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청소년 역사테마소설집 『전사가 된 소녀들』을 함께 썼던 네 명의 작가가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역사·여전사’에 ‘진로·직업’을 더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과학 수사관, 엔터테이너, 군인 등 오늘날 실존하는 직업들이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고려시대부터 조선과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고난과 도전, 저항이 ‘진로 탐색’이라는 청소년기의 고민과 만나면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목차
윤해연 | 만권당 소녀 9
윤혜숙 | 다모 백이설 51
정명섭 | 책 읽어 주는 상희 101
김소연 | 어느 소녀병의 편지 141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김소연
역사와 전통문화를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 SF에까지 장르를 넓히고 있다. 겉보기에는 목소리 크고 쾌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 동화 속 인물 승아 못지않은 소심쟁이이다. 2005년 월간 [어린이동산] 동화 공모에서 중편 「꽃신」으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07년 『명혜』로 제1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역사동화 동화책 『명혜』, 『꽃신』을 시작으로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동화 『내 짝꿍의 비밀』, 『승아의 걱정』, 『소원을 말해 봐』 등 여러 권의 어린이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 『격리된 아이』(공저), 『타임슬립 2120』, 『야만의 거리』, 『굿바이 조선』, 『광장에 서다』(공저), 『로봇 중독』(공저), 『헬조선 원정대, 을밀대 체공녀 사건의 재구성』, 『헬조선 원정대, 의열단 여전사 기생 현계옥의 내력』 등을 썼다.
윤해연
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동화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 『우리 집에 코끼리가 산다』, 『뽑기의 달인』, 『투명의자』,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지구 소년 보고서』 등을 썼으며, 청소년 소설로는 『그까짓 개』, 『우리는 자라고 있다』 등이 있습니다.
윤혜숙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고, 글쓰기와 함께 역사 공부를 시작했고, 이 무렵 알게 된 역사 이야기로 여러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수상 이력을 쌓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소설 창작과정에 선정됐고, 『밤의 화사들』로 한우리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소설 『뽀이들이 온다』, 『계회도 살인사건』, 『격리된 아이』(공저_, 『알바의 하루』, 『광장에 서다』(공저), 『민주를 지켜라!』, 『대한 독립 만세』(공저), 『여섯 개의 배낭』(공저), 『이웃집 구미호』(공저), 『말을 캐는 시간』 등과 김유정, 이효석의 단편소설 이어쓰기에 참여해 『다시, 봄ㆍ봄』 『메밀꽃 질 무렵』을 함께 썼다. 그 밖에 장편동화 『번쩍번쩍 눈 오는 밤』,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 『나의 숲을 지켜줘』 등과 창작동화집 『피자 맛의 진수』, 『내 친구 집은 켄타 별』, 그림책 『누가 숲을 지켰을까?』 등을 출간했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기억, 직지』로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으며 2019년 ‘원주 한 도시 한 책’에 『미스 손탁』이 선정되었다. 2020년에는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주요 출간작으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일상 감시 구역』, 『귀신 초등학교』, 『앉은뱅이밀 지구 탐사대』, 『미스 손탁』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고려부터 대한민국까지,
역사의 거대한 파고에 맞서
꿈과 희망을 위해 전사가 된 소녀들!
고려와 조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테마소설집. ‘여전사’를 주제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 낸 『전사가 된 소녀들』의 작가들이 이번에는 ‘역사’와 ‘여전사’에 ‘진로, 직업’을 더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과학 수사관, 엔터테이너, 군인 등 오늘의 직업이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작은 도전이 세상을 움직인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흉내 내는 건 싫어.”
고려의 일러스트레이터 ‘국이’,「만권당 소녀」(윤해연)
원나라의 내정간섭으로 폐위되었다가 복위된 충선왕은 연경에 ‘만권당’을 세운다. 일종의 독서당이었던 만권당은 온갖 책을 수집하고 원의 문사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학문과 신문물을 고려에 전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곳에 주인인 대감마님을 따라 온 국이는 잔심부름을 하는 틈틈이 만권당에 온 학자들의 얼굴을 남몰래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만 국이의 그림들이 발각되고 만다. “그림을 그린 게 무슨 죄라고 나를 쫓아낸다는 거야? 내가 왜 용서를 빌어야 해? 난 잘못한 게 없어.”
“누구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제 일인 걸요.”
조선의 과학 수사관 ‘이설’, 「다모 백이설」(윤혜숙)
“너 포도청 다모로 가겠느냐? 싫다면 말해라.” 싫을 리가요! 얼마나 원하던 일이었는데. 포도대장과 종사관의 심사를 거쳐 드디어 진짜 다모가 된 이설. 이제나저제나 사건현장에 나갈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 포졸 장씨가 이른 새벽 이설의 방문을 흔든다. 빈사 상태의 아이가 한쪽 발목이 잘린 채 청계천 둑에 버려져 있었다는데.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잔혹한 짓을 한 거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
조선의 엔터테이너 ‘상희’, 「책 읽어 주는 상희」(정명섭)
한양 최고의 전기수인 어판수를 보기 위해 오늘도 상희는 혜정교로 간다. 손짓, 발짓, 한숨 등, 어판수의 습관을 모두 알고 있는 상희의 꿈은 바로 조선 최고의 전기수가 되는 것. 그런 상희에게 어판수는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를 아무리 좋아해도 여자에게 들을 생각을 하지는 않는단다. 여자는 절대 전기수가 될 수 없어. 얌전히 지내다가 시집이나 가거라.” 하지만 끈질기게 조르는 상희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다. 백사실 계곡 시회에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면 제자로 받아주겠다는 어판수! 상희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어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군인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해군 ‘성옥’, 「어느 소녀병의 편지」(김소연)
제주를 떠나 진해에 있는 해군에 자원입대한 성옥은 오늘도 편지를 쓴다. 하나뿐인 동생 성태를 맡아 준 작은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런데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면 우리 모두의 앞날이 평탄해질” 것이고 “하늘 아래 고개 빳빳이 쳐들고 다닐 수 있다”는 성옥. 성옥은 어쩌다 부모와 오빠를 한날 한꺼번에 잃었을까. 왜 핏줄이라고는 하나뿐인 동생을 두고 자원입대를 선택한 걸까? 제주4·3에서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한 소녀의 절절한 고백으로 펼쳐진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선, 소설로 만나는 진로 탐색
세상의 모든 역사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만들어 온 것임에도 여성의 흔적을 정치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담아 낸 사료는 매우 드물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한국사를 공부해 온 네 명의 작가가 머리를 맡댔다. 역사테마소설집 『만권당 소녀』에 수록된 네 편의 단편이 소설적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허구임에도 충분히 있을 법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바로 역사적 기록과 사실관계에 기반하여 쓰여졌기 때문이다. 또 고려시대부터 조선과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주인공들의 고난과 도전, 저항의 여정이 ‘진로 탐색’이라는 청소년기의 고민과 만나 더욱 흥미롭게 펼쳐진다.
[글쓴이의 말]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고 고려의 정치사에도 큰 영향을 준 만권당은 단순히 만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고려의 불운한 정치사 뒤에 이토록 애달픈 이야기가 있다면 충선왕이 초기에 꿈꾸었던 혁신적인 정치가 물거품이 되진 않았을 터였다. (…) 지금도 어딘가에 만권당이 있을 것이다. 국이처럼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에게 더 많은 만권당이 필요한 시대다. -윤해연
다모는 비록 출신은 미천했으나 일정한 교육 과정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녹봉을 받는 전문직 여성이었다. 당연히 남성 포졸과 똑같이 수색, 포박, 염탐 등의 역할을 수행할 만한 정신적 육체적인 강건함을 갖고 있었다. (…) 이런 면에서 다모는 승진과 녹봉이 보장된 조선 시대 여관이었던 궁녀에 비해 훨씬 더 전문직 여성이었음에 틀림없다. -윤혜숙
몇 명의 전기수들은 오늘날에도 이름이 남아 있을 정도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전기수들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바깥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기 때문에 여성이 전기수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여성 전기수의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야기는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정명섭
개인의 인생과 운명은 시대를 거스를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물리칠 수 없는 거대한 파고로 닥쳐오는 시대적 운명 속에서 살길을 찾아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한 제주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큰 보람이었다.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