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서 반말로 되어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필자는 톰 클랜시 광이다. 전쟁영화 팬에서 본격적인 매니아의 길(수렁이라고 해야 하나?)로 빠지게 만든 계기 자체가 소설 ‘공포의 총합’(그 때는 ‘베카의 전사들’이었을 거다...아마)이었고, 붉은 폭풍, 복수, 마약전쟁 등에서 보여지는 군사/정치 및 정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넓은 시각, 섬세한 묘사는 필자가 문학이라는 생소한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동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톰 클랜시가 나이를 먹고, 그러면서 점점 집필보다 경영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누구보다 슬픈 사람이기도 하다. 하긴, KGB와 붉은 군대가 사라진 마당에 그 시대 사람인 클랜시가 펜 잡을 맛이 사라진 건 이해할 만한 일이다.
이제 강대한 군사력을 있는대로 전선에 퍼붓는 전면전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른바 저강도 전쟁-좋은 무기와 많은 병력이 아니라, 훈련된 소수의 인원이 대표전(?)을 벌이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그 시대가 원하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클랜시 답게 레인보우 식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 내 마약문제, 특히 코카인 밀매가 상종가를 치고 있을 때 마약전쟁이 나왔고 이제 세계는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적 대립이 충돌의 주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신선하진 않지만 정확하다. 다만, 레인보우 식스는 게임으로 먼저 인기몰이를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히트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 자체는 빈곤하다. 읽을거리가 풍성했던 과거작과 달리 소그룹 A와 소그룹 B의 싸움외에는 별 내용이 없다. 디테일해지긴 했지만 그랜드하지는 못하다.
필자는 그 원인을 존 클라크를 통해서보고 있다. 처음 클랜시의 세계에서 창조되었을 때 잭 라이언의 경호원 겸 다목적 첩보원으로 등장한 존 클라크는 실제의 톰 클랜시보다는 약간 젊다. 그는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잭 라이언의 뒤에 묻히는 느낌) 주인공 잭 라이언의 업적이라는 것이 다 클라크가 하청받아 처리한 일이라 여겨질 정도로 헌신적으로 클랜시를 위해 일해왔다. 냉혹한 킬러, 하지만 따듯한 남자 존 클라크는 마치 짱가처럼 미국과 라이언과 클랜시의 부름에 충실하게 응해왔다. 부하 직원이라면 절대 잊지 못할 그런 캐릭터가 아닐까. 필자는 아마도 클랜시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등장인물이 클라크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불쌍하게도, 그는 이제 40대도, 심지어 50대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인정하고 있다. 레인보우 식스가 90년대 소설이니 아마 지금은 한국 나이로 70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톰 클랜시가 평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는 라이언보다는 클라크 쪽이다. 솔직히 우리가 봐도 CIA 강사에서 대통령까지 올라가는 비현실적인 라이언보다는 음지에서 늘 묵묵히, 돌아보면 항상 그 자리에 서있는 믿음직한 클라크가 더 멋지지 않은가. 우리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은 작가도 그렇게 썼다는 뜻이다. 톰 클랜시는 이제 늙어버린 클라크를 보면서 자신의 노쇄도 함께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레인보우 식스에는, 그가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범지구적 스케일이 없다. 테러가 벌어진 장소를 제외하면, 클랜시의 시각은 거의 헤어포드에 묶여있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릴 맛이 나지 않았다는 생각은 지나친 확대해석일런지.
피체닉인가 뭔가 하는 사람과의 공동작품(실제 역할은 감수와 동업 정도에 그쳤다고 하지만)에 등장하는 폴 후드는 이제 액션영화 출연이 불가능한 라이언이나 지쳐버린 클라크를 대신하기 위한 캐릭터같지만 그다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클라크를 첩보판으로 끌어들인 주인공 짐 그리어 제독이 죽던 때가 생각난다. 이제 클라크는 그리어 제독보다도 나이가 많다. 어느 날 아침에 침대 위에서 죽은 채 발견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 그 클라크가 ‘Rest in Peace'하는 날이, 클랜시의 긴 작품 행보에도 마침표를 찍는 날이 되지 않을까.
냉전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러라고 할 수 있죠...개인적으로는 '복수'가 가장 완성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중개인이 그 정도의 작품을 쓸 수 있는 복받은 정보공개환경을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러울 따름이죠^^ 김 작가님의 소설이 미국 차트에 랭크되는 날도 기대해봄직....인가요 ㅋㅋㅋ
첫댓글 안녕하세요, cardinal 님. 과거의 냉전은 영화 뿐만이 아니라 소설에도 매우 중요한 소재였음을 틀림없는 것 같네요. 톰 클랜시도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라 생각되는데, cardinal 님 생각은 어떠세요?^^
냉전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러라고 할 수 있죠...개인적으로는 '복수'가 가장 완성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중개인이 그 정도의 작품을 쓸 수 있는 복받은 정보공개환경을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러울 따름이죠^^ 김 작가님의 소설이 미국 차트에 랭크되는 날도 기대해봄직....인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