도 물이 고여있는 걸 본 적이 없던 터라 제법 크고 예쁜 웅덩이가 흑경처럼 형성되어 있는 걸 보니 반갑다.
한라산 계곡은 건천이니까...
그치만 비가 내리면 백록담에 고인 담수가 한라산 구멍 숭숭 돌길 밑으로 밑으로 빠져 흘러 우리 몰래 곶자왈을 살리고 숲 속 동물들을 살리고 저~아래 인간 군락지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아마도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방수막이 되어 구멍 숭숭 현무암 아래로 물이 빠져버리지 않고 잠시 물이 고여 있을 수 있었나보다.
"단비씨~ 조오기 쪼그려 앉아봐요"
넘 예쁜 웅덩이를 만났으니 초반엔 사진 찍지 말고 열심히 걷자던 당부를 내가 먼저 잊은 채 단비씨를 적당한 위치에 지정하여 앉혀놓고 요렇게 저렇게 포즈를 요구하면서 사진을 찍어준 다음 나도 가서 앉아 찰칵 찰칵!
"언니 되게 잘하시네요~ㅎㅎ"
"7년째 이러고 놀고 있어요~ ㅋ"
발길 재촉하여 숲길을 걷는다.
앗! 우리 발자국 아닌 다른 존재들의 발자국.
이 숲의 주인들이다.
좀 더 이어진 숲길을 걷다가 첫번째 만난 쉼터 앞에 '구린굴' 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구린굴은 금줄 안 아랫쪽 계곡에 숨어 있고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3년 전 여름에 왔을 때도 궁금하여 살짝 들어가 봤었다.
근데 그때는 여름철이라 금줄 아래 무성한 잡풀 속에서 벌레가 나올 것 같았고, 동굴 안도 너무 습한데다 어두워서 박쥐가 튀어나올까봐 무서워 동굴 입구에서 예닐곱 걸음 정도만 들어가보다가 나와버렸었다.
낙엽이 지고 난 계절인 지금은 동굴 주변이 환해진 데다 금줄 안 바닥도 깨끗하다.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들 때문에 동굴 입구도 또렷하게 잘 보이고...
단비씨에게 조심하기를 당부하고 데리고 들어가본다. 궁금한 건 못참아서 ㅎㅎ
"캬~ 멋지다~"
옛 사람들이 석빙고로 사용했었다는 동굴.
총 길이 442m, 입구 너비 3m.
예상보다 길이가 길고 면적도 꽤 넓다.
동굴 안 천정 두개의 구멍으로 빛도 잘 들어와 내부가 제법 밝다.
끝까지 들어가 탐험하고 있을 수는 없고 30m쯤?까지 들어가 구경하고 나와 입구 쪽에서 왼쪽으로 걸터 앉았다 오른쪽로 걸터앉았다 하면서 또 교대로 사진 찍어주기. ㅎㅎ
사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부지런히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ㅎㅎ
2. 탐라계곡 목교~삼각봉대피소
제주 곶자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숯가마터를 하나 지나고 탐라계곡 목교를 지나자마자 이어지는 가파른 데크계단부터 삼각봉대피소까지 2.8km 구간은 'A등급 매우어려움'이라 표시되어 있는 빨간색 급경사 구간.
뒤쪽에서 스케치 사진 찍어주느라 단비씨를 앞장 세웠는데 많이 길진 않지만 엄청 가파른 계단을 단숨에 쉬지도 않고 오른다. 젊음이 좋긴 좋다.
가파른 탐라계곡길을 올라 화장실이 딸린 탐라대피소(해발 975m)는 빠르게 지나쳐버리고 계속해서 된비알을 오른다.
약간 더 오르다가 등로 안내표지에는 '개미등'이라 쓰여 있는 지점을 지나쳤는데, 그냥 별거 없이 평범한 숲이라서 거기가 거기 맞나 싶다.
숯가마터 앞에도, 탐라계곡대피소 앞에도 고도 푯말이 있었지만 동굴에서 보낸 시간 때문에 다 그냥 지나쳐버려서...1200고지 표지석 앞에서는 한라산 첫 탐방인 단비씨를 위해 한라산엔 이런 고도 표지석이 있다고 알려주고 단비씨 발을 넣어 기념으로 한컷 찍어준다.
키 큰 적송과 키 작은 조릿대가 어우러진 숲을 한참 더 오르다 빠져나오니 저 앞에 뾰족 봉우리가 등로 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오전 11시. 해발 1500m 삼각봉대피소 도착.
통제시간을 동절기 적용한다는 걸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지만 상관없이 여유있게 도착하긴 했다.
땀도 식히고 어깨도 쉴겸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사진 찍으며 잠시 여유를 누린다.
계속 통제시간 착각한 채로 20분 놀다가 출발. ㅎ
삼각봉을 오른쪽으로 둥글게 끼고 돌아 들어가는 길...등로 우측 삼각봉 허리쪽으로는 조릿대가 무성하고, 왼쪽 아래 골짜기로는 잎은 다 털린 채 하얀 가지들만 남은 자작나무숲이다.
자작나무 맞겠지? 나무 구분에는 자신이 없다.
둥글게 휜 등로를 따라 삼각봉 허리를 끼고 좀 더 전진하니 오른쪽 화구 북벽과 거기서 흘러내려 깍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왕관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질무렵 석양이 왕관릉을 비추면 마치 금관처럼 빛난다고 하여...하산하다가 혹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싶어 이번 탐방은 성판악에서 올라와 관음사로 내려가려 했었던 건데... ^^;
파노라마로 쭉~ 훑어보다가 오른쪽 삼각봉 사면에서 뾰족하게 툭 튀어나온 바위 하나가 마치 튀어오르려는 죠스 대가리처럼 보여서 비슷한 포즈로 서서 단비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언니 진짜 그런 거 잘 하시네요 ㅎㅎ"
단비씨가 웃는다.
"아까 말했잖아요. 7년째 이러고 놀고 있다고 ㅋ"
삼각봉대피소 지나고부터는 비교적 완만하게 오르고 있는데, 등로 표시를 보니 주황색이다.
어쩐지...한결 편했었다.
3. 용진각현수교~왕관릉
곧 눈앞에 나타난 용진각현수교.
다리 중앙에 서서 등 뒤로 왕관릉을 넣어 앵글을 맞춰본다.
계속 백록담 북벽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저 왕관릉 위로 올라서게 되고 그 위에 전망대와 헬기장이 있다.
원래 이 자리도 단풍 명소라는데 단풍은 이미 다 져버렸다.
이런 상황이면 영실코스 쪽 상태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듯...
용진각 다리를 건너 조금 더 오르니 용진각 대피소, 아니 정확히는 용진각대피소 터.
현재 시각 12시.
정상은 보나마나 바람 때문에 엄청 추울테니 용진각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자.
용진각대피소는 2007년 태풍 '나리'로 소실되어버리고 보수한 데크만 남아 등산객들의 쉼터 및 런치 테라스로 이용되고 있다.
백록담 북벽과 올라보고 싶어도 비탐구간이라 갈 수 없는 장구목능선, 곧 닿게될 왕관릉과 지나온 삼각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최고의 테라스.
정상 서북벽에서 한라산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장구목 능선은 장구목을 닮아 장구목능선.
게하에서 챙겨준 김밥, 전날 편의점에서 사뒀던 치즈소시지와 귤 한망을 꺼내 챙겨먹고, 바람 때문에 살짝 춥지만 아직 견딜만은 하니 보온병의 온수는 정상에서 차 마시는 데 쓰고싶어 아껴둔다.
오늘 아침 일출 시간 한라산 정상 기온은 -7도.
보온병을 준비 못한 게하 손님들이 부랴부랴 다들 보온병을 렌탈 하다보니 금세 보온병이 동이 나버려서 방에서 늦게 내려온 단비씨는 보온병이 없다.
내가 집에서 준비해간 500ml 보온병으로 둘이 버텨야 해서 따뜻한 물을 아끼는 것.
용진각대피소부터 왕관릉까지는 마의 경사도.
자꾸 뒤돌아보며 장구목 능선을 조망하느라 힘든 줄은 모르고 올라가진다.
해발 1666.3m 왕관릉(왕관바위) 도착.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 음식부스러기를 노리는 까마귀들도 함께 모여 있다.
사진 찍어보자고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피하기는 커녕 눈 마주치며 포즈 취해주는 넘.
중창단이라도 결성했는지 앞줄, 뒷줄 오와 열을 맞춰 대기중인 넘들. ㅎ
몸집도 독수리만큼? 크고 깃털에 윤기가 촤르르~ 한 것이 언제 만나도 때깔은 참 좋다.
오메가3, 코엠자인Q10 그런 거라도 꾸준히 섭취하고 있나보다.
요렇게 화구 북벽 외륜쪽을 찍어보고
요렇게 장구목능선 쪽으로도 찍어보고
나도 찍힌다.
장구목 능선 뒤쪽으로 제주시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안쪽으로는 크고 작은 제주 오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장구목 바로 안쪽에 있는 '큰두레왓' 외에는 이름을 모르겠다.
조금 지쳤는지 단비씨가 묻는다.
"언니~ 정상 아직 멀었어요?"
"여기가 관음사에서 7.5km 지점이니까 이제 1.2km 남았네요. 30분만 더 가면 되겠다"
걷다가 힘들면 언제든 쉬자고 말하라고 했는데 삼각봉대피소에서 화장실 들르고 용진각대피소에서 점심 먹을 때 외에는 쉬자는 말 없이 제법 잘 따라온다.
하기야 내가 노느라 빨리 진행하는 편은 아니지~ㅎ
초반 웅덩이에서, 구린굴에서, 삼각봉대피소에서, 용진각현수교에서...중간중간 사진 찍어주겠다고 많이도 멈춰 세우기도 했고...ㅎ
추워서 왕관릉전망대에는 잠시만 머물다가 다시 발길 재촉.
4. 1700고지 고사목 군락지~백록담
이제 경량패딩이랑 자켓 다 꺼내 입고 모자도 비니로 바꿔써야겠다.
아직도 빨간등로 오르막이 남았지만 고도가 높아지니 기온도 급하강했고 바람 때문에 넘 춥다.
1700고지 전후로 부쩍 많아진 구상나무 고사목 군락지.
등로 양쪽으로 고사목이 수북한 등로를 오르다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울라프'를 만난다.
"얘~! 너 왜 거기 붙어 있니?"
산 아래 체력단련장?에 보면 나무에 기대어 등치기 하는 어르신들이 가끔 있는데 울라프도 여기까지 올라와서 지금 그거 하고 있는 건가?
그나저나 원래는 초록초록한 이파리를 잔뜩 달고 있어야 하는데...
뼈대만 남은듯 앙상하고 하얀 고사목이 눈으로, 그리고 사진상으로는 멋스럽게 보이지만, 한라산 정상부의 주인이던 구상나무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계속 말라죽어가고 있는 상황이 넘 안타깝다.
구상나무는 계속 고사되어가고 있고, 조릿대군락은 점점 세를 확장해 정상부를 뒤덮어가고 있고...
조릿대 자체가 해로운 건 아니지만 조릿대의 무서운 번식력? 때문에 한라산 원래의 식생 체계가 무너지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핫! 저거 저거 저거...
이 뾰죽한 바위(북벽 외륜 일부)가 보이면 이제 다 온거다.
"단비씨, 조금만 더 힘내요~ 이제 다 왔어요~"
1시10분. 좀 더 올라서니 화구 동북측이 훅 들여다보이고 북서측에서 흘러내린 장구목 라인도 파노라마로 더 길~게 이어져 보인다.
1950m. 더 이상 오를 데 없는 지점에 올라선 순간, 수고 했다고... 레드카펫 깔아놓듯 편안하게 데크로 단장해놓은 등로가 정상 동능 정면으로 인도해준다.
머리카락을 미친듯 퍼득거리게 하여 꾹 눌러 쓴 비니도 날려버리고, 진공청소기를 얼굴에 들이댄듯 얼굴 거죽을 밀어버릴 듯한 터프한 바람과 함께...
동~서 600m, 둘레 3km의 백록담.
분화구 안에 물은 없다.
아~! '물기'는 살짝 있네 ㅎ
감동할 여유도 안주고
아옭! 바람~!
어찌나 바람이 거센지 카메라 앵글 잡는데 폰 안떨어뜨리게 팔과 손에 힘을 꽉 줘야 한다.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건지 동능 쪽에서 백록담을 마주하고 있자니 콧구멍으로도 입 안으로도 바람이 마구마구 쳐들어온다.
그래도 어떻게든 요리조리 찰칵 찰칵 찰칵!
그런데...
정상에 이를 때까지 통제시간을 춘추절기 기준으로 착각하여 2시로 알고 여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국공 직원이
"1시반 하산셔야 합니다. 하산 준비하세요~!"
반복해 소리친다.
12분 남았다.
'아놔~! 왜~!'
성질 내봐야 소용없다.
여긴 11월1일부터 동계 시간이다.
내가 확인을 안하고 여유 부리며 동굴 탐험까지 하며 올라왔으니 누굴 탓할 것인가!
차분히 앉아 차 한잔 마실 여유 따윈 없다.
정상 인증 사진 찍어야지~
이미 길게 늘어서있는 줄...
예전 인증사진 있으니 굳이 정상 인증 사진 필요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첫 등정인 단비씨는 사진을 찍어줘야하니 찍어주는 김에 나도 찍어버린다.
너무 오래 찍으면 대기줄 선 사람들이 화내서 후딱후딱 한컷씩만 찍고 비켜야 한다.
얼굴이 바람에 후려맞아 제대로 부었다. ㅎ
따라올라오느라 힘들었던지 고사목 군락지부터는 축 늘어지며 말을 잃었던 단비씨가 정상 찍고는 흥분하여 재빠르게 움직인다.
"언니~ 언니~ 여기도요~!"
하며, 정상목 앞에서도 한컷 찍고싶다고 하여 찍어준다. 찍어주는 김에 나도 후다닥 또...ㅎ
아오~! 증말~!
정상석, 정상목 인증 촬영을 번갯불에 콩 볶듯 미친듯이 해냈다. ㅎㅎ
거센 바람과 하산하라는 국공의 반복 외침이 번갯불 ㅎ
차는 저 아래 내려가다가 바람 좀 가려지는 곳에서 마시자.
성판악 쪽 등로를 따라 내려간다.
날씨가 맑았으면 여름에 왔을 때처럼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더미가 하늘에서 저~기 성산 쪽 바다로 촤~~악 펼쳐져내린 걸 볼 수 있었을텐데...오늘은 예보대로 하늘빛은 우중충하고 예쁜 조각 구름 한점 없고, 게다가 성산 바다쪽은 안개인지 먼지인지로 뿌~해서 사진을 찍어봐도 안예쁘다.
등로 오른쪽 서귀포시 쪽으로 고개를 돌려봤더니 대략 이 정도 겨우 찍힌다.
"그래도 비 안온 게 어디야~"
제주도 날씨, 더구나 한라산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은 걸...^^
차는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마셔야겠다.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2.3km.
정상부는 매우 가팔라서 발 뒤꿈치를 최대한 신발 뒤축으로 밀어 신발 끈 꽉 조여매고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간다. 완만해지는 구간에서 속도 내면 된다.
나무가 없던 수목한계선 위쪽 정상부를 벗어나 숲이 시작되고부터는 바람을 피해 등로 가장자리 나무 뒤에 쪼그려 앉아 늦은 점심을 주섬주섬 꺼내 먹는 이들이 보인다.
우리처럼 통제시간을 착각하여 정상에서 쫓겨나듯 내려와 점심도 못 먹었나보다 ㅎ
그래도 우린 삼각봉대피소를 여유있게 통과하여 통제시간 착각한 채 용진각테라스에서 멋진 조망 보며 점심이라도 우아하게 먹었다 ㅎㅎ
5. 진달래밭대피소~성판악탐방안내센터
40여분만에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이름이 진달래밭대피소라 인근이 다 진달래밭일텐데...여길 세번째 거쳐가지만 세번 다 진달래의 계절이 아니다. ㅎ
여기도 도착하자마자 국공이 당부부터 한다.
2시반에는 내려가야 한다고...
대체 왜 이렇게들 빡세게 구는 거지?
정상 이후 하산길 대피소에서는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하산 통제를 한 적이 없었는데~
정상에서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사람들도 있고, 내려오다 도중에 늦은 점심 먹고 있던 사람들도 있고, 가파른 하산을 힘들어해 느리게 걷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가 꽤 많이 추월하면서 내려왔는데...그 많은 사람들 다 어쩌라고?
해 지는 시간이 앞당겨저서 일몰 전에 하산시키려는 노력이기도 하겠고, 코로나 상황이라 대피소에 한꺼번에 인파 몰리는 걸 방지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해본다.
암튼 우리에게 20분은 여유가 있으니 아끼고 아껴왔던 보온병을 꺼내 차 한잔씩 따뜻하게 나눠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나서 출발.
시간 여유 되면 사라오름도 들르고 싶었는데...일몰 전에 내려가라고 국공이 난리난리인데다, 하절기와 상황이 다른 것도 있으니 그냥 패스하고 속밭대피소까지 쭉~ 전진.
속밭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하자 단비씨가 화색을 띠며 '이제 끝난 거냐'고 묻는다.
"아니~ 아직 4km 정도 남았는데 이제는 완만한 숲길이라 1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돼요"
성판악에 4시에 한번, 5시에 한번, 게하 픽업 차량이 오는데...놓치면 버스 타고 가도 되지만 운이 나쁘면 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 기왕이면 게하 픽업 차량 시간에 맞추려고 꽤나 빠르게 내려왔는데도 단비씨가 잘 따라와줬다.
성판악 코스가 비교적 완만하긴 하다지만 지친 다리로 돌길... 꽤 힘들었을 것이다.
속밭대피소에도 산객들이 제법 많이 모여 쉬고 있다. 여긴 하산 재촉하는 국공은 없어 보인다.
단비씨에게 힘들면 좀 쉬어가겠냐고 했더니 쉬었다 일어나면 더 못걸을 것 같다며 마지막 힘을 내준다.
아름다운 숲길을 관통하여 1시간 후인 4시25분 드디어 성판악탐방센터 도착.
"단비씨~ 축하해요~ 어서 정상 인증서 신청하세요"
올해부터 이렇게 된건가?
전에는 신청서에 이름, 생년월일을 수기로 써서 천원짜리 한장 같이 창구에 들이밀면 국공직원이 직접 출력해줬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정상인증사진 첨부해 신청한 후, 탐방센터에 설치되어 있는 발급기에 인증번호 입력하여 스스로 출력한다.
세상의 많은 시스템이 팬데믹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의 프로세스를 적용해 나가고 있다.
단비씨가 인증서 출력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서쪽 하늘이 발그레~ 물들어가고 있다.
* 겨울산행 하실 분들 미리 참조
* 고화질 한라산 지도
첫댓글 멋집니다 ㅎ
스토리 내용도 멋지구요
길지요~ㅎ
다~ 털어놓고 싶어서 늘 길어지네요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언니 멋지다요~~~ 곧 겨울한라산도 도전하겠네? 👍👍👍
그나저나.. 단비씨 사진무쟈게잘찍는다.사진이다예뻐~~
신모델은 아니지만 아이뻐폰.
요즘 애들은 SNS 하느라 다들 사진 잘 찍더라구.
키도 크고 엄~청 예쁜 20대후반~30대초반 은행원인데, 초상권 때문에 내가 이쁘게 찍어준 단비씨 사진은 못올림 ㅎ
1월 말쯤 영실코스로 눈꽂산행 한번 더 가고싶은데 코로나상황이 어찌될지 몰겠다~ ^^;
저는 2014년 4월에 딱 한번 갔던
한라산 백록담~~
다 완주한 뒤 받았던 인증서와
금메달(?) 오천원 내고 샀던 기억이 나네요~ㅋ
"단비씨"라는 분은 참 좋은 언니를 만나서
한라산 백록담 첫 등반을
멋지게 성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린굴~
까마귀 중창단~
겨울왕국의 울라프......등
달빛한스푼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라산은 여전히 아름답군요~
한라산 산행 중에도 물론 행복했겠지만
이렇게 후기 쓰면서~
또 다 쓴 후기 읽으면서~
계속 계속 행복해 하는 달빛님을 상상하며
힘찬 박수를 보내요~!!!
달빛한스푼님~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 하길 바래요~!!!
멋진 산행기 읽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금메달 같은 것도 있었군요 ㅎㅎ
천천히 여유있게 걷다보면 발견되는 것들이 있더라구요. 😉
그리고 과정을 글로 되새겨놓으면 가슴에 더 깊이 남는 것도 있구요.
한여름 뙤약볕에 올라가 까마귀가 되어 내려왔던 3년 전보다 훨씬 더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던 관음사 코스였어요 😁
달스푼님....^^
언제든 다시 가고픈 한라산 산행기....^^
읽고 또 다시 읽고....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함께 한 동행도 멋지고...얼마나 즐거운 시간이었을까 생각해요...^^
혼자 다니던 때가 이젠 아득해지네요...ㅎ
언제 함께 할수 있으려나...반가움 담아 인사전해요...^^
눈에 선한 풍경들을 그리며....어려운 시간들 잘 지내고 좋은날 반갑게 만나요...^^
멋져요~~~달스푼님!!!
기쁨 가득한 날들 보내세요....^^
어리목이나 영실로 입산할 때는 비교적 코스가 짧아 여유가 있다보니 서귀포에 숙소 잡고 그냥 1100도로 입구에서 버스 타고 들어갔었는데...
관음사코스는 길어서 아침 일찍부터 입산 서둘러야하니 두차례 다 드랍&픽업 서비스 해주는 한라산 전문?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됐었네요.
그래서 거기서 동행을 만나게 되고...ㅎ
3년 전에는 게하에서 만난 서울대신입생 하나 데리고 올라갔었고, 내려올 땐 창원에서 온 직장인, 핀란드에서 온 유럽인까지 더해서 넷이서 같이 내려왔었죠 ^^
참조>>
https://m.blog.naver.com/happyjejudo/222140540931
땡큐요
내 오늘 정신없이 바빠서
지금에야 찬찬히 글을 읽어보네요
역시나 달빛님 후기는 생생정보~ 재밌어~ ㅎ
저 굴속을 내년 가을엔 나도 꼭 가봐야지
(봄.겨울에는 영실만 갈것같고 )
게하서 픽업도 해주고 좋다~
혼자일때는 택시비도 아까운데...ㅎ
재밌는 후기 잘 읽었어요
다음에 또 다른곳 후기도 기다려 볼께요^^
오늘은 진짜 피곤한데 이 뿌듯함은 뭔지...ㅎ
사진 좋다는 말도 더불어~
장구목도 용진각대피소에서 슬쩍 몰래 올라가볼 수는 있다는데...
길도 모르고 시간도 없어서리~ ㅎㅎ
눈쌓인 동계에 산악인들이 입산 허가신청하고 장비 챙겨 훈련하러 올라가는 곳이라더군요.
능선은 부드러워 보이던데 장구목 오르기가 그렇게 험한건가봐요. ^^
내년 가을에 가시려거든 기왕이면 10월에 날 잡아보셔요.
단풍 찬란할 때...😉
다녀가신 흔적 고맙습니다~😍
우와~~ 책 한편 내야 되는거 아녀? ㅎ
좋은곳 갈때는 달스푼을 대동하고 가야 ...
생생한 추억 오래오래 남겨둘 수 있을 듯...
담번엔 함께 ^^
담번? 언제요?
췟! 말로만~ 😏
@달스푼(달빛한스푼) ㅎ 담번 아산 산행할때 ^^
제가 갔던 코스랑 반대로 가셨네요~~!!!! 저는 눈이 펑펑 내린후 설경이 좋을때
갔는데 재미 있는 후기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