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올린 것 긁어 왔습니다. 그냥 그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있었는데 요번에 강의 듣다 잊기 전에 흔적이라도 남겨 놓을 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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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교정교열 강의.
세 번째 강사인 김철호 선생님 강의를 듣다가 뭔가 아는 거 많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한 모습 속에서 어지간히 왕자병이 있으신것 같다 여겼지만 나의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 주는 강의 내용을 듣고 모든 것이 다 용서.
슬리퍼는 괜찮고 쓰레빠는 안된다.
텔레비전은 괜찮고 테레비는 안된다
자몽 안돼 그레이프 프루트
다꾸앙 안돼 단무지.
바케쓰는 양동이로 순화해서 써라?
빵꾸는 펑크로 순화해라.
슬리퍼는 괜찮고 쓰레빠가 안된다는 것은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본 것일 거다.
그래야 쓰레빠를 슬리퍼로 고칠 수 있을 테니.
그런데 슬리퍼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봐라. 실내에서 신는 푹신한 또는 가볍고 폭닥한 느낌의 그런 실내화가 떠오른다.
그러면 쓰레빠는?
쓰레빠라늘 말을 듣고 폭닥하고 가벼운 실내화를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밖에 나가 찍찍 끌면서 신고다니는 신발이 떠오르지 않나?
슬리퍼는 오리지날 영어라 괜찮고 쓰레빠는 일본식 영어라 안된다는 건가?
우리말을 다루는 책에서 일본에서 온 표현 등의 꼭지에 꼭 나오는 말들이 있다. -뭐 그런 말 쓰지의 차원인가 싶은데.
일본식 영어라 안 된다는거.
오리지날 영어는 괜찮고 일본식 영어는 안 된다. 뭐 내가 모자라서 그런가 몰라도 그거나 이거나 어쨌거나 우리말이 아닌 것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데 굳이 오리지날 영어로 가야 한다고 하는 건 무슨 논리냐?
텔레비전과 테레비도 같은 맥락이다 발음은 테레비가 훨~씬 편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우린 텔레비전이라고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갖고 살고 있다.
자몽.. 사실 이 말은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하는 데 일본에서 듣기 힘든 말이다. 벌써 내가 오 년 전 쯤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씁쓸한 그레이프후르트 주스를 마시면서 이게 도대체 어떤 과일인지 하고 궁금했던 적이 있다.
자몽 주스는 일본에 없다. 그레이프후르트 주스가 있을 뿐이다.
자몽이라는 말이 일본이 포루투갈의 영향을 받아서 생겨난 말이란다.
포루투갈어의 영향을 받은 말도 안 되는가 보다.
단무지. 자장면 먹으면서 없으면 서운한 단무지. 일본에서 살 때 김치 대신 먹었던 그 이름도 유명한 다꾸앙.
닥꽝 아닙니다. 다꾸앙 맞습니다. 아니 아니 단무지라고 해야죠~~
단무지는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다꾸안이라는 사람의 이름 따서 다꾸앙이 된 것이다.
이건 일본 것인데도 그 말이 거부 당했다. 다꾸앙이 한국에서 살기엔 텃세가 너무 심했나~~
바케쓰. 이건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고민하던 것이 떠올랐다.
바케쓰하면 떠오르는 형상이 있다. 그런데 양동이라고 했을 때 같은 형상이 떠오르냐고?
절대 노 노 노.
솔직히 양동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그다지 분명하지 않다.
바케쓰는 어렸을 때 많이 듣던 말이라 그런가.
약간 사다리꼴 통으로 세로로 길고 손잡이가 달린 그런 통 말이다.
양동이에서 그런 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건 내 경험부족? 아님 내가 사는 모습이 모범정답 같지 않아서?
그리고 빵꾸를 펑크로 순화 하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왜왜왜? 아예 우리말로만 한정하지 구멍, 구멍나기 구멍내기 흠구멍이라고 해놓고 거기에 펑크까지 추가 시킨걸까.
펑크나 빵꾸나. 의미 전달에 무슨 문제라도?
의미전달에 문제가 아니고 아무래도 빵꾸는 촌스러워 보여서 이 말을 어떻게 순화할지 바꾸신 점잖하신 분들이 얼굴빠지게 빵꾸가 뭐야 펑크로 해 이런 거 아닐까..
왜자꾸 삐딱하게 나가는 지 원.
아무래도 황대권 선생님의 <빠꾸와 오라이>를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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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슬리퍼와 쓰레빠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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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17
08.02.22 14:5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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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있네요.
다른 것들은 둘째치고 펑크는 잘못 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인도 안 쓰는 그런 단어를 누가 만들었는지,![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구멍이라고 하면 될 것을... punch(펀치)나 puncture(펀처)라고 하면 또 모를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