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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솔잎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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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산 산행후기 스크랩 별을 따는 소년의 고향 토왕 그리고 화채
무산 추천 0 조회 115 09.06.17 17:56 댓글 10
게시글 본문내용

설악산

용아장성

화채능선

공룡능선

 

아~ 나는 이제 알았다.

설악산이 이들이 있어

금강산에 못지 않음을.

 

 

 

아직 그 비경을 감추고 있는 토왕성 폭포

 

 

   

 

토왕성 폭포에서 그 비경에 넋을 빼앗긴

턱도 빠지고.ㅎㅎ

 

 

 

 

뒷면 화채능선입구 비룡폭포쪽

사진 왼쪽 전면 토왕성 3단 폭포

 

 

노적봉을 배경으로

안동 최강 김부회장님과 선배님

 

 

멀리 속초시가지와

바다가 어렴풋

그리고 별을 따는 소년.

 

  

토왕성 폭포를 뒤로 권선생과 

 

지리산과 설악산은 근원적인 유혹이라

사람이 되어서는 그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까지 여러가지 이유로 심신이 몹시 지쳐

영욕간에 불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가정도 사회생활도 생기를 잃어버렸고

 사랑도 꿈도 이미 나의 목표가 아닌 듯했다.

 

무엇인가.

중년에 이렇게 지치고

나이를 인정하면서 삶을 접어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 이보다 어리석은자 없다했음을

듣지 못해 나락에 떨어지는가.

알면서 이처럼 허물어지는가.

 

어떤이 말하길, 지는 관보다 못하고 관은 우보다 못하다했는데.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침소붕대하고 신념과 정서가 쉽게 흔들려

손바닥만한 평화는 참새날아다니는 수만큼

쉽게 깨어지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이제는 몸이 견디질 못하고

앓아누워 바꿔 입는 속옷이 여러벌일 정도로

나약해졌다.

 

세상을 관조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던 

사내는 어디가고 뿌리 잘린 허깨비 되었단 말인가.

 

몸을 크게 일으켜.

내가 일어난 설악산에서

산악처럼 크게 일어나련다.

 

도움을 받아 그곳에 든다.

 

2009.06.06. 토 밤 10시 30분

먼길을 떠난다.

동행이 여럿이다.

13명.

 

작은 승합차에 여분없이 떠나는 먼 여행은

또다른 수행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나를 절제하지 못하면

목적지에 닿기 전에 이미 생기 잃어버린 채

늘어진 애물덩이리일 뿐이다.

 

길은 멀고 밤은 깊어 

야간 무박산행의 출발은 처음부터

교향곡마냥 비장하다.

 

속초 해장국집에 2시 30분 요기를 한다.

선험자가 한 마디한다.

든든히 먹어두라.

우리는 이 말이 얼마나 적절한 충고임을 곧 깨닫는다.

 

3시 30분쯤   설악산 입구에 도착하고

매표소 옆을 돌아 들어간다.

사찰을 둘러볼 시간도 여유도 없으므로

입장료는 굳이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비룡폭포를 조금 올라 시내쪽 장관 노적봉

 

4시 30분 쯤 비룡폭포에 도착한다.

아직 사위는 어스름 이내가 푸르다.

산동지들은 그 발걸음이 구름을 걷듯이

부드럽다.

비룡폭을 지나 처음 맞는 암릉사변

비에 젖어 몹시 미끄럽다.

오늘 산행의 난이함을 짐작한다.

 

보통 산행을 가면 들머리나 정산부근

육산이 섞여 그날 산행의 자유를 만끽한다.

허나 여기 화채는 조금도 방만한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단언하건데,

십수 년 다닌 산길 가운데,

오늘 산길이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위험하다.

한 번 실수는 바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돌맹이가 되어 생사를 가른다.

천산만학이 바로 여기로다.

비에 젖어 미끄러지는 발길은

이제 목숨을 건 행보가 된다.

 

 

 

토왕성 폭포를 배경으로 참전사들

 

토왕성 폭포의 위용.

화채를 찾아야만 볼 수 있는 비경.

 

금강산 만폭동이

그 규모로 만폭에 군림하나

그 속살을 만인 앞에 들러내

신비감이 떨어지는 반면

토왕성 폭포는

은밀히 숨겨진 신부의 일기처럼 

구절구절 사연이 길다.

 

 아스라히 하늘에 오르는

가련한 비상구인 듯,

하늘과 통하는 간절한 외줄로

한줄 그은 추상화인가.

하늘과 땅이 하나 되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 거문고 현을 타듯

발뒤꿈치부터 숨골을 단숨에

울리는 천상의 노래인가.

3단 허공에 걸어놓은 은수건인가.

파르라니 여승의 창백한 손끝에서

뻗어나온 춤사위는 저토록 비에 젖어

소실택 애소처럼 애절한가.

 

 

 

 

토왕성 폭포 우측 안부에서 가쁜 숨을 돌린다.

긴장감이 팽팽한 암벽을 오르느라

시장도 잊었는 터라.

짬을 내어 공복을 채우는 시간도 달콤하다.

 

 

 

 

급한 경사는 이어지고 우리는 차츰 지쳐간다.

화려한 장관도 생사의 문제에 걸려 뒷전이다.

 

천길 낭떠러지를 등에 두고연신 미끄러지는

외줄 바위를 타고 오르는 모양이

어미품 떨어지지 않으려는 신생아 그것이다.

아니 그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세상이 아니다.

뒤에 시커면 악마가 아가리를 벌리고

조금이라도 방심할 양이면

단숨에 낚아챌 듯  머리칼이 바짝 선다.

무거운 베낭이 무게 중심을 뒤로 빼앗고

밧줄은 가늘고 늘어져 믿음이 가질 않고

지그재그 손과 발을 옮기나 안심가는 곳이 없다.

겨우 손가락 하나 걸고 오르고

등산화 코끝에 힘겹게 온몸을 얻지만

속절없이 미끄러진다.

사투를 벌이며 오르는 와중에

잡을 구조물이 없는 공간에 붙게되면서

공포는 더욱 깊어진다.

다리가 길거나 대담짐착한 회원들이야

다듬다듬 길을 확보해 올라가나

다리가 짧고 고공공포가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저승사자를 만난 듯

얼굴빛은 햐얗게 질린다.

이미 젊잖은 동작은 잃어버린 지 오래.

기묘한 동작으로 포인트를 확보해 간다.

최대로 다리를 찢어 아스라히 건너기도하고

허공에서 다리를 바꾸는 묘기를 어쩔 수 없이 과시하며

처음 만난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를

다독이며 아니 애원하면서 눈물로 올라간다.

옆으로 통왕성 폭포는 시원스럽게

중력에 순응하면서 지상으로 몸을 던져

물분수를 자아내는데,

이 인간이란 금지된 세계를

목숨을 걸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왜인가.

무엇을 찾으러 가는가.

우리를 애련하게 지켜보는 별을 따는 소년이여!

대답해주오.

 

드디어 최대난관이 앞을 막는다.

대패로 공을 들인 듯

아이들이 빙판놀이 한 듯

나무꾼이 사납게 30척 큰 도끼로

한 번에 찍어 내린 듯,

수직 단애가 무심히 우리를 막아선다.

 

능숙한 산꾼이 분위기를 바꾸려

웃음을 띄면서 먼저 몸을 붙인다.

모두를 안도하면서 루트가 확보되기를 기대한다.

거의 다 올라간 듯하더니,

웬 일인가!

갑자기 2미터 가량 몸을 던진 듯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가.

바로 내 눈 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사태라.

내 뒤에는 내가 아끼는 사람,사람, 사람들이

위태위태 매미처럼 붙어있는 상황.

나는 서늘한 가슴을 안고

마치 장난치듯이 바위에 뭄을

최대로 붙이고 웅크린다.

요행히 그가 내  어께에 발이라도 걸쳐 설 수만 있다면,

이 생각밖엔  그리고 머리 속이 햐애진다.

내가 무너지면 그야말로 참극이 이어질터.......

 

다행히 그는 내 손 바로 앞에서 지지물을 잡고

몸을 안정시킨다.

모두들 할 말을 잃고 핏기가 사라진다.

잠깐이었으나,

침묵하는 시간이 얼마인지 지금 알지 못한다.

그당시 아주 오랜 시간 모두가 숨조차 멈추어버린 듯.

 

새롭게 방법을 모색하고 오른다.

날랜 남자회원 먼저 올라

배낭은 먼저 줄에 메달아 올린다.

보조 자일을 던져 몸을 묶게 하고

원래 있는 밧줄은 단단하게 손으로 잡게하여

균형을 잡아 위에서 나와 다른 회원이 그냥

힘으로 당겨올린다.

 

아~ 그 위태함,

그 안타까움이란.

제발 무사하기만 한다면,

무사하기만 한다면~~

 

바라보는 몸짓과 눈빛은

생사를 결정짓는 순간에

더욱 솔직해지는가보다.

그 안타깝고 애이는 눈길을 따라

무사히 안부에 도달하는 순간.

 더 무엇을 생각하랴.

 

함께한 권선생은 마치 물건 달리듯

강제로 올려져 그 위신이 말이 아니다.

그녀도 이미 반쯤은 혼이 나간 듯.

올라온 그녀는 여기저기 끌켜 생채기가 심하다.

산행으로 다져진 그녀지만

화채는 역부족인 듯하다. 

 

 

 

별을 따는 소년이 바투 눈 앞에 다가선다.

윤동주의 화신인가.

그는 오늘도 하늘에 머리를 두고 참회의 우물을 찾고

하늘의 별을 헤고 

하늘의 별을 따는가.

아 ~ 그는 영원한 방랑자인가.

 

나는 오늘 생사존망의 기귀절경

설악산 가장 깊은 곳에 들어 나를 찾는다.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모든 생활이 정돈될수 없으며

자신의 역량마저 퇴락하고 무력해진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늘 내가 지향하는 것은,

그리고 유지하거나 지속하고 있는

속도나 긴장은 유지되는가.

 

산행도 일종의 역마살이다.

여전히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

꿈을 찾아 나서는 방랑이다.

나의 삶이 방향을 잡고 추진력을 얻는

소중한 세계가 산행이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처절한 방랑자이고싶다.

하늘 아득히 연을 띄우면

얼레는 숨이 가쁘고

안거에 든 존재는

십중팔구 그 꿈을 잃고

존재마저 상실한다.

방황의 고통과 인내 속에

꿈이 얼추 추구되고 성취를 맛보지 않는가.

그러므로 산행이 역마살이라해도

산행이 결코 광대의 넋이 들린 것이나

길신이 들린 것은 결코 아니다.

 

조금 전 목숨을 건 행보를 한지라

모두들 장엄한 표정이 자연스럽다.

 

저 밑에 바라보는 별을 따는 소년이

그저 외경의 손이었다면

이제 그 소년이 바로 내가 된다.

 

저렇게  떨어질 듯 메달려 따려한 별이

내 가슴 깊이  여럿 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내 삶에서 아직 따야할 별들을 헤어본다.

저 소년의 뒷그림자에 윤동주가 상심한 얼굴로 선다.

 

윤동주가 소망하던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그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시를 세겨넣었으리. 

그는 분명히 별을 따서

그 가슴은 별이 되어 밤하늘에 걸렸으리라.

 

나 이렇게 천리를 달려와

하늘에 손가락 하나로 매달리메

그 손끝에 별 하나가 걸린다.

 

말없이 사랑하며

자랑하지 말며

억지 개입말며

유연하고 장구하게

물처럼 흘러 별을 따리.

그리고 애절한 그리움이

저 투명한 폭포수되어 걸리리.

 

저 옆으로 토왕성의 폭포가

패연히 다가섭니다.

하늘로 솟구친 암봉들의 간절함이 힘겨워서인가요

지상으로 내리는 폭포수가 부드럽게 위무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려운 문턱을 넘습니다.

모두들 무릎이 깨어지고 팔뚝은 붉게 아롱집니다.

 

 

 

 

 

 

 

 

멀리 속초시내가 한눈에

 

 

 

 

 

 

칠성봉 정상 부근인가.

 

 

 

 

 

운무에 덮히는 산봉은

한폭 수묵화를 그린다.

살아움직이는 수묵화.

 

 

아득히 높은 산정에 움푹 단지처럼 패인 웅덩이에  개구리가 새롭다.

생명이 존재하는 곳은 항상 생경하다. 특히 이처럼 세상밖에서라면 더욱더.

사람 누울 만큰의 웅덩이엔 수중세계가 오롯이 열리고

짓궂은 사람들은 평화로운 세계를 들쑤신다.

못됐다.

 

나혼자 외로이 점심을 먹고,

 

 

 

 

본격적을 화채능선을 향해 호기롭게 선두에 서나

몇 발짝 못 가서 발길을 돌린다.

구조를 요청한 등산객을 데리고 하산하는

공원직원과 바로 마주친다.

계도기간이라면서 바로 돌아설 것을 요구한다.

이미 협상의 여지는 없다.

젊고 사명감에 투철한 직원이

규정을 무시하고 눈감아 줄 리 없다.

 

모두들 탄식하며 권금성으로 돌아내려온다.

내 옆에 같이온 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만약 왔던 길을 돌아가라고 한다면

차라리 벌금 50만원 내고 이 길을 그냥 갈 것이라고 한다.

ㅎㅎ

오늘 올라온 길에 톡톡히 혼이 난 모양이다.

그도 참으로 산을 좋아하는 마니아건만.

 

내려오는 길은 평소와 달리 너무나 평화롭다.

올라올 때 워낙 난이도가 높던 터라,

상대적으로 쉽게 소화된다.

그래도 설악산 험한 길인데.

 

소토왕성골로 내려서고

중간중간에 준비한 음식으로

하산길은 풍요롭다.

 

 

 

 

2시 30분쯤 하산한다.

그래도 10시간쯤 험한 산과 같이 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이다.

 

이제 이때가 오늘 하루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된다.

오르내리며 본 것들,

만난 눈빛과 손길,

살갑게 들은 사연들을

집에 이르는 시간 동안

잘 빗어내어 내 생각의 곳간에

정돈하는 시간이다.

 

산에  찢어진 무릎이 아플수록

그 무릎은 더욱 위로를 받으니

그 아픔이 주는 참뜻을 나는 안다.

즉흥적인 충동보다는 ,

우연한 행운보다는

일회성의 용맹보다는

결과로써 박수받는 지혜보다는

유장한 인내가

처절한 무심이

지속적인 시도가

생활 속의 약속이

물같은 한결함이

다함없는 마음이

과정에 다친 우직한 상처가

우리의 영혼을

우리의 정신을

우리의 사랑을

완성하는 것을 안다.

 

속초 시내에 들러

맑게 씻긴 영혼에 안고

몸까지 씻기니

분명 전날 밤에 들던

내가 아님을 안다.

 

정화된 심신이

더 이상 상처받아

땅을 기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면서

 

남쪽 내 고향을 찾아

발길을 돌린다.

창가로 같이 흐르는

달이 보름을 키워낸 황금빛으로

내 얼굴을 붉어진다.

붉어진 내 얼굴은

또 붉어져 내 심장은 따스하다.

 

오늘 같이한 산군들은

오래 기억할  내 소중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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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6.18 09:32

    첫댓글 다시한번더 화채에 가있는것 같습니다~~~ 화채의 애절함이 글속에 녹아있네요~~~ 설악이 옷을 갈아 입는 가을~~ 다시한번 조용히 다녀 올라고 합니다.

  • 작성자 09.06.18 11:02

    덕분에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꼭 동행이 되어 깊은 잔 나누고 싶군요.

  • 09.06.18 11:23

    소설을 읽는 듯 합니다..... 좋은 글....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 작성자 09.06.18 19:41

    좋은 산행에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09.06.18 15:13

    물같은 한결함과 유유함, 늘 당당하고 담담한 중년의 세월 잘 보내고 계시는 무산님이 쟎수~~지난 시간의 긴 글 보면서 혼자 웃기도 하며 잘봤습니다.감사합니다....

  • 작성자 09.06.18 15:27

    여전히 건강한 매력을 뿌리시더군요. 같이 산행해서 참 좋았어요.

  • 09.06.18 16:58

    출판사에 연락할까요? ㅎㅎㅎ

  • 작성자 09.06.18 19:42

    ㅎㅎ 참 좋았어요. 설악산은 인연의 세계지요.

  • 09.06.18 19:53

    토왕골의 아스라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힘든 설악의 위용을 다시한번 절감케 하는군요,,, 험한길 함께하면서 좋은시간 보낸것 같네요,,,, 토왕골의 소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09.06.20 10:43

    좋은 산행에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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