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일), 대구-서울 합동산행을 성공적으로 결행하였습니다. 산행지는 군위의 아미산인데 위치가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 석산리입니다. 이 곳의 면(面) 이름이 "삼국유사면"으로서 범상치 않은 이름인데 알고보니 고려 때 인근 인각사에서 일연선사가 머물으면서 삼국유사를 쓴 연고로 면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재미있는 명명법으로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그 중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친 노인이 지었다는 "헌화가"가 바위와 철쭉이 있는 이곳 풍경에 맞는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합니다.)
아침 9시, 동대구역에서 상택 재형 이하 대구 산벗들과 반갑게 해후하고 준비된 버스에 탑승 아미산 현지로 향했습니다. 참석자는 대구 14인, 서울 4인으로 총 16인입니다. 잘 정비된 주차장(삼국유사면 양지리 61)에 도착하니 화장실도 깨끗하고 공간도 넉넉한데 바로 앞에 돌산이 험하게 솟아서 맞아줍니다.
“아미산”이란 이름을 듣고 대뜸 옛날에 접했던 변영로 시인의 시, “논개”에 나오는 아미가 생각났습니다.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물론 이 시에서의 아미는 “아름다운 눈썹”, 아미(蛾眉)입니다.( 蛾는 “누에나방 아”자이고 眉는 “눈썹 미”자) 아미산(峨嵋山)의 아미(산높을 峨, 산이름 嵋)와는 한자가 다릅니다. 그러나 아미산이 지명인지라 山자를 두 글자에 넣어서 이름을 지었을 뿐 “누에나방의 눈썹”이라는 “가늘고 길게 굽어진 아름다운 눈썹”이라는 蛾眉와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산행을 마치고 보니 정말 아미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장의 산행길은 험한 돌산을 몇 개 넘느라 1km 정도는 힘이 들었지만 그 후로는 타원형의 형태로 원점으로 회귀할 때까지 숲속의 푹신한 길로 된 육산이라서 걷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위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니 바위 아래 기도처가 있어 잠시 돌아본 뒤 계단을 통해 가파르게 올라갔습니다. 바위산을 올라가니 주변의 수려한 경치가 볼 만하였습니다. 신록을 입은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데다 연분홍 철쭉이 곳곳에 피어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바위산을 세 개쯤 넘자 완만한 육산이 되고 길은 편해졌습니다. 마침 벤치가 있는 쉼터가 있어 후미를 기다려서 막걸리와 맥주로 목을 축였습니다. 다시 길을 떠나 12시 34분 경, 해발 667.4m의 무시봉을 지나고 최고점인 아미산 정상을 조금 앞둔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여성분들이 준비한 곤드레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알코올에 곁들여 다양한 반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13:47, 해발 737.3m의 아미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타원형 산행경로의 끝점이 되는 곳으로 여기서부터 90도 우측으로 틀어서 돌아가는 길이 시작됩니다. 돌아가는 길로 들어서 조금 더 가니 방가산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너럭바위 쪽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산길 옆으로는 연분홍 철쭉이 곳곳에 활짝 펴서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시중에서 보는 빨간색 철쭉이 아니고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색 철쭉인데 2016년 4월 24일 영암산과 선석산을 합동산행 할 때 온 산에 핀 철쭉(연달래라고도 부릅니다.)을 본 이후 이렇게 많은 철쭉은 처음인 듯 합니다.
방가산 삼거리 이후로 너럭바위, 전망바위 등이 산행개략도에 표기되어 있으나 인지하지 못하고 산을 많이 내려와 병풍암(암자)에 도착하였습니다.(14:46)
허름한 건물이 하나 서있는데 그 집이 병풍암이고 여기서 작은 언덕을 넘어야 합니다. 14:58, 언덕의 정상인 병풍암 삼거리에 도착하여 완만하게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저수지가 하나 나타나더니 멀리 아침에 출발했던 주차장에 세워놓은 하얀 몽고 텐트가 보였습니다. 15:20, 주차장에 원점회귀하여 산행을 마쳤습니다.
타원형의 경로로 아미산을 한바퀴 돌며 산행하였는데 이름 그대로 이 산을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이라 불러도 될 것 같았습니다. 굴참나무 등 참나무과 활엽수들이 연분홍색 신록을 막 토해내고 있었고 드문드문 소나무 군락지도 있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발밑을 자세히 보면 제비붓꽃 등 키 작은 꽃들도 보였지만 경치의 압권은 역시 눈높이까지 키가 큰 연분홍색 철쭉이었습니다. 또한 길은 아래 위 옆으로 여인의 눈썹처럼 휘어져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뒤풀이를 주차장의 팔각정에서 가졌습니다. 서울 팀이 동대구역에서 오후 6시 46분발 KTX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음식점에 가느라 시간을 소비하느니 아예 현장에 미리 준비해 온 음식과 술을 차려 놓은 것입니다. 대구팀의 용의주도한 준비에 고마움을 표하며 팔각 식탁을 중심에 놓고 둘러 앉았습니다.
회장님, 산행대장 및 여러 인사의 환영사와 인사말이 오가고 건배를 위한 술잔이 여러 번 기울여졌습니다. 특히 오늘 만남을 위해 대구의 김형득님이 양주(시바스 리갈) 한 병을 가져 오셔서 달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오후 5시까지는 떠나야 하기에 술잔을 급히 돌려야 하는 지경이었는데, 저는 제가 이야기할 차례가 돌아오자 미리 써놓은 시(후기 참조)를 하나 읊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버스가 아미산 현장을 떠나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지나고 비행장을 지나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대구팀과 서울팀은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상택과 재형은 동대구역의 역사 안까지 들어와 작별을 하는 배려까지 베풀었습니다.(또한 대구에서 서울 팀 각자에게 쑥 절편 한 보따리씩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대구 분들의 호의를 듬뿍 안고 철마는 동대구역을 아쉽게 빠져나갔습니다.
- 후기 -
아미산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떠오른 여인(논개)의 아름다운 눈썹 이미지가 산행 전과 산행 내내 제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시를 하나 써보았습니다.
[아미산 산행에 부쳐]
군위의 아미산
여인의 눈썹처럼
아름다워라
일찍이 변영로 선생은
논개의 아리따운 눈썹에 서린
처연한 죽음을 노래했지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오늘 논개의 기상 맛보며
대구와 서울의 산 친구들
군위의 아미산에
입 맞추었네
되살아 나거라
논개의 정신아
지금 마침
부활의 달이러니
금수강산 답사하는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한 번 울려다오
초입의 바윗길 험했지만은
푹신한 육산길 비단길일세
정상에 다다르니
걸음은 무거워도 맘은 가볍다
지천으로 핀 철쭉은
수로부인께 꺾어 바친
노인의 그 꽃이던가
(삼국유사를 소환한다)
여인은 우아하고
남정네는 튼실한데
술은 달고
안주는 입에 붙는다
오늘의 천국 아미산 만세
10여년 지나며
같이 산을 오르내리니
인연은 더 깊어지고
헤어짐은 더 힘들다
윗녘 아랫녘 금수강산을
끝 날까지 함께 찾으리니
뜨겁게 이 산하를 노래하세나
어제와 오늘 같이
내일마저도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논개의 정신아
우리 마음을
짙게 더 붉게 물들여다오
주차장에 차려진
최후의 술상은
빛과 사랑의
만찬인데
정깊은 시바스 리갈 한 병
취기를 더하네
그 마지막
물결 잔잔한
더 큰 강 건너갈 때는
산에서 맺은 우정 떠올리며
웃으며 갈 수 있으리
빛과 사랑에 한껏 싸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