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님께
― ‘경남국립대’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교명입니다 ―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학교가 ‘또’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국립∨경남대학교’라는 이상한 카드를 들고 나와 저희 경남대학교의 심기를 건드리더니, 이번에는 ‘국립경남∨대학교’라는 더욱 이상한 주장을 펼치면서 말입니다.
당시 마산대학의 ‘경남대’로의 교명 변경은 정당한 절차에 의한 결과
그들의 주장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첫째는, 지방거점 국립대학은 ‘도명’(道名)을 따야 하는데, 경상대는 그러지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기들이 응당(應當) 가져가야 할 ‘경남대’라는 교명을, ‘부당하게도’ 사립대학이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그래서 지금,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경남’이라는 이름은 꼭 교명으로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육기술과학부 장관님!
그들이 주장하는 위 첫째와 둘째는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1960년대 말엽에 ‘도립 진주농과대학’(경상대의 전신)이 국립대학으로 되면서 교명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고, 교명은 진주농대가 경남 유일의 국립대학이니 당연히 ‘(국립) 경남대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이름은 우리보다 늦게 교명 변경을 신청한 마산에 있는 ‘마산대학’이 부당하게 가져갔다. 그 이유는 당시 마산대학의 이사장인 박종규 씨는 실세 중의 실세인 청와대 경호실장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주장을 듣게 되면, 십중팔구는 경남대는 부도덕한 집단이고 경상대는 피해자라는 데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장관님!
이 부분에 대한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저희 경남대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위와 같은 사실은 ‘날조’된 것이고, 경남대를 모함하는 발언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1968년에 당시 마산대학을 인수한 ‘학교법인 삼양학원’이 설립 취지문에서 이미 ‘경남대’라는 교명을 취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별첨 자료-1 참조). 삼양학원이 설립될 때 그것은 박종규 전 이사장과는 무관한 재단이었습니다. 그 재단이 부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많은 마산 시민들의 요청에 의해 그 재단을 인수한 분이 바로 박종규 전 이사장입니다. 박종규 전 이사장의 초반 시절은 말하자면, 삼양학원 때부터 시도되었던 ‘경남대’로의 교명 변경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척되었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때 진주농대는 교명 변경 작업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거나, 썼다 하더라도 논의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이, 그들이 편찬한 경상대학교 30년사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습니다(별첨 자료-2 참조).
둘째는, 위에서 언급한 경상대학 30년사의 기술 부분입니다. 그들 스스로 논의를 늦게 하여 마산대학에 경남대라는 이름을 선점 당한 아쉬움을 기술해 놓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경상대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부당하게 진행된 것이었다면, 무엇이 무서워 대학의 역사를 기술하는 데서 그런 말을 뺐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2004년에 교육인적부총리님께 올리는 글에서도, 여러 증언을 바탕으로 하여 저희가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을 정확히 알려 드렸고, 아마도 그런 것들이 당시 판결에 제대로 반영되어 경상대 측의 무모한 도전을 물리쳤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면, 그때만 해도, 삼양학원에서 ‘경남대’라는 교명을 신청하려 한 사실을 잘 몰랐고, 또 경상대학 30년사와 같은 책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전말이 더욱 더 분명하게 드러났기에 장관님의 현명하신 판단을 기대합니다.
교명을 바꾸는 것은 그들의 뜻, 다만 ‘경남대’는 걸고 넘어가지 말기를
저희는 경상대학교가 교명을 바꾸든 말든 상관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 그들이 애매한 경남대를 걸고 넘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대응’의 차원에서,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평지풍파가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할 뿐입니다. 그래서 경상대 측에 충고합니다.
‘경상대’라는 이름이 전국화하지 못한 브랜드라면, 그것은 국립대학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도 노력하지 못한 구성원들의 탓 때문이지, 이름 때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입니까? 노력만 한다면, 교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시대가 아닙니까? 단지 국립대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입생이 들어오는 것에 안주한 것은 아니었던지, 경상대는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립대학 관계자는, 밤낮 없이 뛰어도 등록금이 비싸다는 한 가지 이유로 우수한 신입생이 발길을 돌리는 사태에 허탈해 합니다.
국립대학이 갖는 프리미엄의 10분의 1만 사립대학인 경남대가 가진다면, 그리고 경남대 전 구성원들의 처절할 정도의 노력을 거기에 덧붙인다면, 아마도 경남대는 지금쯤 한국의 대학을 넘어 세계적인 대학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국립대학에 근무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모든 것을 ‘교명’ 탓으로 돌리는 경상대는 측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님!
저희 경남대 구성원들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상징물인 ‘한마’(汗馬) 정신으로 지칠 줄 모르게 달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루어낸 성과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자행하는 집단이 있을 경우는, 더 이상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경남국립∨대학교’는 성립조차 할 수 없는 이름
‘경남국립∨대학교’라는 명칭은 아예 성립조차 할 수 없는 이름입니다. 경상대학교 측은, 경기도에 있는 국립 한경대학교가 ‘경기국립대학교’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했다가, 경기대학교 측에 패소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 한경대는 ‘경기국립대학교’를 ‘경기(고유명사)+국립(설립 주체)+대학교’라는 의미로 사용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설립 주체를 뺀 나머지 이름이 다른 이름과 같거나 유사할 때 이런 교명은 쓸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법입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경상대 측은, ‘경남국립대학교’를 ‘경남국립(고유명사)+대학교’라는 의미로 쓴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손 가리고 아웅’해도 분수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관님!
‘경남국립’이 고유명사가 될 수 있습니까? ‘경남’은 고유명사이지만, ‘국립’은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경남’이 고유명사라 해서, ‘경남사람, 경남지역, 경남경제’ 등등이 고유명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경남국립’이 고유명사가 될 수도 없는 더 많은 언어학적 증거를 첨부해 올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별첨 자료-3 참조).
백보를 양보하여, 그들의 주장대로 ‘경남국립대학교’가 가능하다고 하면, ‘(국립)서울대학교’ 외에 ‘서울국립대학교’가 생겨나지 말란 법도 없고, ‘(국립)부산대학교’ 외에 ‘부산국립대학교’, ‘(국립)경북대학교’ 외에 ‘경북국립대학교’라는 명칭도 생겨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어떤 혼란이 일어날 것이며, 그 피해를 입는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상호(상표)는 먼저 취득한 사람(단체)의 몫
아울러 상호(상표)는 먼저 취득한 사람(단체)의 것이라는 점도 강조해 두고자 합니다. 저희는 정당하게 ‘경남대’라는 교명을 취득했고, 그리고 숱한 오해와 질투를 받아 오면서도 의연하게 대학이 나아갈 정도를 걷고 있습니다. 경상대가 왜 그렇게도 ‘경남’에 연연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세계가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라고 한다면, 그리고 경상대 측이 어쨌든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면, 그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이름으로 교명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저희는 ‘경남대’라는 이름을 고유 브랜드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름을 새롭게 바꾸려고 시도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어떻게 오늘날까지 키워온 브랜드입니까?
저희가 2004년도에 ‘경남대학교’를 정식 상표 등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저희들의 피와 땀이 어린, 아니 어쩌면 한(恨)마저 서린 이름이 ‘경남대’이기에, 경상대 측에서 ‘경남국립대’ 운운하는 것을 저희가 어찌 앉아서 보고만 있겠습니까?
국가 경제가 어려운 때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도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요즘입니다. 전임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서거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다시피 한 때이기도 하고,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차대한 때에 ‘교명 변경’과 같은 쓸데없는 일로 신경을 쓰시게 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가 더 덕이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애써 저희를 자책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번 일도’ 경상대 측이 일으킨 평지풍파임이 틀림없습니다. 부디 이런 불필요한 소모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서기 2009년 6월 16일
2만여 경남대학교 교직원․학생, 10만여 동문, 학부모,
경남대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경남도민들의 염원을 함께 담아
학교법인 한마학원 이사장 박재규 삼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