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8회 지리책읽기대회 수상작 - 덕분에좋은세상(고등학교)
수상자: 충북 광혜원고등학교 1학년 김연*
참가도서: <플라스틱 바다>
결과물 종류: 감상문
열 사람의 한 걸음
‘바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파란 하늘 밑 잔잔한 파도와 그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여러 해양 생물들을 떠올린다. 바다는 우리에게 쉴 공간과 때로는 먹고살 수 있는 양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찰스 무어 선장은 바다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엉켜 만들어진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다. 바다를 사랑하는 찰스 무어 선장은 이 발견을 계기로 국제적인 해양 환경 연구자이자, 환경오염 전문가, 환경 운동가가 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의 충격적인 심정을 「플라스틱 바다」라는 책에 녹여냈다.
찰스 무어 선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플라스틱의 탄생,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정체, 오염된 먹이 사슬 등이 있다. 플라스틱의 숨겨진 속성과 위험한 결말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우유 통에서 병뚜껑, 인간의 피부에 침투할 수 있는 미세 분자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오늘날 단지 환경을 더럽히는 물질에 그치지 않고, 해양생물과 그 서식지를 위협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는 플라스틱이 북태평양 한가운데까지 오는 데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로 ‘엘니뇨’를 꼽았다. 여러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동태평양 해수의 용승이 약해지고 평소보다 해수면이 따뜻해져, 무역풍이 약화하거나 거주로 불기 때문에 무풍지대로 흘러들어온 플라스틱들이 모이고 모여 거대 쓰레기 지대를 형성한 것으로 추측한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체결되었던 “해양 오염 방지 협약”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고 한다. 바다가 처한 곤경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무어 선장의 노력은 과학적 신뢰성을 얻게 되고, 책은 그 과정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내가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버리기 위해 이 지구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너무나 커서 아무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다.”라는 한 문장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플라스틱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사용량에 비해 사용 후 버려진 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저자의 글에, 나는 나 또한 저자가 비판하는 대상 중 한 명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단 한 문장만으로도 나를 성찰하게 해준 이 책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고,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저자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의 모습을 “묽은 플라스틱 수프”라고 비유하고 있다. 나는 이런 표현방식을 사용한 묘사를 통해 쓰레기 지대를 처음 목격했을 때의 충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만약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예상치 못한 쓰레기 지대를 본다면 나는 갑자기 와 닿는 환경오염의 공포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이러한 바다의 참담한 모습은 나에게 지금 같은 안일한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몇 달 전 환경의 날을 맞아 플라스틱과 관련된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글이었다. 학교에서도 환경의 날을 맞아 탄소중립의 실천을 장려하는 행사를 하였다. 이와 같은 주변의 많은 매체에서 환경오염과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경고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지만,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환경과 관련된 행사를 하여도 매년 으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였고,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먼 미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이렇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한 지난날의 대가가 해양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같은 모습으로 어느새 내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더욱 악화하는 상황을 애써 외면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찰스 선장이 바다를 연구하며 밝혀낸 엄청난 양의 쓰레기에 대한 비밀은 인간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으로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책을 통해 바다라는 소중한 자연을 인간이 국제 쓰레기장이라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동식물의 생산성 및 생존 그 자체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주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국제적인 문제를 처음 접한 찰스 무어 선장이 환경문제를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탐구하고, 해결하려 일평생을 노력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나도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발견했을 때 외면하며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문제를 제대로 마주 보자며 태도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그간 간과하던 수많은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문제들을 미래가 아닌 우리에게 닥친 현재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도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해결해 나가야 하는 당장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실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생분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을 소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용한 제품들은 재사용하여 절약 정신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현재 화학공학 분야를 진로로 꿈꾸고 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화학’이라는 과목 자체에 대한 흥미 때문에 이 분야로의 진학을 희망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바다」를 읽으면서 화학 공학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관련된 연구를 하거나, 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찰스 무어와 같은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일상을 사는 개개인이 삶의 곳곳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즉, “개별적으로 우리는 한 방울이지만, 함께 모인다면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바다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깨닫게 하려면 기업과 개인, 기관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책에서 정부의 공동해결 노력 사례로 독일의 경우를 들고 있다. 독일은 소비자 수준에서의 분리를 개선함으로써 재활용 문제에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시행한 그린 닷 프로그램은 재활용과 관련해서 중요한 측면이 통일성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생산의 통일성, 수거의 통일성, 의무적 재활용의 통일성이 재활용 노력에 중요하다는 것을 참고한다면 우리나라에서 환경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인 나에게는 내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가 가장 큰 고민 주제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주어진 내 삶의 시간 동안 어떠한 ‘직업’을 가질 것인지 보다, 무슨 직업을 가지게 되든지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내게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해주고 나를 더욱 성장시켜 주었다. 또한 앞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었다. 이렇게 많은 점을 깨우치게 해준 이 책을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