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 박범철 가곡교실 악보집 출간을 책임 맡은 편집장 이동균 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이런 대단한 감투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저 분단장정도면 가문의 영광이었지요.
어느 날 박 사부님께서 책이 어떻게 되어 가느냐 는 물음에
예? 글쎄요. 하고 얼버무렸는데
그냥 별 의미 없이 하시는 질문이겠지 생각했다.
다음에 어떤 자리에서 또 책이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물으신다.
그 책을 왜 나에게 묻지?
이번에는 되물었다. 왜 그 이야기를 나에게 묻느냐고,
당신이 가곡교실악보집 편찬책임이잖아?
이 무신 뚱딴지같은 소린가?
나는 그런 책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알고 보니 총 회장단에서 내가 없는 자리에서 덮어 씌어 놓은 자리란다.
어쩔 수 없는 가문의 영광,
범철문예춘추 장원의 조화복 시인님과 범철가곡교실의 탱크 백성구씨와 한 조란다.
뭐는 불어도 국방부시계는 돌듯이,
어째든 방학 중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은 흐른다.
일차 모임을 가졌다. 모두들 당이 결정하면 인민은 따른다는 표정이다.
일단 박사부님께 편집의 방향을 상의했다.
우리 교재로 쓰고 있는 가곡집에 있는 곡은 일단 제외,
너무 난해해서 배우기에 무리한 곡은 제외,
편집위원들의 취향에 맞추어 곡 선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 것.
지금까지 배운 곡들 중에 우리 책에 없는 것들은 거의 다 실을 것,
외국 곡은 박 사부님과 반드시 상의 할 것. 등등
몇 가지 원칙들을 정해서 이차 모임을 가졌다.
모일 때 일단 편집위원들이 가지고 있는 악보들은
화장실까지 뒤져서라도 모두 가져오라는 약속을 하고 모였다.
조 시인님이나 나는 낮에 근무를 해야 하니
백사장 당신이 근무를 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으니
정해진 일 당신이 많은 부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또한 겸손하게 우리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부탁하는 게 결코 아니다. 온갖 알랑방구를 끼면서 부탁했더니
뜻밖에 자기한테 일을 주지 않으면 참 섭섭할 뻔 했다 면서
흔쾌히 승낙해서 너무 고마웠다.
2차 모임에서 대강 모인 악보가 90여곡,
이정도면 예상했던 300쪽 정도의 그럴 듯한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목록을 만들었다. 엑셀 파일로 만들어야 관리하기 좋은데,
근데 옛날에 엑셀 연수를 한 번 받긴 했는데, 에라이, 스발, 또 부딪혀보자.
필요한 기능 몇 가지만 배워 시작했다.
방학이라 시간 여유는 있는 편이었다.
9년을 모은 악보들이라 별 희얀한 악보들이 많이 있었다.
가장 문제는 거의 복사 본이라 낙서라든지
9년이라는 세월 사이에 복사기의 수준이 하늘 땅 차이인데
당시에 깨끗하다는 수준은 지금은 걸레 수준이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하는가하는 문제였다.
그렇다고 이 잘 생긴 사람이 화이트나 수정테이프로
하나 하나 지우면서 시간을 쓰기에는 너무 고급 인력이다.
그래서 대강 하는 데까지 성의를 다하고 나면 나머지는
최대한의 성의를 회원들이 알아주겠지.
악보 정리는 전적으로 백성구씨에게 부탁했다.
다음 날 퇴근길에 돌아가는 상황을 보러 백사장 가게에 들렀다.
아뿔사, 이 사람 보소. 악보 한개 한개를 모두 정리해서
더럽고 낙서가 있는 것은 모두 따로 분류해서 지우고, 닦고, 정리하고 있다.
나는 죽어도 이렇게는 못하는데 꽤나 꼼꼼한 성격인 모양이다.
조 시인님 추가 곡 몇 곡과 내가 가져간 곡 몇 곡을 보태어 곡이 좀 불어났다.
다음 날 백사장과 인쇄할 업체를 찾아 나섰다.
계명대앞의 K인쇄복사, 보건대앞의 Y복사실, 이공대앞의 YN인쇄복사
몇 군데 다니다가 이공대앞의 YN인쇄복사가 가장 경제적이며
성의가 있을 것 같아 결정하고 스케줄을 잡고 작업에 들어갔다.
조 시인님께 책머리 인사말 써 주시고, 표지 디자인 부탁을 했다.
박사부님께 더 추가할 곡이 없냐는 질문에 뭐 있겠냐고 하시더니
한 보따리를 풀어 놓으신다. 페이지가 자꾸 늘어난다. 벌써 120곡이 넘어 간다.
넘어가는 건 좋은데 책 가격이 회원들 간에 너무 부담스러우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된다. 추가될 때마다. 차례를 수정하고 하나 수정하면
전체 목차 순서가 다 달라지니, 그것도 일이다.
‘돌아오라 소렌토’ 악보를 보신 박사부님 이 가사 아닌 데,
한 마디에 다시 요즈음 가사를 구하기 위해 전국에 수배를 내렸다.
도대체 노래들은 모두 그렇게 부르면서 가사는 모두가 옛날 가사이다.
할 수 없이 대전에 심원장에게 부탁했더니 보내온 가사가 옛날 가사에
볼펜으로 가필한 가사이다.
그대로 다시 깨끗하게 정서를 해서 백사장에게 주고 넣어 라니까.
이사람 이런 성의 없는 책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자기는 타이핑이 안 되니, 내가 이 가사를 쳐 주면 밤에 일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뜯어 붙이겠데,
그것도 그냥 치지 말고 노래 말에 맞추어 충분히 띄어쓰기를 해서
글자 크기도 10호부터 7호까지 다르게 해서 주시면 예쁘게 만들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다. 아니 없는 가사를 구해서 써 넣은 것만 해도 고맙지 뭘!
그것까지 그렇게 무리하게 일하지 말자.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고
설득하면 알았다고 해놓고는 수업하고 있는데, 선생님, 타이핑 좀 해주소.
몇 번 전화에 결국은 내가 졌소 하고 요구대로 했더니,
그 다음날 기가 막히게 만들어 두었다. 이정도 일 같으면 밤을 세웠으리라.
어휴, 다음은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악보가 너무 험해서 이리 저리 문대고 덮고 해서 겨우 정리하고 보니,
엉뚱한 곳에서 깨 - - 끗한 원본이 툭 튀어 나왔을 때의 허탈함과 환희를
누가 느껴 보았으리.
박사부님께서 ‘Perhaps love’ 이거 옛날에 우리말 가사가 있었는데
그 거 있으면 참 좋을낀 . . . 데! 한 마디에,
개구리 등 터지는 건 우리들, 백사장 또 졸라 제 낀다.
옛날 가사 말을 아무리 기억해 봐도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집에 포장되어 버린 옛날 LP판을 뒤져서 가사 찾아내는 데
좀 과장하면 석 달 열흘은 걸렸다. 그 걸 그냥 정서해서 하면 될 텐데,
또 인쇄로 뜯어 붙이게 타이핑해 달랜다. 참 죽이는 백사장이다.
이렇게 꼼꼼한 성격이면 머리카락 안에 구멍을 뚫어 터널이라도 만들 것 같다.
이 곡 저 곡이 모이다 보니, 140곡 가까이 되어 버렸다.
와우, 책 꼴은 좋을 텐데 책값을 어떻게 감당하나? 모르겠다.
그거는 우리 알 바가 아니다.
‘La Paloma’ 어디를 찾아봐도 스페인어 가사는 없는데,
박사부님 왈 그 거 스페인어 가사가 좋은데 한마디에 또 새우 등 터졌다.
나는 모른 척 못 구하겠다 그러고 그냥 넣자니까, 그렇게한다고 해놓고는
백사장 또 꿍꿍 앓는다.
결국은 포항 시립의 백사장 친구를 통해서 구하고야 말았다.
위대하다 백사장의 끈기!
이수인 선생님의 팔공산, 김성은씨의 푸르른 날 과 먼후일 등 몇 몇 곡들
작곡자의 필사본이 있었다.
이 것 또 새로 인쇄체로 만들자 그럴까봐 미리 선수 쳤다.
작곡자의 필사본은 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요, 해 놓고는 또 전화 온다.
선생님 기왕 만드는 거 돈 쫌 들입시다. 최현경씨에게 부탁해 볼게요.
아휴 그 거 돈 꽤 들낀데,
필사본 포함 악보 흐린 것까지 열 몇 곡을 부탁했다.
표지 디자인이 조 시인님으로부터 메일로 날아왔다.
어느 것이 좋을까 결국 가곡교실 몇몇 회원들의 거수에 따라 4번 파일이 결정되고,
인쇄소에 가니 표지를 옵섿으로 하는 것과 인쇄 코팅이
가격 차이가 또 장난이 아니다.
까이꺼 옵섿으로 결정하고 나니,
제본을 스프링으로 할까 그냥 일반 제본으로 할까 결정해야 한다.
결국 스프링으로 결정,
새로운 결정할 때 마다 추가되는 비용 책값이 자꾸 올라간다.
어째든 인쇄소 사장도 우리 악보집이 자기 인쇄소의 얼굴이라며
꽤나 신경 쓰는 눈치다.
모든 발 심부름과 조율은 우리의 탱크 백사장이 도맡았다.
마지막 완성 직전 목차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곡들의 배치를 어떻게 할까?
막판에 인쇄소에 내가 보낸 목차에 관한 메일 제목이다.
“최종 목차입니다.”
“이번에는 진짜 최종 목차입니다.”
“이번이 진 진짜 목차입니다.”
“아이고 무조건 제일 뒤에 도착하는 목차로 넣어 주세요.”
이렇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그럭저럭 예정보다 보름정도 늦게
한 달 반 정도 걸려 우리의 (박범철 서정 가곡집)은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참 깨끗하고 알차게 나왔다.
아마도 대한민국에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정성이 들어간 독특한 가곡집이 있으면
나오라 그래 봐!
박사부님 축하드립니다.
조화복 시인님 수고하셨습니다.
백사장 머리카락에 구멍 뚫어 터널을 만들 꿈 꼭 이루기 바랍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영남인쇄복사 우상욱 사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한 숨 돌리고 다음 주부터 전에 하던 사부님 연주곡 다시 올리겠습니다.
참 책값 좀 비싸진 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PS 책제본에 일반 제본을 하면 오래 쓸 때 파손되는 경우가 많아서
스프링제본을 했는데 그도 책이 두꺼워 고급스프링을 쓰니 되려
뒷 표지가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잘 끼워서 양쪽 끝의
스프링매듭을 벌리면 빠지지 않는데, 누부야나 여동생들은 좀 힘들낌니다.
손재주 있는 오빠야 분들께 부탁해 보세요.
도저히 나는 이게 불편하다는 분은
반별로 일반 스프링을 배부를 하겠습니다.
바꾸어 끼우면 편리하긴한데,
책을 펴면 양쪽 페이지 한 줄 정도 높이 차이가 나는 불편함이 있고요.
그래도 죽어도 싫다면 책을 다시 제본하는 방법이 있긴합니다.
사용하면서 다시 의논해 봅시다.
그라고 책 제목을 서정가곡집으로 했는데, 서정숙회장님 자기 이름따서
고맙다고 막 인사하면서 밥까지 막 사줄라 카시는데, 그 서정이 아이거등예!
서회장님이 이글을 보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냥 우리끼리 그렇다카고
본인은 그렇게 기분좋게 살아가시도록 놔 두입시다. 마!
첫댓글 엄청난 일들을 하신 세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수개월간의 힘든작업을 마치시고 또장문의 후일담까지 올려주시고 하여튼 이쌤의 나토얀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박사부께선 너무행복하시겠다. 이렇게 인복이 많으시니~~~~~~~. 수고하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들입니다 .
세상에~!, 임신해서 아 낳는게 이정도로 힘들면 이 세상에 애 낳을 여자 한밍도 업슬끼라!. 오랜만에 이샘 글 보고 씹을라꼬 잘만났다 캤는데, 이번에는 참아 못 씹겠네요. 세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보통 이런일은 오류가 많아서 헛수고 하기가 십상인데, 무식한 내가 봐도 지금까지 활자화된 악보중에는 최상입니다. 축하드리며 잘 쓰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사장님, 자신에 대한 참으로 솔직한 표현의 한 단어에 감동을 먹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솔직하게 정사장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 저는 배우고 싶지 . . . 않네요. ㅎ ㅎ ㅎ
정말 수고들 많았습니다.배우고 싶은 곡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박범철가곡교실 화이팅!!! 입니다....^^
처음 책을 받았을땐 뭐가 이리 무겁고, 두껍고, 곡이 많냐? 고 생각했는데, 이선생님의 편집 후기담을 읽고나니 죄송한 마음이 앞서고, 세분께서 그렇게 애써 만든 책이라 생각하니 더 정이갑니다. 열심히 애용해서 책을 너덜너덜한 휴지조각이되도록 해보겠습니다. 세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주옥같은 곡들만 모아주셔서 감사합니다.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들을 닮고 싶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예.진작에 알았으면 더운날에 아이스께끼라도 사가 작업장으로 방문 해쓸낀데...^^ 아참 저는 불청객이네예.(준호땜시 작업에 방해가.....^^;;) 좋은 책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셔서 무지 고맙심더....(목이각시)
새로운 가곡집 표지에 싸부님의 싸인을 받았는데 다음 편집장님을 만나뵈면 편집장님 싸인도 받도록 하겠습니다. 한볼펜 부탁합니다
백성구씨 싸인을 받으십시오. 백성구씨 손때와 땀이 서린 책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일을 몇번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이 힘든 작업에 참여 하신 조과장님, 이선생님,백사장님 그 한번에 이번 일이 포함되지 않을까요? 정말 수고 마니마니 하셨구요 책 한장 한장에 두분의 (누군지 말 못함) 머리카락이 보여 가슴 뭉클 해 집니다 ^^* 참 그리고 이샘! 요즘은 시리즈 야그 없으세용??
내 머리가 요즈음 이것 저것 뒤숭숭 좀 쉬어야 하걸랑요.
축하드립니다. 한곡 한곡 열정이 배인 보석들이겠지요. 악보를 갖는다는 것은 부를 수 있다는 것이고, 부르고 연주하면 그만큼 행복과 사랑이 더 넘치겠지요. 그러니 사랑하고플 정도로 악보가 그리운 사람이 많습니다. 이 참에 많은 회원님들로 식구가 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