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누가 세계 최강인가(2부 1편) / 날짜 : 2004-09-20 작성자 : 아르마다

[LUNA]

제목 :

누가 세계 최강인가(2부 1편)

번호 :

101

날짜 :

2004-09-20

작성자 :

운영자

II. 현대바둑에 있어 누가 세계 최강인가(부제 : 이창호 vs 오청원)

1.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까지 각종 바둑 매체에서 I의 주제인 국제대회가 생긴 이후 누가 세계 최강인가라는 주제는 정확
한 자료에 근거해서 꽤 많이 다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본 주제와 관련해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바
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껏 다룬다고 해도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기 보다는 감에 의해서 
씌어졌고 결론 또한 비교 자체가 힘들다는 쪽으로 내려져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고 생각됩니다. 결국 재미로 풀어보는 운세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본 글
이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는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글을 들어가고자 합니
다.

2. 기본 전제가 되는 몇 가지 개념들

현대바둑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오청원9단과 기타니9단의 공동 성과물인 신포석 이후를 지칭하는 듯합
니다. 그 이전까지 바둑은 귀->변->중앙을 절대진리처럼 따르고 있었는데 신포석이 등장하고는 그 틀
이 조금씩 깨졌다는 것이죠. 신포석은 이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착상을 가능케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인데 이러한 자유로운 착상이 일본 바둑을 오랜 세월 단연 세계 최강으로 만든 이
유가 아닐까 합니다.(물론, 다른 이유도 많겠습니다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본바둑이 본격적
으로 보급되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순장바둑, 중국에서는 4점치석 바둑을 두어 왔었는데 일본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텅 빈 바둑판에 아무 곳이나 착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포석의 발전을 
가져왔고 신포석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과거 틀에 얽매
어 있었다고 할 수 있는 한중 바둑이 일본의 모든 바둑이론을 섭렵하면서 오히려 일본 바둑을 뛰어 
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한중 바둑(특히 한국의 순장바둑)이 가지고 있는 싸움바둑의 전통이 없어
서 라고 하면 지나친 도식화가 될까요?

현대바둑을 신포석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것 말고도 명예의 시대와 황금의 시대로 나누어 볼 수도 있
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분류가 오히려 설득력이 더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데요. 어떤 스포츠
건 상금이 많이 걸려 있어야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수준이 높아집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 바둑
이 융성할 수 있었던 계기도 막부의 최고권력자가 바둑 최고수에게 연봉과 권력을 지급하면서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분류한다면 일본 명인전이 처음 시작된 1962년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만, 일반적으로 신포석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과 오청원9단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는 상당히 세속적인 이유로^^ 본 글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첫번째 주제에서는 각종 자료의 정확성, 대부분 동시대 기사와의 성적이라는 점으로 인해 세계 최강
을 쉽게 판정할 수 있었습니다만, 본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어
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그들의 성적을 같은 시대로 끌어와야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메이저
리그 통계를 보면 각기 다른 시대의 선수들을 비교하기 위해서 수많은 동시대화 잣대를 들이대고 있
습니다.(메이저리그 통계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가령 100년 전의 전설로 
남아 있는 사이영 투수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그 전설이 전설로서만 아니라 기록을 상세
히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성적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야 할 것이구요. 부
차적으로 바둑 내용이 뛰어나야 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바둑 내용과 관련해서는 호사가들이 바둑
계에 남긴 업적, 천재성 등으로 바꿔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승부에 있어서, 
더더구나 최강을 논하는 자리에서 내용을 이야기하는 종목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골프신동 타이거
우즈, 축구황제 펠레, 메이저리그 최강 뉴욕양키스, 축구최강 브라질, F1의 전설 슈마허, 농구황제 
마이클조던, 선동열....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남겼고, 또 남기고 있는 믿기지 않는 성적
에 있지 않은가요?  성적이 좋다는 것은 내용이 좋다는 것이고, 내용이 좋아야 성적을 내는 것은 아
닌지요. 물론, 내용이 좋지 않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것이 승부이긴 합니다만, 최강을 논하는 자리에
서 과연 예외에 불과한 몇 번의 그런 일들이 그들의 그 무수한 승리의 기록에 얼마나 흠집이 되겠습
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타부타할 수는 있겠죠. 바둑에 승부가 전부는 아니다라구요. 그렇죠. 분명 예도
로서의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논하기 편하게 그 업적이라는 것을 잠깐 볼까요. 흔
히 오청원9단의 신포석이 현대바둑을 창시했다고 합니다. 저도 물론 그 자유정신은 대단하다고 생각
하구요. 그렇지만 과연 오청원9단의 업적만이 그렇게 홀로 외롭게 떠 있는 별인가 하면 저는 아니라
고 생각합니다. 업적이라면 오히려 조훈현9단, 이창호9단, 기타니미노루, 세고에겐사쿠, 섭위평9단 
등도 결코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섭위평9단은 중일교류전에서 그 이전까지의 참담한 패배를 상당부분 만회하여(일본의 일급기사들을 
차례로 이겨냅니다) 중국 바둑의 가능성을 심어줬고, 그 이후 중일슈퍼대항전에서 11연승이라는 괴물
같은 마력을 발휘함으로써 중국바둑의 봄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기타니미노루9단은 비록 오청원9단
과의 십번기를 패배함으로써 승부의 세계에서는 멀어졌으나 1970대 이후 지금까지 일본 바둑의 르네
상스를 가져왔던 조치훈, 다케미야, 양 고바야시, 가토, 이시다, 오오다케 등을 제자로 길러내었고 
세고에 선생은 조훈현, 오청원,  하시모토우타로를 제자로 들이면서 동양3국의 일인자들을 배출하였
습니다. 조훈현9단 역시 일본에서 귀국 후 한국 바둑을 한 점 이상 향상시킨데다가 천하제일 이창호9
단을 가르쳤습니다. 이창호9단은 신의 영역이었던 반집을 인간의 영역으로 가져왔고(실제로 박영훈7
단은 반집을 계산한다고 이야기 했었죠) 10대에도 얼마든지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써 수많은 한중의 천재 소년소녀기사들을 배출케 하였습니다. 과연 그 업적을 객관적으로 누가 낫다
고 이야기할 수 있을는지요. 가령, 이 부분을 가지고 전문가 몇 사람이 토론을 한다면 결론을 볼 수 
있을는지요.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글에서는 성적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시키도록 하겠습니다.

3. 세계 최강 후보

한국에서는 당연히 이창호9단이 있구요. 또한 본 주제를 다루면서 가장 억울할 조훈현9단이 있습니
다. 기재에 있어서는 오청원9단과 쌍벽을 이루었고, 각종 세계 최고 기록을 양산해 내면서 국내에서
는 20년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적시대를 연출해내었던 바로 그 사람.

중국은 섭위평9단을 후보로 올립니다. 1960년부터 시작된 중일교류전에서 섭위평9단 이전에는 거의 
전패를 했다는 것을 보면 섭위평 이전의 중국 바둑은 형편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마효춘9단은 국
제대회와 거의 시대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뺐습니다.

일본은 오청원9단, 사카다9단, 조치훈9단을 후보로 올립니다. 고바야시는 왜~~ 하실 분이 있을 것 같
아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일본은 타이틀전 시대가 개막되면서 상금순으로 기전 서열을 매기고 있습
니다. 소위 7대기전이니 3대기전이니 하는 말이죠. 빅쓰리는 기성전(기세이전), 명인전, 본인방이 3
대 타이틀이고 나머지 십단전, 천원전, 왕좌전, 기성전(고세이전, 작은기성전이라고 하죠)까지 합쳐
서 7대기전이라고 합니다 빅쓰리와 나머지 기전은 상금차가 확연하게 나구요(3대기전 사이에는 그렇
게 큰 차이가 없습니다) 도전기 시간도 빅쓰리는 각각 8시간, 나머지는 5시간 또는 4시간입니다. 이
러한 빅쓰리에서 조치훈 9단은 무려 29번을 우승하였고, 2위가 고바야시9단인데 16번입니다. 이외에
도 고바야시9단은 본인방에서 우승을 못했고, 당연히 대삼관도 한 번 못해봤습니다. 또한 큰 승부에
서 조치훈9단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기에, 일본에서는 자국기사이므로 더 쳐줄 수 있을지 모르
나 조치훈9단과는 어느 정도 격차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여섯 명의 후보를 뽑아봤습니다. 그럼 우선 이창호9단과 오청원9단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를 한 명씩 차례대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1) 철의 수문장 섭위평9단

1952년생으로 고바야시9단과 동갑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중일은 1960년 이래로 중일교류전을 실
시합니다. 첫해 정선의 치수로 30판의 바둑을 두어 2승 1무 27패, 둘째 해에 8전 8패 등 도저히 상대
가 되질 않다가 1965년 진조덕9단이 처음 맞바둑으로 일본의 9단 1명을 이깁니다. 이후 1974년 섭위
평9단이 중국 전국대회를 우승하면서 1979년까지 당시 일본의 정상급 9단들(후지사와, 다카가와, 하
시모토, 이시다, 다케미야)을 차례차례로 이겨갑니다(사실 이런 배경들이 이후 1984년의 중일 슈퍼대
항전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측에서 밀리다 못해 승부수로 내놓은 조치훈9단에게
는 압도적으로 밀렸고, 고바야시9단에게도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자존심이 상했던 일본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중일 슈퍼대항전(아래 자료 참조)에서 섭위평9단
에게 9연패를 당하면서 3기 연속으로 패배하게 됩니다. 중국 10억 인구는 열광했고, 일본 열도는 침
몰 직전이었습니다. 특히 1기에서 졌던 주장, 부장, 3장인 후지사와, 가토, 고바야시는 삭발을 하게 
됩니다.  

* 중일 슈퍼대항전 섭위평9단 성적(총 14승4패)

1기(1984~1985) : 고바야시, 가토, 후지사와 3연승 우승
2기(1985~1986) : 가타오카, 야마시로, 사카이다케시, 다케미야, 오오다케 5연승 우승 
3기(1986~1987) : 가토에게 우승결정국 승리
4기(1988)      : 요다, 아와지에게 승리하나 하네야스마사에 패함
5기 이후       : 3승3패로 우승결정에 한 번도 기여 못함

물론, 대단한 성적이긴 합니다만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3기 이후로는 11회까지 진행된 슈퍼대항전
에서 섭위평9단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합니다. 또한 이후 열리는 한중일 단체전에서도 주로 주장으
로 나섰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구요(2승4패). 오히려 서봉수9단의 9연승 등 단체전에서의 17승3패 
및  이창호9단의 농심배 9연승(5번 모두 우승결정) 등 주장으로서 나선 여섯번 단체전에서의 불패기
록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면도날 사카다

사카다9단은 1920년생으로 1935년 입단하여 1951년 당시 최고타이틀전인 본인방전에 하시모토우타로9
단에게 도전하게 됩니다. 그 타이틀전에서 3:1로 앞서가다가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후 무려 10년이 
지난 1961년 41세때 처음으로 본인방을 차지하게 되죠. 대부분의 천재 기사들이 12세 전후에 입단했
고, 20세 전후에 타이틀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이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타이틀
을 차지하고부터는 그 후 몇 년간 명인전에서 임해봉9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불패의 사카다로 불릴 정
도로 거의 모든 타이틀을 싹쓸이합니다. 1964년 30승 2패, 1964년 십단전을 제외한 전기전 제패(7관
왕), 본인방7연패(1961~67), 타이틀 최다획득수 64개로 조치훈9단에 이어 2위, 세계 최초로 1천승 돌
파(1984년), 통산성적 1117승 654패 16빅(62.51%) 

사카다의 기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메이저리그 투수가 있습니다. 샌디쿠팩스, 1960년대 LA다저스 투
수로서 1966년 31살의 나이에 팔꿈치 부상으로 은퇴하기까지 그 짧은 생애에 3번이나 팀을 월드시리
즈 정상으로 이끌고 단일 시즌 탈삼진 기록을 매년 갱신,4년 사이에 3차례 사이영상 수상, 5차례 연
속 방어율1위를 기록하는 등 당시에는 최고의 위대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었죠. 그러나 그는 메이저
리그 역사 전체에서 가장 위대한 투수를 꼽을 때 후보에도 끼지 못합니다. 전성기가 짧았던 까닭이
죠.

(3) '목숨을 걸고 둔다' 조치훈 9단

1956년생으로 6세때 도일 11세 9개월 입단(일본 기사중 첫번째, 조훈현은 9세, 이창호는 11세 1개
월),  1975년 왕좌전에서 첫타이틀 획득, 1980년 명인전 우승 이후 5연패, 대삼관 4회
(1983,1996,1997,1998, 일본 유일), 7대기전 그랜드슬램(1987년, 일본 유일), 현재까지 3대기전 29
번 우승(기성전 8회, 명인전 9회, 본인방 12회), 명예명인, 본인방10연패로 다카가와가 가지고 있던 
일본 최다연패 기록인 9연패 기록을 갈아치움 이후 25세본인방 등극, 66회로 일본 최다타이틀 획득 
기록 갱신중... 숨이 가쁘군요. 마지막으로 재밌는 기록인 3대기전에서의 3연패후 4연승 기록이 다
섯 번 있었는데 그중 4번을 조치훈9단이 가지고 있다는 것.

조치훈9단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너무나 잘 아시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본 주제와 관련되는 부
분만 언급하겠습니다. 

조치훈9단의 역대 승률은 2003년까지 66.11%(1155승 589패 3빅)로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창호, 조훈현
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그렇게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그가 보여주는 진정한 승부에서의 집념은 대
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1986년 기성전 고바야시와의 휠체어대국, 고바야시와의 본인방 3년 전쟁, 
2002년 명인전에서 요다9단에게 도전해서 실패하기 전까지는 3대 기전에서 도전해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7번 모두 성공), 3연패 후 4연승. 정말 목숨을 걸고 둔다는 말을 온몸으로 보여주
었습니다. 

그러나 1996년 가을 명인전에서 다케미야9단에게 4:2로 승리하고 제2차 대삼관을 달성한 후 가진 인
터뷰에서 조치훈 9단은 이런 말을 합니다. "1983년 1차 대삼관을 달성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러
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1인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치훈9단의 비통한 심정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조치훈9단은 이창호9단과 사재를 털어서라도 번기 이틀걸이 바둑을 두자고 합니다. 
이창호9단은 오케이였지만 일본기원의 반대로 결국 성사되지 못한 채 조치훈9단은 바둑사의 저편으
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조치훈9단을 천재라고는 잘 하지 않습니다(천재라는 말에 너무 예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는…). 어쩌면 그래서 8시간이 모자랐던 지도 모를 일이죠. 천재과 기사들은 대부분 시간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 옛날 24시간씩, 13시간씩 두었던 시절의 오청원9단도 되도록이면 제한시간을 줄이자고 
주장하면서 6시간이 적당하다고 했고, 조훈현9단도 누가 조치훈9단의 이틀걸이 바둑론을 이야기하
자 "시간은 무슨 시간, 진정 고수라면 속기로 두나 백날이 걸려서 두나 이겨야지"라고 말이죠. 

조치훈9단은 위에서의 약점들 이외에도 큰 승부에서는 강했지만(국제기전을 보자면 꼭 그런건 아니지
만...) 세계최강이라고 하기에는 동시대의 고수들 중에서 라이벌도 너무 많고(2004년 9월20일까지 고
바야시9단과 66승64패, 왕리청9단에게는 39승38패1빅, 이시다, 고바야시 사토루 등과도 상대 전적이 
비슷함) 천적도 너무 많습니다(조훈현9단, 이창호9단). 무릇 세계 최강이라 하려면 동시대의 모든 고
수들 정도에게는 어느 정도의 격차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986년 
일본 극우파들에게  자동차테러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국제기전에서 좀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전신 조훈현9단

1953년 출생, 1962년 9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입단, 1963년 도일 1966년 13세에 일본기원 입단, 
1972년 군대 문제로 귀국. 

1974년 최고위전 우승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80,82,86년 3차에 걸친 전관왕 달성, 1994년 세계대회 최
초 사이클히트 달성(그때까지 존재하였던 모든 메이저기전인 응씨배,동양증권배,후지쯔배 한번씩 제
패), 패왕전 16연패(1977~1993, 세계2위 기록은 마효춘의 중국명인전 13연패), 타이틀전 23연승(세계
1위, 2위는 이창호9단의 21연승, 일본은 사카다9단의 16연승), 단일기전 도전기 최다 연승 19연승(세
계1위, 2위는 사카다9단의 본인방 17연승)

통산 오늘까지(2004.6.30) 1442승 559패 4무승부(71.92%, 일본에서의 300승 정도를 빨리 통산 기록
에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157회 우승(세계 기록), 메이저기전 9회 우
승(세계 2위기록), 등등등등...

정말 간추리고 간추린 대기록들만해도 이 정도네요. 

조훈현9단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요. 직접 여기에 대해 본인이 이야기 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
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본인의 10대까지 바둑 기술은 늘고 20대는 꽃피우는 시기일 뿐이다라는 말 등
을 종합해 볼 때 바둑의 전성기는 20대에 꽃을 피우고 그 이후부터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연장을 시키는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전제가 어느 정도 맞다면 조훈현9단의 전
성기는 아무래도 1970년대 중반 국내타이틀을 하나씩 제패해 나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1989년 제1회 
응씨배를 제패할 무렵까지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엄청난 성적을 냈지만 이는 천하제일
기재 조훈현9단의 각고의 노력이 빚어낸 부산물에 불과한 것일 뿐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글 앞에서 잠깐 '본 주제에서 가장 억울할 조훈현9단'이라는 표현을 설명하기 위해서 전성기 이야기
를 조금 무리하게 끌고 나왔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국제대회가 안타깝게도 그의 전성기가 끝나갈 무
렵부터 시작되어서 그가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국제대회가 좀
더 이전에 개최되었더라면, 그가 귀국하지 않고 당시까지 메이저리그였던 일본에서 활동을 계속 했더
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본 주제의 주인공은 아마 조훈현9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가지고 있는 각종 세계 신기록(물론 그 중에는 지금도 빛나는 각종 기록이 
있습니다)은 대부분 그 당시 마이너리그였던 한국에서 세워진 기록이어서 그 빛이 바랠 수 밖에 없습
니다. 마치 통산 세계 1위의 생애 최다 홈런을 자랑하는 왕정치의 868개 기록이 메이저리그로 넘어가
면 별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이치와도 닿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마이너리그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당시 2위 그룹과는 한참 격차가 있었던 2인자 서봉수9
단을 예로 들겠습니다. 서봉수9단은 응씨배 우승과 진로배 9연승 신화, 중국기사킬러로 잘 알려져 있
습니다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왜 조훈현9단이 20년 가까이 황제가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해답도 
나옵니다. 통산 메이저기전 32회 참가하여 우승 1회, 4강 2회, 메이저실제전적(승률) 23승32패
(41.82%). 서봉수9단의 국제기전 성적의 경우 빛이 밝은 만큼 어둠 역시 진하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2위 그룹 이야기도 잠깐 해볼까요? 국제대회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상징할 수 있는 대회가 
하나 있었습니다. 올드 바둑팬이라면 아~~ 하실텐데 85위험대결이라는 치수고치기 기획이었습니다. 
서봉수9단을 제외한 그 당시 2위 그룹 5명과 조훈현9단과의 치수고치기 10번기!! 결국 정선에서 시작
해서 정선으로 끝나긴 하였지만 정선에서 호선으로 바뀐 적은 한 번도 없고, 2점으로 두 번씩이나 밀
립니다. 조훈현9단이 정선으로 3승2패, 2점으로 2승3패. 결국 2점까지는 아니지만 정선으로도 힘들다
는 결론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바둑계 상황을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일례이기도 하고, 차후 본 글
에서 자주 인용될 예정이니 머리 속에 담아 잘 담아두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자료 하나를 보겠습니다.

한일 TV속기전(한국 제왕전 우승자와 일본 NHK배 우승자 대결)

1983년 조훈현 승 이시다
1984년 조훈현 승 임해봉
1985년 조훈현 승 가토
       조훈현 패 임해봉
1986년 조훈현 승 다케미야
1987년 조훈현 패 임해봉
1989년 서봉수 패 가토
1990년 조훈현 패 다케미야
1991년 조훈현 승 조치훈

몇 안되는 조훈현9단의 전성기 시절 세계정상급 기사와의 대결이라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총 5승3
패 기록을 남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주제는 현대바둑에서 누가 세계 최강인가라는 것을 염두
에 두고 한 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훈현9단은 이창호9단과 마찬가지로 각종 져서는 안될 빅매치에서 거의 전승을 기록해 왔습니다만  
생애에 씻지 못할 2번의 패배를 당하게 됩니다. 하나는 조훈현9단이 1980년 제1차 국내 전관왕을 달
성하던 무렵 조치훈9단이 생애 처음으로 빅쓰리 중 하나인 명인전을 탈환하면서 국내에 귀국해서 벌
인 양자간의 빅매치를 말하고 또 하나는 1989년 응씨배를 제패하고 다케미야9단은 후지쯔배를 연속으
로 제패하면서 1990년 양자간 벌인 효성배 세계정상대결(상금 천오백만엔)을 말합니다. 

조치훈9단과의 빅매치 당시 한국 언론과 한국 바둑팬들은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조치훈9단을 이야기했
습니다. 국내 전관왕보다는 일본에서의 처녀 명인 등극이 훨씬 위대해 보였나 봅니다. 나이도 자신보
다 3살 어리고 일본에서의 입단도 자신이 빠른데다가 자신이 생각할 때는 별반 대단한 기재처럼 보이
지도 않았을 조치훈9단에게 보이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에 정말 지고 싶지 않았을, 정말 진다면 죽고
싶을 정도로 자존심이 상할 그런 승부, 결국 그런 심적 동요가 승패에 영향을 미친 한 판이 아니었을
까요? 이후 국제기전이 본격화되면서 이상하리만큼 조치훈9단과 16강전에서 자주 만나게 되어서 그때
마다(최근 드디어 패점을 기록한 것 말고는) 연전연승을 기록하는데(8전전승 끝에 1패한 것임) 조치
훈9단과의 과거 좋지 않은 기억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듯도 한데요...

다케미야9단은 조훈현9단의 천적입니다(통산 2승6패). 그 계보를 최근에 왕리청9단(통산 2승6패)이 
잇고 있는데요. 응씨배와 후지쯔배를 놓고 벌인 일종의 통합타이틀전에서 0:2로 영봉패를 당했던 기
억 역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안겨 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상과 같이 조훈현9단은 억울할 수는 있지만 본 주제에 있어서는 적어도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라
고나 할까요. 

4. 이창호 vs 오청원

(1) 들어가기에 잠깐 앞서

제가 전편에서 분명히 말씀 드렸지만,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본 편은 어디까지나 성적을 중심으
로 세계최강을 논하는 자리입니다. 기사의 성품이나 업적, 예나 도의 관점이 아닌 객관적인 통계에 
기초한 그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 살아있는기성 오청원

1914년생, 독학으로 당시 중국바둑계 최정상반열, 1928년 도일, 1929년 3단 인정, 1933년 기타니9단
과 더불어 신포석창안, 1933년 일본선수권전 우승으로 슈샤이 명인과 환갑기념대국(정선으로 두집
패), 1939년부터 1956년까지 총 11차례 치수고치기 십번기, 1950년 9단(후지사와 호사이에 이어 두번
째), 1961년 오토바이사고, 1983년 은퇴.

통산전적 1381전 887승 442패 40빅(66.25%) – 이 기록은 GOBASE.ORG에 기초한 성적인데, 다른 기사들
의 통산 성적은 워낙 맞지 않아 참고할 가치가 없으나 오청원9단의 성적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참
조합니다. 공식 전적이 아니라 오청원9단이 두었던 거의 모든 대국을 망라한 성적으로 보이네요. 

(3) 이창호 vs 오청원

“전설은 전설일 뿐, 전설이 기록과 만나면 전설은 더 이상 전설이 아니다”

1) 동시대화 작업

앞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미국 메이저리그의 각종 통계는 거의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게시판에 가
끔 역사상 인물들을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근거로 베리본즈와 베이브루스를 자주 예로 드는데
요. 아마 베리본즈가 흑인이 아니고 백인이었다면 벌써 비교, 분석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2001년에 A라는 선수는 홈런 73개를 쳐서 홈런 1위를 기록했고, 1919년에 B라는 선수는 홈런 29개로 
홈런 1위를 차지했다고 칩시다. 누가 더 슬러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충 보신 분이라면 당연 A라
고 하실테고, 조금 더 눈썰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좀더 정확한 통계를 봐야 답을 알 수 있다고 하실테
죠. 그렇습니다. 2001년에 홈런 1위가 73개씩이나 되지만 2위도 64개, 3위부터 12위까지 모두 40개
를 넘겼던 반면, 1919년에는 2위가 10개입니다. 누가 더 슬러거일까요? (참고로 B라는 선수는 1920년
에 홈런 54개로 1위, 2위는 19개)

이런 넌센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메이저리그 분석가들은 동시대의 평균방어율, 평균타율, 평균홈런갯
수… 등을 계산해서 수정방어율, 수정타율, 수정홈런갯수… 등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도 문제점은 
좀 남겠지만(그 시대의 평균 수준은 정말 계량화하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극복하
고 있다고 합니다만…) 이 정도만 되어도 훨씬 자신 있게 누가 더 낫다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요? 

바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노력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작
업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당장 저에게 한국기원, 일본기원, 중국기원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들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

앞으로 많은 자료들과 이야기들이 나올텐데 많은 부분들이 여기서 언급한 동시대화 작업과 관련이 됩
니다. 자료들이 정확하지 않고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님들의 호기심을 완벽히 충족시켜드리진 못하
겠지만, 적어도 본 글이 동시대화 작업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부심으로 써 내려갈
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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