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38의 과제는 수채화 물감으로 꽃병에 꽃이나 과일 나무를 그려 볼것.
<7월 첫날>
시장에 갔다가 해바라기꽃과 보라색 들꽃 한 묶음을 샀다. 푸른 꽃병에 꽃들이 너무 잘 어울렸다. 오늘 점심은 멸치와 북어채 한 움큼씩을 넣어 국물을 만들어 수제비를 끓였다. 밀가루 음식을 안 좋아하는 나는 국수 종류 라면도 싫어하는데, 수제비는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여름 방학만 되면, 밀가루 몇 포대와 국수를 박스로 사셨었다. 딸 여섯이 한창 클 나이니까, 밥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서, 밀가루와 국수를 산것이다. 시멘트로 덮인 마당이 여름 불볕더위에 불가마처럼 뜨겁던 날엔 콩국수도 해주시고, 어느 날에는 수제비도 해주셨다. 가끔은 깻잎과 감자를 넣어 부침개도 해주셨다.
그때 그 여름은 내 인생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돌이켜 보면, 그렇게나 짧은 한순간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는 봄을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여름이 좋다. 특히 거의 매일 비오고 추운 시애틀의 겨울과 전혀 봄 같지 않은 봄을 지내다 보니 더욱더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겨우내 습기로 축축했던 내 영혼이 여름 햇볕 아래에 서면, 다 바삭하게 말라 버린다. 이제는 겨울 다음으로 봄을 건너 띄고 여름을 기다릴 만큼 성급함이 생겼다.
오늘은 7월 첫날이다. 여름, 그 성하(盛夏)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이 여름에는 무조건, 행복하겠다는 결심까지 해본다. 거의 일 년의 반을 기다렸다가 만난 계절 아닌가? 그래서 더 반갑고 좋다. 이 계절을 즐기고, 더 감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