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적 요소를 가미한 드라마 < 졸업 >(The Graduate)이 개봉한 1967년은 격동의 시기였다. 베이비붐 세대는 베트남전 징집에 반대하는 반전을 위시해, 인종차별, 시민권, 여성 해방과 같은 정치 사회적 쟁점들과 관련해 저항 의식을 표출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는 곧 기득권에 대한 항거였다. 기성세대인 부모로부터의 소외감이 팽배했던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영화 < 졸업 >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환멸과 이념을 투영한 대안과 같았다.
찰스 웹(Charles Webb)의 원전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21세의 청년 벤저민 브래덕(더스틴 호프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무의미한 소비 시대에 가치 있는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법대 졸업생인 엘리트에게 주변 사람들의 기대는 높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벤저민은 중년의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과 공허한 불륜을 저지르는 한편, 그녀의 딸 일레인(캐서린 로스)를 필사적으로 쫓는 이중적 관계에서 갈팡질팡 흔들리며 갈등과 고민에 휩싸인다.
< 졸업 >은 개봉 이후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북미에서만 1억 490만 달러에 달하는 극장 매출을 올렸고,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위시해 7개 부문 후보로 거명되었다. 남녀주연상과 작품상을 놓쳤지만, 감독상 트로피는 마이크 니콜스의 몫이었다.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이미 작품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쥔 니콜스 감독에게 일생일대의 작품이 된 영화는 앤 밴크로프트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Best Actress in a Motion Picture – Musical or Comedy)을 선사한 것은 물론,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유망한 신인배우에게 수여하는 상(Most Promising Newcomer)을 더스틴 호프만이 거머쥠으로써 새로운 발견이란 차원에서도 특별했다.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데이브 그루신과 폴 사이먼이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Best Original Score Written for a Motion Picture or a Television Special) 부문을 수상한 성과 또한 눈에 띄는 대목. 도발적인 이야기에 덧붙여 그 문맥을 관통한 음악을 사운드트랙에 사용한 니콜스 감독의 획기적인 결정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통상적으로 악보에 쓴 스코어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을 화면의 전개에 맞게 보강한 음악으로 사용한 관례에 반해, 당시 대중적인 포크 음악으로 유명한 2인조 가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노래를 선곡해 쓴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데이브 그루신의 라틴 재즈 오케스트라 반주곡을 사운드트랙에 수록한 것도 당대 유행한 라운지 음악(Lounge Music)의 장르적 범주에서 재즈와 블루스에 기반한 공간적 분위기 음악이란 점에서 다르긴 마찬가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들은 알다시피 영화에 사용되기 전부터 대중적으로 소개돼 잘 알려진 상태였다. 'Sound of silence'는 1964년 폴 사이먼이 작곡해 데뷔앨범에 수록했으나 1966년 1월 리믹스 버전으로 뒤늦게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한 곡. 'April come she will'과 'The big bright green pleasure machine'도 1966년 각각 발표된 두 번째와 세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이다. 영국의 전통 발라드를 재해석한 'Scarborough fair/Canticle'(1966)을 포함해, < 졸업 >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포크 록 듀오의 기성 명곡은 영화 음악에 있어서 일대 혁신이었다. 영화의 극을 구성하는 내러티브의 일부로 이야기는 물론, 관객이 등장인물과 상호접속할 수 있는 의미를 노래와 멜로디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탁월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포크 록 음악은 그때 그 시절, 그 시대의 젊은 세대에 의해 규정되고 귀속되어 있었다. 기성세대와 현실에 대한 풍자적 전언을 내재한 그룹의 노래는 온전히 당시의 젊은 청춘들을 위한 것이며, 동일세대 간 상호 유대와 공감을 갖게 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그 관계망 내에서 세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젊은 관객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이러한 연관성이 이야기 내에서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노래의 의미를 포용했다.
니콜스의 선택은 향후 수십 년간 영화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었다. 폴과 아트의 가사와 멜로디는 화면상으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단순한 해설 그 이상을 내포했다. 그들의 노래는 당대 격변에 직면했던 1960년대 청년들의 삶과 이념에 접속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와 같았다. 1960년대 후반 젊은이들에게 부모 세대의 정치를 거부하는 문화적 정체성으로 듀오의 포크 록은 작용했다. 기성세대, 기득권에 대한 저항적 진술이었던 셈. 극 중 졸업할 때까지 완벽한 순응자였던 주인공 벤저민은 이후 전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1960년대 반문화의 주제 중 하나로 개인의 자유가 대두되었던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니콜스 감독은 음악을 교묘하게 사용해 긴장감을 강조하는 매개체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