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축산업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결과에 따라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다수의 연구기관은 물론 학자들이 FTA가 타결될 경우 축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업계의 눈과 귀는 온통 FTA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여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 해외 악성 가축전염병의 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전쟁’도 올해는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결과에 관심집중〉농림부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농축산물 교역액 연간 32억달러 가운데 50%인 16억달러가 축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축산물의 관세를 즉시 폐지하자는 미국 측의 주장과 국내 산업에 미칠 민감도를 최대한 고려해 개방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FTA가 어떤 형태로든 타결될 경우 국내 축산업은 사육기반부터 관련산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국내 축산업계는 정부가 마련한 축산분야 경쟁력 제고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실정이다. 우리 축산업은 규모나 생산성 면에서 아직 미국에 대한 경쟁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데, 그나마 보호장치 역할을 해왔던 관세마저 없어질 경우 국내 축산업은 붕괴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본격 수입〉미국에 광우병 파동이 일기 전인 2003년의 경우 우리나라가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는 무려 19만9,400t이나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것이다. 하지만 2003년 12월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진출이 전면 금지되자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해제시키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도축월령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한국에 수출을 시도한 쇠고기에서 잇달아 검출된 뼛조각 때문에 미국은 또다시 곤경에 처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SRM(특정위험물질)이 아닌 일반뼈는 수입가능 품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국과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에 나설 기세다.
게다가 미국은 갈비 등 뼈가 붙은 쇠고기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교역국에 수출하기 위해 OIE(국제수역사무국)에 자국의 광우병 안전조치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 상태다. 만일 OIE가 미국에 대한 평가에서 경미·통제가능·위험 등 세가지 등급 가운데 경미 또는 통제가능 등급으로 판정을 내리면 우리나라는 갈비 등 현재 금지하고 있는 부위의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 경우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파동 이전 수준으로 밀려들어올 수 있어 국내 한우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돼지고기·닭고기 수요를 미국산 쇠고기가 대체하는 등 연쇄적인 파급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악성 가축전염병과의 전쟁〉악성 가축전염병과의 전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계농가는 지난해 말 발생한 AI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앞으로 AI 근절 여부에 따라 양계산업의 명암이 판가름날 것으로 점쳐진다.
소 브루셀라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가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4년 1만7,000여건에서 지난해는 2만건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올해 수소에까지 브루셀라 검사가 확대될 경우 감염률 수치는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올해 4월에 강제폐기 보상금을 60%로 낮출 계획이어서 농가 반발도 예상된다.
돼지 소모성질병과의 전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돈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소모성질병에 따른 피해로 전국의 새끼돼지 폐사율이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지 사육마릿수는 크게 늘고 있는 데 반해 도축마릿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줄거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 관련단체 등과 함께 올해 양돈장 소모성질병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근절 방안이 쉽게 마련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축산 전문가들은 다행히 몇년간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상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방역에 긴장감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