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 기어의 발전 기어의 마법과 자전거의 비밀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4. 9.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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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기어의 발전
기어의 마법과 자전거의 비밀
캄비오 코르사를 장착한 자전거
기어의 마법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자전거에는 변속기어가 없었다. 그동안 언덕을 올라가기 힘들었던 자전거는 변속기어의 발달로 가파른 언덕도 쉽게 오를 수 있게 됐다. 마침내 자전거의 최대 적인 언덕과 산을 정복하게 된 것이다. 자전거의 변속기어는 길의 상태에 따라 때로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때로는 강한 힘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 몸이 언덕뿐 아니라 다른 어떤 지형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역할 때문에 기어를 '자전거의 두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어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기어의 톱니바퀴 속에 숨어 있다. 자전거에는 페달과 연결된 앞쪽 기어와 뒷바퀴와 연결된 뒤쪽 기어가 있다. 이 두 기어는 크기가 각각 다른 여러 개의 톱니 바퀴로 이뤄져 있다. 이 톱니바퀴들은 서로 다른 조합을 통해 힘과 속도를 만들어 낸다.
앞의 큰 톱니바퀴와 뒤의 작은 톱니바퀴가 만나면 빠른 속도를 만들어 낸다. 평지에서 빨리 달리고자 할 때 이 조합을 사용한다. 반대로 앞의 작은 톱니바퀴와 뒤의 큰 톱니바퀴가 만나면 기어는 어마어마한 힘을 만들 수 있다. 가파른 길도 이런 기어 조합으로 페달을 돌리면 쉽게 올라 갈 수 있다. 이렇게 기어는 어떤 지형에서든지 우리 몸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준다. 이것이 바로 기어의 마법이다.
자전거의 뒷바퀴 기어
트랙사의 제품. 기어는 빠른 속도와 힘을 만들어낸다.
변속기어의 역사
자전거가 등장한 이후 새로운 기어 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몇 가지 변속 장치들이 등장했지만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20세기 초까지도 변속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변속기를 장착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주요 자전거 대회에서 변속기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변속기어를 사용하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 피로를 심하게 느낀다고 생각했다.
초기 투르 드 프랑스는 구간 하나가 약 480km나 됐고 길은 거의 포장이 안 된 상태였다. 선수들은 산악구간에서도 무겁고 변속기조차 없는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했다. 기어는 뒷바퀴에 한두 개 달린 정도였다. 2단 기어는 바퀴축의 양쪽에 톱니바퀴를 달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선수들은 산을 오를 때는 바퀴를 빼서 산악지형에 맞는 기어로 바꿔 끼우고, 산에서 내려오거나 평지를 달릴 때는 반대로 평지에 맞는 기어로 돌려 끼웠다. 당시에는 자전거 선수들이 대회 도중에 기어를 빨리 교체하기 위해 따로 연습까지 해야 했다.
투르 드 프랑스의 창시자인 앙리 데그랑주(Henry Desgrange)는 오랫동안 투르에서 선수들이 변속기어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데그랑주가 변속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고집한 것은 고통을 통해서만 진정한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투르 드 프랑스는 오직 한 사람만이 대회를 마칠 수 있는 그런 힘든 것이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피레네와 알프스 산맥을 투르 드 프랑스의 코스에 포함시켰는데 이것도 바로 그런 힘든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1911년 투르에 출전한 조아니 파넬은 알프스를 넘어가면서 변속기어를 장착하고 그것을 실험했다. 그러나 데그랑주는 이를 알고 격분했고 결국 파넬은 대회를 끝마치지 못했다. 앙리 데그랑주는 1937년이 돼서야 변속기어에 대한 태도가 누그러져 투르 드 프랑스에서 변속기어 사용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그랑주는 변속기어는 나약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변속기어가 없는 고정기어 자전거가 더 좋다고 말했다.
"나는 변속기어의 실험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변속기어는 마흔다섯 살이 넘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육의 힘만으로 이기는 것이 변속기어의 도움을 얻어 이기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은가? 우리는 갈수록 연약해지고 있다. 변속기어는 우리 후손들에게는 좋은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고정기어를 달라!"
그러나 데그랑주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프랑스 투어 클럽이 연 대회 중 산악구간이 포함된 240km의 코스에서 변속기어를 장착한 선수와 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타는 선수가 대결했다. 결과는 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탄 선수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그 후 자전거 대회에서 변속기어 사용이 허용되면서 선수들의 기록은 크게 단축됐다.
새로운 발명품
변속기어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툴리오 캄파뇰로(Tullio Campagnolo)다. 그는 변속기 개발뿐 아니라 20세기 자전거 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캄파뇰로는 1901년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철물점을 운영했는데 그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이것저것 고치곤 했다. 그것이 후에 캄파뇰로가 자전거 역사에서 중요한 발전을 이루어내는 배경이 됐다.
1927년 돌로미테 알프스를 넘어가는 캄파뇰로
캄파뇰로는 1920년대에 자전거 선수로 활동하면서 주요 대회에 출전해 꽤 성공을 거뒀다. 그가 자전거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지금부터 80여 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다. 1927년 겨울 툴리오 캄파뇰로는 자전거 대회에 참가해 이탈리아의 돌로미테 알프스(Dolomites Alps) 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선수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바퀴를 뺀 뒤 기어를 교체해야만 했다. 캄파뇰로도 바퀴에 있는 너트를 풀어서 바퀴를 빼려고 했다. 그러나 바퀴가 얼어붙어 있었고 그의 손도 얼어서 바퀴를 빼낼 수가 없었다. 결국 캄파뇰로는 그날 대회에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그는 바퀴를 빼려고 애쓰면서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뒤의 뭔가를 바꿔야 해!"
이 말은 후에 자전거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기도 했다. 캄파뇰로는 그날 경기가 끝난 뒤 낮에 일어난 일을 생각했다. 그는 비첸차에 있는 자신의 작업장으로 돌아와 바퀴를 쉽게 빼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데 몰두했다. 1930년 마침내 캄파뇰로는 새로운 부품을 만들어냈는데, 바로 퀵 릴리즈 레버(Quick-Release Lever)다.
퀵 릴리즈 레버는 공구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퀵 릴리즈 레버를 장착한 자전거
퀵 릴리즈 레버는 연장 없이도 자전거의 바퀴를 쉽게 장착하고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이 부품은 오늘날 자전거 바퀴와 안장 등을 고정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퀵 릴리즈 레버를 사용하면 바퀴가 고장 났을 때도 쉽게 뺄 수 있고 자동차로 자전거를 운반할 때도 바퀴를 바로 분리할 수 있다. 이처럼 쉽게 자전거 바퀴를 분리하고 조립할 수 있게 된 것은 캄파뇰로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캄파뇰로는 비첸차의 허름한 작업장에서 수많은 혁신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퀵 릴리즈 레버는 그가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낸 발명품이다.
캄파뇰로의 열정
캄파뇰로는 1933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만들어 기어변속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40년에는 두 개의 막대로 만든 새로운 변속기인 '캄비오 코르사(Cambio Corsa)'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고풍스럽지만 10년가량 널리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캄비오 코르사를 사용했다. 지노 바탈리와 파우스토 코피 등 유명한 선수들이 캄비오 코르사가 장착된 자전거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지노 바탈리는 캄비오 코르사를 가장 잘 쓰는 선수였는데 그는 1948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이 변속기를 사용해 우승했다.
캄파뇰로는 자전거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951년 캄파뇰로는 현대적인 변속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이블을 사용한 '그랑 스포르트(Gran Sport)'를 내놓았다. 이것과 유사한 디자인이 그 후 30여 년간 변속기에 계속 사용됐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캄파뇰로는 변속기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갖고 시장의 지배자가 됐다. 캄파뇰로는 뛰어난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자전거 부품의 표준을 제시했다.
1970년대에 모든 선수들이 바라는 꿈의 자전거는 수공 프레임에 부품은 모두 캄파뇰로의 제품을 사용한 것이었다. 캄파뇰로사가 고성능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캄파뇰로의 열정 때문이었다. 캄파뇰로는 항상 제작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경기가 열리는 곳에 직접 찾아가서 선수들의 제안과 요구를 듣고 그것을 제품 개발에 반영했고 연구개발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1980년대 들어 산악자전거가 보급되면서 성능이 더 뛰어난 변속기가 개발됐다. 산악자전거는 험한 길을 달리기 때문에 강력한 성능을 가진 변속기가 필요했고 변속기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1960년대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일본의 시마노(Shimano)사는 1980년대에 들어와서 세계적인 부품회사로 성장했다. 오늘날 고급 자전거는 대부분 시마노사와 캄파뇰로사의 부품을 장착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끊임없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데 최근에는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최첨단 변속기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