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주교와 이야기를 나눌 때 미국 사람들은 천천히 그리고 명확한 소리로 말해야 했다.
그래야만 최 주교가 상대방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 주교에게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과의 대화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을 줄 알 뿐만 아니라 훌륭한 연기도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대방은 최 주교가 자신의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확신했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최 주교의 영어 때문에 알로이시오 신부가 곤란에 처 했던 적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성 요셉 수녀원에서 새로 지은 본원 건물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 건물은 넓은 판유리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었고 자동문이 설치된, 당시로서는 무척 값비싼 최신식 건물이었다. 그런데 총원장 수녀가 그들을 건물 안으로 안내할 때 최 주교가 “Too good! Too good!" 이라고 했다.
그 말은 최 주교와 같은 경상도 사람이 ‘매우 좋다’를 ‘너무 좋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영어로 직역해서 말했던 것이다. ‘too good'이 ’지나치게 좋다‘라는 부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최 주교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최 주교의 말을 비난의 말로 받아들인 총원장 수녀는 “아니요 주교님. 너무 좋은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지만, 최 주교는 더 큰 소리로 “Yes, Yes, Too good! Tood good!" 이라고 했다.
알로이시오 신부가 최 주교에게 ‘Tood good'의 뜻을 설명했지만 그 표현을 너무 좋아한 최 주교는 쉽사리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최 주교가 본 것은 모두가 ‘Tood good'이었기 때문이다.
본원 건물을 구경한 뒤 총원장 수녀와 엄숙한 표정을 한 보좌 수녀들이 음료수와 쿠키를 앞에 놓고 주교님 주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즐겁고 유쾌한 순간이었다. 수녀들은 모두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수녀들을 보고 기분이 몹시 좋아진 최 주교는 “나는 웃는 수녀님들을 만나면 언제나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라는 말을 하려다가 ‘스마일(smile)'이란 단어 대신 ’냄새나다‘인 ’스멜(smell)'이란 단어를 사용해 버렸다.
그 말을 들은 수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알로이시오 신부가 나서서 곧바로 조용한 목소리로 대회에 끼어들어 “주교님 스멜(smell)'이란 말은 스마일 (smile)을 잘못 말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들은 최 주교는 더 큰소리로 “그래요, 내가 말한 것은 스멜입니다, 스멜,”이라고 말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