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집에서 나가면서
저녁부터 추워진다고 하더니 바람이 쌩쌩 부는 것이 괜히 나왔나 싶었어요.
그렇지만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공연 관람은 언제나 즐거웠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절 질책하며 약속장소로 갔답니다.
박헌규 선생님과 윤유선 선생님... 그리고 저...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ㅋㅋ) 공연 시간에 맞춰 서울여성플라자에 도착했어요.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서 뒤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지만
앞 자리로 당겨 앉자는 사회자님의 말에 용기를 내어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어요.
공연 전에 이대식, 박미정 부부 선생님도 만나고...
공연 후 김문정 선생님과 예쁜 따님도 보고...
(그런데 김문정 선생님~ 아까 어디로 가셨어요? 나중에 보니까 안 보이시던데요...^^;)
공연이 시작되고...
첫 공연은 '비나리(사물놀이의 가락 위에 축원과 고사덕담의 내용을 담은 노래를 얹어 부르는 것)'...
무대에서가 아닌 관객 뒤에서 나는 소리...
예전에 박헌규 선생님 공연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지켜봤어요.
16명이 호흡을 맞춰가며 들어오는데 무척이나 설레였어요.
덕담을 하는 동안 무대 뒤쪽에 준비된 돼지머리 입과 콧구멍에 돈(봉투)들이 꽂히고...
한 가운데 서 있는 촛불이 더욱 분위기를 살려 주었어요.
두 번째 공연은 '삼도 설장구 가락'...
자그만치 16명이 삼도 설장구 앉은반을 했어요.
그런데 마치 4명이 하는 것 처럼 딱딱 맞는 것이
중간중간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전율을 느낀 적이 몇 번인지 모른답니다.
세 번째 공연은 '삼도 농악 가락'...
'호남 우도 가락과 영남, 웃다리 가락'으로 짜여진 가락으로 역시나 멋졌구요.
중간에 10분 휴식을 갖고 2부 시작~!
축하공연으로' 예술단 고구려'가 와서 남도 민요 중에 '성주 풀이'와 '진도 아리랑'을 선보였어요.
역시나 찬조는 찬조답게 아주 짧게 마쳤지요.
물론 소리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 시간 역시 좋았지만,
아마도 그 시간이 좀 길어졌다면,
다른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공연으로 '판굿'...
저 개인적으로는 판굿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기대만큼 거의 한 시간 동안을 판굿이 벌려지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끝나는 것이 아쉬웠으니...
그렇게 공연은 막을 내렸는데, 참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사람마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관객과 주고 받는 사회자님의 편안한 입담이 좋았고...
관객들의 멋진 추임새도 멋졌고...
참~ 어떤 분은 '잘한다~ 씨*!'하셔서
공연하는 이들도 살짝이 웃고 관객석도 웃음이 묻어난 적도 있었는데요~
그런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뭐에요.
어찌 보면 욕 나올 정도로 잘 해서 그런 추임새를 넣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에...^^;
판굿에서 소고의 상모놀음이 시작되기도 전에 밟여서 초리(상모의 종이부포)가 끊어졌을 때,
관객석에 있던 사회자님이 무대 뒤에서 초리에 풀칠을 해서 이어준 사회자님의 센스...
그리고 그 때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다가 다시 연결됐을 때 안도하며
공연하는 사람과 함께 호흡한 듯한 그 기분...
공연 마치고 나서 관객들이 나와서 어우러지는 모습들...
(물론 다들 우리 가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디딤새가 예사롭지 않았지만ㅋㅋ)
공연을 다 마쳤는데도 금방 나오지 못하고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기웃기웃했던 것...
춥다고 안 갔으면 후회 조차도 못했겠지요.
10대에 유명한 연예인을 봐도 사인 받으려 하지 않던 제가
공연 하신 분께 사인도 받으러 갈 정도였으니... 푸히히
물론... 생각 이전에 감동과 전율이 먼저였어요~
공연장에서 나와서 전철 타기 전까지 그 감흥에 취해서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었던지...^^;;;
오늘 공연을 볼 수 있게 알려주신 박헌규 선생님께 너무도 감사하답니다.
동시에, 오늘 참석하지 못한 선생님들께는
다음 공연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오늘의 감흥을 글로 나타내고자 하니 제 표현력이 너무도 부족하거든요.
첫댓글 미르의 공연은 저에게 있어 멋진 첫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조종사의 기분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공연에 대한 자세하고도 재미있게 글을 쓰신 해숙님의 글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주와 공연을 전통음악 식구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올~ 대식 샘~~~ '이하동감~!!!'이라구 남긴다고 하시더니...ㅋㅋ 부부끼리 주말 공연 같이 다니는 모습 너무도 보기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