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김철식, 참 소박한 그러나 참 뿌듯한
갈까 말까 했다.
‘미니결혼식(스몰웨딩)으로 합니다~ 글쿤아 하고 알고 계셔요~^^‘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바로 ‘재경문경시산악회’에서 인연이 되어, 날이 가면 갈수록 두터운 정을 쌓아가고 있는 고향 후배인 김철식 친구가, 맏딸 소영 양을 시집보내는 혼사를 두고 내 그리 고민을 했었다.
지난 2021년 5월 6일 목요일의 일이었다.
그 친구가 내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소식 하나 전해왔다.
이런 소식이었다.
‘ㅋㅋㅋ 저는 이제 손 털어버립니다~^^ 재작년에 작은딸이 먼저 시집을 갔고~! 큰딸을 존 날에 보냅니다~‘
그러면서 알려준 그 혼사의 때는 딱 한 달 뒤인 같은 해 6월 5일 오후 5시였고, 곳은 전철 2호선 선릉역 인근의 ‘다노이 선릉’ B1 단독홀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 곧장 이렇게 답을 했다.
‘축하드리고, 그날 봅세’
그런데, 내 그 답 뒤에 그 친구가 다시 답을 한 것이, 나로 하여금 갈까 말까 고민하게 한 위의 그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하고 알고만 있으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하객들의 발걸음을 가급적이면 막아보려는 혼주의 심산이 엿보였다.
일단 고민이 됐다.
그러나 그 고민은 잠깐이었다.
곧바로 그 혼사에 발걸음 하는 것으로 마음 작정을 했다.
막 그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에, 내 눈앞에 어린 풍경 하나 때문이었다.
바로 2021년 올 봄에 김철식 그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기타 하나가, 그때 내 눈앞에 어린 바로 그 풍경이었다.
최근 들어 그 친구가 클라리넷 연주에 빠져들면서 옆으로 밀쳐지게 된 기타의 새 주인으로, 고향 선배인 나를 지목해준 것이다.
친구의 그 고마운 마음씀씀이가 내 가슴에 뜨거운 감동으로 담겼음은 물어보나마나였다.
그리고 그 날을 기다려, 예식이 있는 그 현장을 찾아갔다.
사실 이날은 나를 간절히 기다리는 패거리가 따로 있었다.
우리 고향땅 문경 출신으로, 온라인에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남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모임인 ‘실개천♡흘러가듯’ 밴드 회원들이, 바로 그 패거리였다.
분당 중심을 가로 질러 한강으로 끼어드는 작은 물줄기인 탄천을 어울려 걷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패거리와의 동행은 당초부터 밀쳐놓고 있었다.
패거리와 어울리는 기회는 또 있을 것이지만, 혼사에의 발걸음은 그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기에, 여긴가 저긴가 하고 선택을 고심할 필요 아예 없이, 일찌감치 혼사에의 발걸음을 작정해놓은 터였다.
그렇게 찾아간 혼사에서, 나는 놀라운 풍경과 맞닥뜨려야 했다.
그동안 늘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만나지를 못했던 몇몇 얼굴들과 맞닥뜨린 것도 놀라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풍경이 있었다.
그것은 참 소박한 풍경이었다.
앉을 자리 자체가 50여 석 남짓할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친구가 ‘글쿤아 하고 알고 계셔요’라면서 사전에 내 발걸음을 막으려고 했던 그 시도가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있었다.
비록 좁은 곳이었지만, 내 그곳에 자리 하나 잡고 앉아 있다는 그 사실이, 나를 참 뿌듯하게 했다.
이날 혼사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옷차림도 참 소박했고, 예식 절차 또한 참 소박했다.
예식의 핵심인 신랑 신부의 혼인서약은 있었지만, 여느 결혼식에서나 다 있을 법한, 예물 교환도 없었고, 축가도 없었고, 늘 그 말이 그 말이어서 하나마나 한 그 주례사도 없었다.
형식적 절차는 거의 다 빠지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의 소박함이었다.
더 놀라운 풍경이 있었다.
신부의 차림이었다.
여느 신부라면 당연히 입는 것으로 알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이날의 신부는 입지를 않았다.
일상에서 입는 평상복 차림으로 하객들 앞에 선 신부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나는 흑진주보다도 더 아름다워 보였다.
타고난 아름다운 용모에 내면의 소박한 아름다움까지 더 보태진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다들 행복해했다.
이날 예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로 그랬고, 양가 혼주들도 그랬고, 그 풍경을 지켜보는 우리 하객들도 그랬다.
그리고 우리들 가슴에 담긴 것이 있었다.
참 뿌듯하다는 그 느낌이었다.
내 그 느낌을, 혼사가 끝난 그 자리에서 곧바로 혼주인 김철식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해줬다.
곧 이랬다.
‘참 소박하게 열린 혼사였어요.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지켜봤어요. 축하해요.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