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그리고....겨울
音波 吳銀鎬
채플린처럼....
가출했다가 하숙집으로 돌아온 사오정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밤사이 비가 내리었나 봅니다
부스스 눈을 비비고 창가를 바라보니 베이지 색 블라인드 커 텐 사이로
뿌연 햇살만이 강하게 비추는 조용한 아침이더군요
초침소리 들리는....째 칵 째 칵
부엉이 벽시계만이 침묵을 깨고 큰 침과 작은 침은 9時47分을 가리키며
언제나 제자리에 앉아있는 자기는 눈이 커 부엉이라 불러 달라고 나에게 사정했지만
난 요놈을 항상 올빼미라고 놀리니
이 눔은 늘 나의 행동 만을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흐"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은은한 향수 냄새와 포근하며 푹신한 침대 위 부드러운 아이보리 색의 투명한 실크 천은
거 칠은 나의 몸뚱이를 밤새도록 얼마나 애무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었나 봅니다
이렇게 맛나게 잠을 자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를 정말 솜털 구름처럼 몸이 날아 갈 것만 같은 기분이거든요
지금 저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아니 너무 조용하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주 조용한
아침인지 낮인지 조차 모를
다만 3/1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약간은 습하기는 하지만
시원한 바람만이 나의 벌거벗은 몸을 애무할 뿐....
잠시 후
주 섬 주 섬 잠옷을 걸치고 난 창가에 서서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입니다.
푸~~우~~우~
아지랭이 처 럼 퍼져나가는 하얀 솜사탕
요즈음"금연운동"이 한창인데
나는 왜 이리 맛난 기호 식품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지 그 사람들이 한심할 따름 입니다
내가 살고(하숙집)있는 창문 아래 빨간 벽돌 집 마당엔 파란 잔디가 깔려있고
한 마리는(풍산개 우김)누렇고
한 마리는 하얀(진도개라 펄펄 뜀)백구가 자기들 밥을 도둑질 한 까치를 엉~엉~ 쫓아다니며
장난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실 웃으며 마냥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길 건너편 골목에선 빵~빵 거리는"크락숀"소리에 맞춰
"인터시티"빌라에 사는 젊은 아낙이 풀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노 오란 가방을 멘 작은 소녀를 봉고 차에 태우며
미소를 짓는 건지
하품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냥'손 흔들며"안녕"하며 개나리 영어학원 이라고 적힌 노란 봉고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군요
이제 푸른 하늘색은 점점 흐리게 변하여 가고
멀리 보이는 美星아파트는 희뿌연 안개에 갇힌 거대한 성처럼
회색 하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것 같아
갑자기 저곳에 사는 사람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마찬가지이겠지만
지금은 단지 나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 뿐입니다
그 동안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다만 슬픔에 몸서리나게 두려움에 떨었던 지랄 같던 시간들 뿐....
서울은 눈꺼풀이 벗겨지는 순간부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공간이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오래된 전축이지만 멋진 놈이기에 함께 살고 있는 이 눔의 심장에 불을 켜
오랜만에"Patti Paqe"의 "Cnanqinq par tners"을 들으며
밤새 허기진 뱃속에 곡식을 쑤셔 넣으려 건너편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먼저 Rinnai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 뚜껑을 열고 똥 묻은 강아지 마냥"킁킁"대며
모 락 모 락 올라오는 냄새를 후~후~ 불며
나는 냄비 속으로 삼국지 팔계처럼 코를 깊이 빠트리고 맛의 진원지를 확인합니다
밟힐 수 없는 이름 모를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는 거실 옆 한 쪽에 초록색 식탁보를 둘러 쓰고
나를 기다리는 것은 저 정체는 과연 무엇 일 까?
사~알~짝 식탁보를 젖히자 가지런히 놓인 4찬들....
그리고 하얀 白紙위에 예쁘게 수놓은 노 오란 글씨들....
"소찬이라도 맛나게 잡수 세요"
잠이 깊게 들은 것 같아 차마 깨울 용기가 나질 않아서 몇 자 적어 놓고 나가요
오늘 큰 언니 작은 언니랑 모이기로 해서 먼저 나가니 일어나거든"꼼짝 말고 조반 드시고 푹 쉬 세요"!
아 ~~ 아 ~
"해뜨는 나라의 아침은 아름답다 했던가"
눈가엔 눈물이 글썽 글썽
콧구멍은 씰룩 씰룩
입은 헤~벌레 헤~벌레
피부는 지렁이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배꼽은 방 끗 빙끗 미소 짓네
식탁에 차려진 사랑과 정성이 담긴 나물에선
깊은 산 속을 능 구렁이처럼 넘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하이 얀 소금에 저러진 채로 구워진 은빛 갈치는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의 문자 속에서 춤추던 최천충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깊은 바다 속에서 노래하던 황씨 성을 가진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사실 윗 글은 어림 반푼어치 없는 소리다
아침이면 아름다운 목청을 뽐내는 새소리 들으며
호미 한 자루 들고 밭 고랑을 메러 가시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낸
붉은 고추와 황금색 감자들.... 그리고
알알이 영 근 콩으로 빗은 속살이 너무 부드러워 자기를 두부라 불러 달라는 이놈은
내가 수저를 들고 덤벼들기를 기다린 지 얼마나 됐을 까?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는 가정주부 표
붉은 고추 파 마늘 감자 버섯 멸치 두부가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음식
구수한 된장찌개가 아니던가
또 한 집집마다 근심은 사라지고 행복의 깨가 넘치라고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언제나 모든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라 으스대는 저 깻잎은 간장에 재워져
나를 기다린 지 또 얼마 일까?
그래" 저 놈은 과연 무슨 맛일 까?
또 한쪽에선 아이보리 색 접시에 턱 허니 올라가 자리 잡은
살이 포 동 포 동 올라 숱 한 여인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며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저 놈
그 이름도 총각 김치라 불리는 저놈은 과연 또 어떤 맛 일 까?
무슨 맛 일 까?
아주 잠시 동안 식탁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더니
나의 곡식 창고에선 체면도 불사한 채
꼬 르~륵 소리를 내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뱃속에서 이럴진대 헤 벌린 나의 닭똥집 같은 입술은 또 어떠했겠습니까?
쟁기 메고 도랑 치며 여물을 씹으며 밭을 메는 묵직한 瀚牛처럼
어느새 입안 가득 침이 고였지 뭡니까
8月의 쨍쨍 내려 쬐는 살인 미수 적인 날씨에
메마른 대지가 쩍쩍 갈라 터져 목 마름에 신음할 때
한 줄기 소낙 비가 촉촉이 내리어
메마른 대지를 적시어 마른 풀 잎에게 모유를 주 듯
힘겨운 IMF를 이겨낸 어느 중소기업의 공장에서 쿵~쿵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프레스 기계처럼
나의 뱃속은 전력 공급도 안 했는데 쩝~쩝 소리를 내며 잘도 돌아가고 있더군요
어느 사이에 회색 빛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대지를 향해 세차게 육탄전을 펼치고
골목길에선 하늘 색 우산을 받쳐 든 여인네가 총 총히 나의 시야를 채웠다 비켜갑니다
이렇게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회색 빛 하늘을 바라보며....
"식후 불로초'인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회색 창문을 열어 젖히고...
내리는 빗 속 사이로"후~우" 하고 뿌려봅니다
문 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버리고 온 바다는 무얼 하고 있을 까?
혹시 심심해서 울고 있지 않을 까?
딱 아 줄 사람도 없는데....서러워 파도치며 몸부림치면 어쩌죠?
하지만 바다야!
파도야!
난 지금 잡혀있는 몸 이란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난 지금 제네바 협정에 속해 있지 않은 국제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포로가 되었단다
꼼짝하지 말래~~
움직이면 무조건 발포 할 지도 몰라
탈출을 시도 하다가 그렇게 살다가"비명행사"한 송장은 잘 썩지도 않은 걸
나는 사회 책에서 보아 잘 알고 있단다
바다야 ~ 파도 야~~
지금 난 포로가 되어 어쩔 수가 없단다
당분간은 억류 당해야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더구나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너는 아는지 모르겠구나
구속은 자유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란 걸
이제부턴 하숙집에서 주는 밥 잘 먹으며 이에 감사드리며
말도 고분고분 잘 만 들으면 사랑 받겠지!
그러다 정 심심하면 창고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뻥"뚤 린 녹슨 우산 하나 집어 들고
오후의 내리는 비를 맞으며
포로 수용소의 한 끼 급식을 타려고 긴 줄을 선 포로처럼
아님 신문지 처 럼 구겨진 군상들 속에 섞여
회색 빛 옷을 입고 따라가다
어쩌다 채플린 처럼
아님 삼류 코미디언 처럼
아님 삼류 영화배우 흉내를 내며 오늘을 쥑 이는 거지 "뭐 있겠니"
이런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난 포로야 움직이면 진짜 발포할지도 몰라
音波 吳銀鎬 세상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