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첩
강문출
공장바닥에 쪼그려 앉아 포장을 하다 일어서니
무릎이 투두둑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려 문을 여니
화장실문이 삐이꺽 한다
밥을 벌기 위해 오래 여닫힌 내 관절이
배설물을 받기 위해 오래 여닫힌 화장실문 경첩이
드디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만적의 난이 예전에 실패한 줄도 모르고
구석구석 얽매인 머슴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니다, 이건 울음이다
그저 죽음에 이르고자 하는 울음인 것이다
아니다, 발악이다
허구한 날 몸을 부려 밥을 벌었으나
허기는 가시지 않고
허구한 날 배설물을 받아내었으나
구린내는 지워지지 않아
밥상을 뒤엎고 똥통을 깨부수는 소리인 것이다
아니다, 끙끙거리며 앉아 가만히 들으면
이 소리는 분명
나비처럼 날고자하는 경첩의 끝없는 날갯짓 소리
—강문출 시집 『타래가 놀고 있다』(한국문연, 2012)
강문출
부산 출생. 2011년 『시사사』로 등단.
첫댓글 "나비처럼 날고자하는" 몸짓, 더욱 활발한 문학의 "날갯짓 소리" 기대합니다.
얼굴뵙고 다시 읽으니~
여기서도 또 반갑네요~ ^^
감사합니다.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