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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도 반한 ‘부소담악’의 멋진 풍광, 대청호오백리길 7구간(부소담악 길) :: 가을하늘네 뜨락 (tistory.com)
대청호오백리길나른한 봄날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희롱하다. 대청호오백리길 16구간(벌랏한지마을 길)2023. 4. 10. 03:52
대청호오백리길 16구간(벌랏한지마을 길)
여행일 : ‘23. 4. 1(토)
소재지 : 충북 보은군 회남면 및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일원
여행코스 : 회남면사무소→남대문교소공원→남대문리→거구리→325봉→벌랏한지마을→소전교삼거리(거리/시간 : 10km, 실제는 ‘거신교삼거리’부터 10.48km를 3시간 3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된 대청호(大淸湖)는 ‘전국 3대 호수’ 중 하나로 2개 광역(대전·충북)과 5개 기초(대전 대덕구·동구, 청주시·보은군·옥천군) 자치단체에 걸쳐 있으며, 둘레만도 무려 ‘500리’나 된다. 이 호수 위로 해발고도 200-300m의 야산과 수목이 펼쳐지는데, 그 야산과 호숫가·자연부락·소하천·옛길 등을 둘레길로 이은 다음 ‘대청호 오백리길(220km을 21개 구간으로 나누었다)’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세상에 내놓았다. 오늘은 열여섯 번째 구간인 ‘벌랏 한지마을 길(10km)’을 걷는다. 이 구간은 브랜드가 된 ‘벌랏 한지마을’에서 한지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사담길에서는 아름다운 대청호 풍광까지 눈에 담는다. 하지만 가파른 산봉우리를 3개나 넘어야하는 버거운 여정이기도 하다.
▼ 들머리는 거신교 삼거리(보은군 회남면 거구리)
당진-영덕고속도로(청주-상주) 회인 IC에서 내려와 571번 지방도를 타고 문의·대전 방면으로 6km쯤 내려오면 회인천을 건너기 직전 ‘거신교삼거리’에 이르게 된다. 16구간의 공식 시점은 회남면사무소이나 지난 15구간을 이곳에서 마쳤기 때문에 출발지를 변경했다.
▼ 오늘도 부부의 출발지를 따로 잡았다. 2km쯤 전방에 위치한 ‘남대문 소공원’에서 집사람을 출발시키고 내가 쫒아가는 형식이다. 기껏해야 10km 밖에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300m 내외의 산봉우리를 3개나 넘어야 하는 난이도가 집사람에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 이정표(회남면사무소 0.4㎞/ 분저리 7.1㎞)가 가리키는 회남면사무소 방향(서쪽)으로 걸어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참! 행장은 삼거리 근처 주차장에서 꾸리면 되겠다.
▼ 첫 만남은 ‘거신교’. 2차선 도로가 ‘회인천’을 가로지르는데, 그 왼편에 보행자만의 길을 따로 내놓았다. 참고로 다리 건너 거교리(巨橋里)에는 것다리(‘거교’라는 지명의 원천으로 큰 다리가 마을 앞에 있었다고 한다)·날방·멱골·본말·사당마루 등의 자연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멱골·본말·사당마루는 대청댐 조성과 함께 수몰됐다.
▼ 다리 아래로는 대청호가 널찍하게 펼쳐진다. 아니 금강의 지류인 회인천(懷仁川)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피반령에서 발원하여 남류하다 이곳(거교리)에서 금강 본류(대청호)로 흘러든다.
▼ 다리를 건너면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직진은 ‘거교리’를 횡단하는 지방도(회남로)이고, 가운데는 거교리의 마을 안길로 이어준다. 핸드폰에 깔아놓은 선답자의 ‘GPX 트랙’은 대청호반을 따라 난 ‘데크로드’를 따르란다.
▼ 하지만 난 가운데 길을 따라 마을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문득 벽화로 가득한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는 어느 르포기사를 떠올렸었기 때문이다. ‘민화’란 이어져 내려오는 생활상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일상생활 양식이나 관습 등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민속적인 내용을 그려왔다. 그러니 부담 없이 감상만 하면 될 일이다.
▼ ‘이 뭐꼬!’ 옛 풍경 속에 요즘 옷차림의 여인이 등장하다니. 맞다. 민화에는 경계가 없다고 했다. 자연경관·생활풍속·장수·흥복은 물론이고 종교에 대한 믿음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단다. 그러니 옷차림보다는 아이를 달래고 있는 어미의 마음이 되어 그림을 감상해 보자.
▼ 끌고나온 소가 꼴을 먹거나 말거나, 꼬맹이들에게는 남의 집 불구경이다. 하루가 멀다않고 만나겠건만 주고받을 말이 무에 그리 많을꼬? 참! 충청도 처자들은 소에게 꼴까지 뜯기는가 보다. 소를 몰고 나온 처자가 다른 벽화에 떡하니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 새참으로는 막걸리만한 것도 없었을 게다. 안주 그릇도 안 보이건만, 불콰하게 달아오른 농부는 왕골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여기서 팁 하나! 민화는 내용에 따라 화조도(꽃과 새)·어해도(물고기)·호작도(호랑이·까치)·십장생도(장수를 뜻하는 동식물)·산수도(자연경관)·풍속도(생활상)·고사도(옛이야기)·문자도(글자)·책가도(책·문방사우)·무속도(종교적 내용) 등으로 나뉜다.
▼ 민화에는 순수하고 소박하며 솔직한 우리 민족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자연에 대한 사랑, 웃음을 잃지 않는 익살과 멋이 배어 있다. 물고기를 꼬드기고 있는 저 어부들의 몸짓에도 그런 익살이 배어있다.
▼ ‘⼖’자 모양으로 마을을 돈 다음 화장실(옛 차림의 처녀총각이 안을 기웃거리는 그림이 웃음을 자아낸다)에서 호반으로 내려선다. 이어서 대청호반에 내놓은 데크로드를 따른다.
▼ 최근 날씨가 확 풀렸다. 지난 주말, 10여 일의 ‘그리스’여행에서 돌아에서 돌아오니 흡사 여름에 가까워져 있었다. 날씨가 풀리면 어부의 손길은 바빠지는 법.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 호반을 따라 내놓은 이 길은 ‘사담길’로 불린다. 옛 사람들은 나지막한 산 고개 끄트머리를 ‘날방’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날방 주변은 지금 대청호반을 따라 산책길이 조성됐다.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 때 거교리로 편입된 고을(사담리)의 옛 지명을 살리기 위해 사담길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 사담길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름의 볼 것은 다 갖췄다. 드넓게 펼쳐지는 호반은 기본. 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물론이고, 작은 쉼터도 두어 곳 마련했다.
▼ 요런 작은 나루터도 만날 수 있다. 대청호를 일터로 삼아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무튼 나루터로 내려가면 대청호의 작은 흐름까지 눈여겨 볼 수 있다.
▼ 비닐 망(網)으로 둘러싸인 터널도 사담길의 한 축을 담당한다. 벚꽃 등의 봄꽃이 흐드러진 지금이야 저렇듯 삭막하지만, 넝쿨식물이 물을 만나는 여름철이면 사담길의 제왕은 이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거교리 선착장은 바닷가가 부럽지 않은 규모다. 꼬맹이 어선 예닐곱 척이 묶여있는 시멘트구조물 말고도, 부교(浮橋) 형의 선착장까지 따로 만들어 놓았다.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 트레킹을 시작한지 20분. 571번 지방도로 올라서니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반긴다. 충청도 사람들이 세계 제일로 치켜세우는 ‘벚꽃길’이 아닐까 싶다. 571호선 구간이 포함돼 ‘회인선 벚꽃길’로 불리어오다가, 최근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로 이름을 바꾼 길이가 무려 26.6km에 달한다는 그 명품 둘레길 말이다.
▼ 벚꽃 향기에 취해 5분쯤 걷다가 왼편 언덕으로 오른다. 그리고 회남면수몰유래비와 탑을 만났다. 맞다. 이곳 회남면은 대청호 수몰지역으로 유명하다.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많은 마을들이 물속에 잠겼고, 나머지 마을들도 삶의 근거지를 대부분 잃었다. 그 과정에서 면소재지도 신곡리에서 거교리로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언덕에서 내려오면 널따란 주차장에 화장실까지 갖춘 ‘남대문 공원’이 반긴다. 회남면의 ‘녹색장터’가 열리는 곳이다. 도농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매주 토·일요일 열린다는데 밴드까지 동원돼 흥을 돋우던 지난번과는 달리 조용히 손님을 맞고 있었다.
▼ 이번에는 스치듯 장터를 지나쳤다. 구입한 물건을 짊어지고 산을 넘을 형편이 못되어서다. 구경을 했다고 해도 구입했을지는 의문이다. 녹색장터는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슬로건을 내건다. 하지만 전에 살펴본 바로는 우리 동네 할인마트보다 조금 더 비쌌다.
▼ ‘남대문 유래비’는 ‘남대문’이란 지명의 내력을 적고 있었다. 둘레가 2.722m쯤 되는 호점산성(虎岾山城)의 남문 밖에 있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산성의 역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었다.
▼ 호반에는 수질정화를 위한 ‘인공 수초섬’이 떠 있었다. 수초섬 주변에 부교(浮橋)를 띄워 학생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한다는데, 그런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 ‘남대문교’는 물이 반 고기가 반이라는 속설이 떠돌 정도로 소문난 낚시터이다. 하지만 오백리길 나그네들에게는 6구간과 연결되는 다리로 더 중요하다.
▼ 16구간은 남대문교를 건너지 않는다. 대신 도로를 횡단한 다음, 회인천의 천변을 따라 남대문마을로 들어간다.
▼ 인적이 뜸한 길은 캠핑족 차지인가 보다. 하지만 텐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근처 어디에서 베스(large mouth bass)라도 낚고 있는 모양이다.
▼ 긴 가뭄에 시달린 대청호는 그 속살을 드러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는 홍수로 인한 피해까지 있었
는데도 말이다. 맞다. 지구는 최근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큰 가뭄과 폭우를 인접지역인데도 나누어가며 때려버린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에 대한 조물주의 반격이다.
▼ 회인천을 벗어나기도 전에 집사람을 따라 잡았다. 걸어오는 도중 냉이라도 캤던 모양이다. 사랑하는 이의 밥상에 올리고자 하는 예쁜 마음으로...
▼ 남대문마을의 초입에도 서낭당이 있었다. 민속문화제인 청마리의 제신탑(祭神塔)을 본떠 원추형의 돌탑을 반듯하게 쌓아올렸다. 다만 그 규모가 작고, 솟대와 장승이 함께 있던 청마리와는 달리 이곳에는 돌탑 하나만이 외롭다.
▼ 이곳 보은은 대추나무로 대변되는 고장하다. 주변 풍광만 바라봐도 이곳이 보은 땅임을 금방 알아차린다. 터만 있으면 어김없이 대추나무를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 사람이 떠난 자리는 사람이 채워가는 법. 대청호 주변은 농부들이 떠난 자리를 노후를 즐기려는 도시민들이 대신했다. 잘 다듬어진 소나무하며, 마당을 가득 매운 항아리들이 주인장의 풍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 트레킹을 시작한지 43분. ‘남대문(南大門)’ 마을에 이른다. 법정 동리인 ‘남대문리’를 형성하는 3개의 자연부락(남대문·거구·만마루) 중 하나로 대추나무가 유독 많은 마을이다. 마을 곳곳 조그만 빈터라도 날라치면 어김없이 대추나무를 심어놓았다. 그래선지 연 소득이 1억을 넘기는 농민도 있단다.
▼ 아름다움에 겨운 듯 담장 아래까지 가지를 내려뜨린 홍매화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동백꽃·매화·산수유·개나리·진달래·벚꽃·유채꽃·철쭉 등 이른 봄부터 차례차례 피어나는 저런 꽃들이 없었다면 봄을 기다리는 일이 지금처럼 설레지 않을 것이다.
▼ 마을을 빠져나오면 ‘남대문삼거리’.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507번 지방도를 따른다.
▼ 이 구간도 활짝 핀 벚꽃 가로수가 줄지어 반긴다. 하긴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은 벚꽃놀이 문화가 발달한 일본인들이 ‘세계 제일’이라며 자랑하는 ‘아오모리현 이와키산 벚꽃길(총 길이 20km)’보다도 더 길다고 하지 않았던가.
▼ 귀하디귀한 토종 민들레라는 집사람의 호들갑에 카메라부터 들이대 본다. 아니 집사람에게 저 민들레는 훌륭한 식재료다. 어린잎은 생채로 먹거나,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다. 뿌리는 튀겨 먹고, 꽃은 그늘에 말려 차로 마신다.
▼ 8분쯤 더 걸어 나지막한 고개를 넘으면 ‘거구마을’. 남대문리의 3개 자연부락 중 하나로, 옛날 아홉 명의 부자가 살았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정표(남대문리 1㎞/ 남대문교)가 가야할 방향(벌랏마을)을 빼먹고 양쪽 도로만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GPX트랙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경우 헷갈리기 딱 좋겠다.
▼ 마을을 통과한 오백리길은 임도를 따라 계곡으로 파고든다. 저 멀리 길은 숲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숲으로 흐르던 길은 결국은 다시 계곡을 따라 흐르고 만다. 물이 그러하듯 길마저도 계곡을 벗어나지 못한다.
▼ 근육질의 저 나무는 정력까지 넘쳐난다. 한 뿌리에서 여섯 개의 줄기를 밀어 올렸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출산률이 0.78%라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취업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저 나무처럼 튼실한 몸과 마음을 지녔으면 좋으련만...
▼ 임도를 따라 30분 조금 못되게 걷자 오솔길이 하나 갈려나간다. 오백리길은 이 오솔길을 따른다.
▼ 초입의 나무줄기에 오백리길 표지판이 매달려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 이후부터는 산길을 따른다. 이 구간은 오백리길 나그네들이 애를 많이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웃자란 잡목이 곳곳에 들어차면서 방향 찾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수북하게 쌓인 참나무 낙엽은 길의 흔적까지 없애버렸다. 오죽했으면 GPX트랙을 만들어낼 정도의 전문가까지 길을 잃고 헤맸었겠는가.
▼ 선두대장의 방향표시지에 의지해 10분 거리의 능선 안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두 방향(반대편 산비탈과 왼쪽 능선)에 선답자들의 리본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 우리는 매달려 있는 리본의 수가 많은 방향(능선)을 선택했다. 이어서 진달래와 산벚꽃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길을 오른다. 가파르다는 게 다소 흠이지만 ‘아름다움은 모든 걸 용서한다’는 말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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