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탐사선 '큐리어서티(Curiousity)'가 화성에 도착한 지난 5일부터 이국적인 여름을 보내고 있다. 화성에서 사는 것이다. 진짜 화성은 아니지만 화성 시간에 맞춰 사는 것이다.
20일 AP통신은 큐리어서티 임무 수행을 확인하기 위해 화성 시간에 맞춘 JPL 과학자들의 생활을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있는 오씨 가족을 소개했다. 오씨는 매일 시계를 40분씩 늦춰놓는다. 화성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의 24시간보다 39분 35초가 길다.
큐리어서티가 화성에 도착한 날인 5일 전 오씨의 13살 난 아들 브래든 10살 딸 애쉴린 8살 아들 데븐은 오후 11시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10시에 일어났다. 화성 시간에 맞추고 처음 하루이틀은 일반적인 여름방학 일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늦게 자고 더 늦게 일어났다. 지난주에는 오후 3시에 아침을 먹고 오후 8시에 점심을 오전 2시30분에 저녁을 오전 5시에 디저트를 먹었다.
밤에는 깨어있고 낮에 잔다. 밤에 깨어있다 보니 생활은 독특해진다. 브래든과 애쉴린 데븐은 처음으로 별똥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 밤에 등산을 가고 텅빈 주차장에서는 자전거를 탄다. 자정 12시에 좀비영화를 보고 볼링을 치거나 할리우드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명예의 거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펼쳐지는 공연을 얼빠진 듯 바라보기도 한다. 색다른 경험이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애쉴린은 자꾸 일찍 일어나고 낮잠을 잔다. 화성 시간에 신체리듬을 맞추기 힘든 것이다. 애쉴린에게 화성 시간 놀이는 재밌으면서도 피곤하다.
밤에 깨어있었으니 낮에는 잠을 잔다.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창문에는 블라인드를 치고 알리미늄 포일을 붙여놓았다. 현관문에는 '화성 시간: 자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오시오'라는 안내문을 걸어놓았다. 낮시간 아이들이 깨어있을 동안은 바쁘게 보내야 한다. 치과 약속 하프 레슨 등의 일정을 해치워야하기 때문이다. 뒷마당에서 벌이는 화성을 주제로 한 파티도 뺄 수 없다.
화성 시간으로 산지 벌써 15일. 3주째에 접어드니 일하고 자고 먹고 하는 일상이 이상해졌다. 시차가 내내 느껴진다. 데이비드씨는 한 시간 일찍 출근한 적도 있다. 아내 브라이언씨는 하루 종일 졸립다. 브래든은 화성 시간 놀이를 블로그에 자세하게 올리고 있다. 막내 데븐은 밤에 피곤해한다. 오씨 가족을 본 데이비드씨의 동료와 친구는 재밌다면서도 하지만 미친 짓이라고 한다.
이제 방학이 끝나간다. 아이들은 개학을 하면 다시 지구 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3주동안 화성에서 보낸 시간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