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차인이 대항력 취득한 날이 전세권보다 선일이라면 수리할 수 있다.
최근 전세금액이 하락하면서 전세를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없어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해 주지 못하여 전세사는 사람이 이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경우에 이사를 가려는 세입자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이사를 가기 위하여는 임차권등기명령을 하여야 한다.
문제는 우리 등기선례가 예전부터 그 주택에 전세권설정등기가 있으면, 그 후에는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 이후 그 선례가 일부 변경되어 오기는 했어도 선례의 기본취지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등기선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잘못된 등기선례로 인하여 임차인에 대한 보호장치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마련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이사를 가야한다. 만일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문제로 감정대립이 생겨 임대인이 전세권설정등기를 해둔다면,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물론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경우에는 무조건 한 쪽의 입장만을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 대립을 조정하고자 하는 제도가 아니라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법의 취지를 생각하지 못한 채 이러한 등기선례를 제정하여 시행한다면 보호받아야 하는 임차인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그 법의 취지를 생각하고 그 법으로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항상 경계하여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의 보호를 위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만든 보호장치이다. 전세권등기가 이미 되어 있다고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다는 종전의 등기선례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론적인 근거도 없고 임차인의 보호를 위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마련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임차인이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잘못된 법해석이다. 우선 최초의 등기선례(7-281)부터 보겠다. 이 등기선례는 나중에 일부 변경되었으나, 기본적인 입장은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다.
이미 전세권설정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에 대하여 주택임차권등기의 촉탁을 수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이미 전세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주택의 일부분에 관하여 그 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하여 동일 범위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임차권등기를 촉탁하는 경우, 이는 기존 전세권설정등기와 양립할 수 없는 등기의 촉탁으로서 등기관은 부동산등기법 제55조 제2호에 의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2002. 12. 24. 등기 3402-724 질의회답)
이 선례의 내용을 잘 보면, 전세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진 주택에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 촉탁이 있는 경우 이는 "기존 전세권설정등기와 양립할 수 없는 등기"라고 한다. 저는 왜 양립이 안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 논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에 하게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 우리 판례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규정에 의한 임차권등기는 이미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였음에도 임대인이 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게 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5. 6. 9. 2005다4529 판결).
그렇다면 이미 전세권등기가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 그 이후에 임차권등기를 하는 것이 기존 전세권설정등기와 양립할 수 없는 등기가 아니다.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는 새로이 임차권이라는 용익권을 설정하는 등기가 아니라, 이미 종료된 임차권의 임차인보호를 위하여 임차인이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이사를 하여도 계속 보호가 된다는 취지를 등기하는 의미밖에 없다. 기존의 전세권설정등기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전혀 아니다. 또한 전세권은 물권이고, 임차권은 채권이기 때문에 이론상 양립할 수 없는것도 아니다. 굳이 양립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를 저는 전혀 모르겠다.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 그 이후에 나온 등기선례(9-300)도 이 등기선례를 일부 변경하여 이미 전세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진 주택에대하여 동일인을 권리자로 하는 임차권등기는 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임차인보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이미 전세권등기가 되어 있는 임차인은 이미 보호를 받는 사람이므로 굳이 임차권등기를 하지 않아도 보호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등기선례(아래에 전문을 인용하였다)도 종전 선례를 일부만 변경하고 그 기본취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최초의 등기선례(7-281)를 폐지하여야 한다. 이 잘못된 등기선례 때문에 특별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마련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는 임차인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다.
최근의 등기선례를 참고로 소개한다. 이 등기선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전세권등기가 되어 있어도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는 가능하다고 심플하게 정리하여야 한다.
이미 전세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주택을 대상으로 임차권등기의 기입이 촉탁된 경우 등기관이 당해 등기촉탁을 수리할 수 있는지 여부 (일부 선례변경)
제정 2022. 10. 18. [부동산등기선례 제202210-2호, 시행 ]
이미 전세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주택에 대하여 전세권자와 동일인이 아닌 자를 등기명의인으로 하는 주택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등기의 촉탁이 있는 경우 등기관이 당해 등기촉탁을 수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고(「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그 주택에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라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면 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같은 법 제3조의3 제5항), ② 위 임차권등기는 이러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담보적 기능만을 주목적으로 하는 점(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및 ③ 임차인의 권익보호에 충실을 기하기 위하여 도입된 임차권등기명령제도의 취지 등을 볼 때, 주택임차인이 대항력을 취득한 날이 전세권설정등기의 접수일자보다 선일이라면, 기존 전세권의 등기명의인과 임차권의 등기명의인으로 되려는 자가 동일한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주택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등기의 촉탁이 있는 경우 등기관은 그 촉탁에 따른 등기를 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