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4일차
9코스 대평에서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까지. 시작은 늘 어제 끝난 지점입니다. 어제 8코스 마친 대평마을에서 스트레칭하고 다시 힘찬 구호와 함께 출발
산길 초입에서 본 보리밭을 시작으로 길 중간중간 보리가 바람이랑 춤을 추네요
감자밭도 지납니다. 언뜻 당근인 줄 알았다는 ㅋ
산길에 혹시 소나 말을 만날 수도 있어 길에 이런 걸 세워두었답니다. 공항 카운터 앞에서 많이 보던 그런..산길에 몇군데 더 있습니다.
이 길이 말이 다니던 길이라네요. 몰질. 말을 몰이라 했고, 길은 질이라 발음한, 말길입니다.
오늘 코스 월라봉에 오릅니다. 예전에 봉수를 피웠던 곳이라 봉이라 한답니다.
오르막이 있긴 하나 그리 급경사는 아닙니다. '짧고 굵은'이라고 하셔서 겁을 좀 먹었는데 말입니다.
다른 코스가 바닷가 평평한 길이라 상대적으로 힘들다 느끼는 모양입니다. 경사 급한 통영 산에 다니던 제겐 편안했습니다.
오늘 길에도 꽃이 지천입니다. 광대수염
미나리 아재비
인동덩굴에도 꽃이 피고
골무꽃
산에 오르면 산방산이 보입니다. 내일 갈 10코스. 전에 올레 축제 때 걸었던 참 예쁜 길
월라봉 정상에 사상자 꽃길이 있습니다. 우리 식구들 모두 꽃길 걸으시길. 하긴,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가니 우리가 걷는 한달 내내 꽃길이긴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곳에 숨은 슬픈 역사의 현장. 일본군 진지로 쓰려고 이 산에 뚫어 놓은 동굴이 제법 많이 보입니다. 조망이 잘되어 군사적 요충지였다고 합니다.
서귀포 서쪽, 제주도 섬 모양 그대로의 아래쪽 해안선이 멀리 다 보입니다.
월라봉 정상에서 휴식. 같이 걸어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길동무 이 쌤이 빵을 준비해 오셨네요. 감사히 나눠먹고
이거 처음 보는, 엄청 작은 꽃이 달렸어요. 국립공원 다니는 친구가 보리밥이라 가르쳐 줬는데 보리밥 나무 꽃은 가을에 핀다고 하네요. 그럼 얘는 뭘까요?
반디지치
얘는 애기 등심붓꽃이래요
감귤농장을 지나는데 길 옆으로는 하귤나무를 울타리 삼아 심으신 듯합니다. 맛있는 귤은 지나는 사람들이 다 따먹어서 일부러 그러셨을 거라는 길동무 쌤의 말씀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저라도 그리 했을 듯.
맛이 궁금하셨던 박쌤이 땅에 떨어진 걸 하나 주우셔서 반 잘라 건네 줍니다. 자몽 비슷한 쌉싸름한 맛입니다. 맛있는 감귤 종류가 워낙 많아서 그렇지 못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먹을 만 했습니다.
안덕 계곡. 여름이면 제주 사람들 여름 피서지로 인기 좋다는 곳
노랑 제비꽃인줄 알았는데, 벌노랭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언덕이 전부 노랗게 보일 정도로 잔뜩 피어 있습니다.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니까~~
그리 걷다보니 어느 새 오늘 코스 끝이네요. 파도소리 대신 새소리로 가득한 길, 7.6킬로
그동안 길동무 해주신 김 쌤과 이 쌤은 오늘까지 해주시고 내일부터 다른 길동무 쌤이 오신답니다. 한 달 여정의 첫 걸음이라 잘 못 걷고 힘들어 할 때마다 기분 좋은 덕담과 재미 있는 이야기 들려주시며 이끌어주셨던 고마운 두 분입니다.
저희가 길 걷는 동안 응원해 주시러 에너지 뿜뿜 장착하시고 오실 거라는 거 압니다. 우리 모두 그리 믿습니다.
제주올레 완주하면 완주메달과 완주증서 받고 저기서 사진 찍어 명예의 전당에 사진을 올려줍니다. 4일 있었는데 벌써 10명 정도의 완주자를 보았습니다. 음..나도 언젠가 저기 설 수 있겠지요
짧은 코스라 다른 날 보다 일찍 끝나서, 오늘 퐁낭에서 준비한 이벤트는 족욕입니다.
뜨끈한 물에 발 담그고 따뜻한 귤꽃차를 한 주전자 다 마셨더니 땀이 흐릅니다. 사장님 말씀이 온몸을 덥히고 나는 땀은 노폐물 배출이라고. 게다가 아로마 오일로 목과 어깨 마사지 해주셨는데 잠깐의 손길로 두고두고 시원했네요.
오늘 아침은 전복죽. 매일 같은 죽인 줄 알고 받았는데 같이 앉은 쌤이 전복죽이라 하네요. 죽 하나도 매번 바꿔 주시는 세심한 배려에 감동
점심은 센터에 와서 어멍 밥상 받았습니다. 왜 이런 거에 감동이 밀려오지? 집밥...이라 그랬나 봅니다. 된장국 오이나물 진미채 고등어까지 다~~맛있습니다.
올레쉐프가 준비한 오늘의 저녁식사는 무려 감자탕. 바삭한 찌짐도 맛나고요, 푹 삶아 보들보들한 제주 생 돼지등뼈(틀림 없을 듯)와 시래기..우왕 오늘은 감동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