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코스(하조대해변~수산항) 9.4km
하조대해변~여운포교~동호해변~수산항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43코스는 일직선으로 곧게 난 해안차도를 걷다가 숲으로 이어진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갔다가 다시 아스팔트 차도를 따라 걸어서 수산항에 이르는 9,4km의 평이한 길이다.
처음 “워킹여행클럽”을 시작할 때 클럽의 명칭을 고민하다가 ‘느릿느릿 걷기클럽’ 이라 생각하다가 느릿 느릿에 잘 사용하는 ‘유유자적’이란 말이 생각났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유유자적’ 이란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라 정의되어 있었다, 클럽의 이름에 어울릴 것 같아 몇몇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좋은 이름이기는 하나 시간에 맟게 여행을 하다보면 허둥지둥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잘못하다가는 ‘유유자적’이 아니라 다른 말로 변질될 것 같다는 의견에 고민 끝에 걷기클럽 이라는 평범한 이름에 버터를 입혀보자고 하여 생긴 이름이 ‘워킹클럽’이며 여행사로 등록을 하려고 여행사의 이미지가 풍기게 ‘여행’을 집어넣어 “워킹여행클럽”이 탄생하였다.
그 시절 정말 유유자적 금수강산 산하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어디부터 어디까지 종착역이 나타나는 걷기 코스가 생기고 보니 제한된 시간에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일정을 만들어지기 어렵다, 혼자라면 언제 어디라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떠날 수 있으나 각자 걷기능력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다보니 유유자적 걷기란 쉽지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요즈음 클럽의 선두는 당연히 4인방 선배님들이다, 70이 훨씬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래 후배들이 따라가기가 정말 힘든 경우가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걸으며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도 논하고 추억의 사진도 남기며 걸어야 하거늘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운동에만 집착하시는 것 같다. 후배들도 이에 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걷는다, ‘유유자적’ 걷기로 했다가는 정말 변질된 어떤 농담이 생겼을 것 같다.
9.4km의 평이한 길은 3시간 남짓이면 충분이 걷고 남을 수 있다, 오전 6시에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하면 오전 9시30분경이 된다, 들로 산으로 걷다가 쉬다가 하면 4시간 정도 소요되어 오후 1시30분경 종료할 수 있다, 여기에 늦은 점심식사를 하거나 뒤풀이 라도 하는 날이면 최소 2시30분, 3시에 출발이 가능하다, 영동고속도로는 최소 4시간이상 기타 고속도로도 정체가 생기면 이정도 시간은 보통이니 천안 도착은 오후 6시가 넘고 회원께서 집에 도착하면 7시경이 된다.
다음 코스부터는 좀 더 일찍 출발하자는 버스사장님의 요구가 있는 이유가 늦게 도착하여 차량청소 및 정비를 하고 자택으로 귀가하는 시간이 10시가 훌쩍 넘어야 한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니 다시 새벽에 나와 통근을 준비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요즈음은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모든 물가가 엄청 올라 있는데도 충분한 경비를 보장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고성코스에 들어서는 시기에 출발시간을 조금 단축해 보자고 생각하며 44코스를 진행하기 위해 출발한 날은 2022년 7월10일 이다.
삼삼오오 그리고 단체사진도 촬영하고 해변을 출발한다. 미쳐 하조대를 관광하지 못한 회원들은 하조대에 올랐다가 뒤 따라오기로 하고 걷는 해변은 아침이건만 뜨거운 태양아래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먼 이국의 풍경 같은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조용하지만 거세게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는 서핑들이 파도 속에 점점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더니 어느새 모래해변이 헤딩을 한다.
우리나라 해안선의 길이는 11,500km가 넘는 엄청남 길이로 관할해역이 유역면적의 4배가 넘는다고 한다, 넓디넓은 바다에 점점이 움직이는 써퍼(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들이 동해의 파도를 즐기는 하조대 해변을 지나 해파랑길은 90로 꺾어져 미친 듯이 질주하는 차량과 함께 7번국도를 따라간다, 여운포교를 지나면서 7번국도는 멀어지고 동호해변으로 들어간다, 해변은 잠깐이고 다시 단조로운 차도를 걸어간다.
7월의 동해는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며 유난히 무덥기만 한데 단조로운 풍경이 계속되는 길을 그저 무념무상으로 갇고 또 걷는다, ‘모든 길은 단지 수많은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 라는 말을 생각하며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길을 이렇게 걷다보면 언제 끝이 나련가 부질없는 생각에 혼자 하늘을 바라보며 썩소를 하고 길을 걷는다. 멀리 유럽 땅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자고 시작한 해파랑길도 이제 몇 코스 남지 않았는데 어디로 갈까! 갈 길은 많은데 남파랑길! 아니면 서해랑길! 고심 끝에 두 곳을 모두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홍보를 해 보건만 메아리만 되돌아 올뿐이다.
각자가 선택한 마음의 길을 가고 자신이 걸어온 그 길 위에 존재한다, 그리고 생명을 유지해 간다, 늘상 하는 말 인간이 걷지를 못하는 순간 그 삶은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먼 길을 나서는 데는 경제적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 또한 우리가 걷고자 하는 욕망에 찬물을 뿌린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덧 함께 해온 43코스의 온갖 생명들과 잠시 멈춰야 항 수산항에 이르렀다, 어디를 찾아봐도 인증 스탬프 대는 보이지를 않는다. 걷기 웹은 아직 길이 남아있음을 알리고 자세히 확인해 보니 수산항을 벗어나 7번국도로 나가서 길옆으로 안내판과 스탬프 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수산항의 명물 독도새우가 유영을 하는 수족관을 바라보니 말랐던 입안에 군침이 돌고 있건만 다시 길을 찾아 출발한다. 7번국도로 나가 문화마을 입구 서 있는 스탬프를 확인하고 먼저 도착하여 점심식사처를 찾은 일행들이 부르는 곳으로 간다, 지역의 활성화를 위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만들어지는 길들은 번화가를 통하도록 해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련만 이곳 수산항의 종점은 유독 몇백 미터를 나가 7번국도에 세운 것이 못내 아쉽다.
오늘의 여정은 10km 정도에 불과한 이곳까지가 목적이다, 동해안 휴가족들이 밀려들기 전에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점심식사만 마치면 바로 출발하기로 한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죽도에서 맛 본 토속음식 ‘섭국’이다, “음식대첩이라는 TV프로에 출연했다” 라는 안내와 함께 영업을 하는 시골에서는 꽤 괜찮은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곳 이였다. 한쪽에는 ‘어부가 직접 건져 올린 해산물로 조리합니다’ 라는 문구도 보인다 하지만 섭국은 그리 시원치 않은 맛이다. 그래도 얼끈한 섭국으로 바다의 향을 속에 넣고 만족감에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