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핵심사례
관광지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의 훼손 및 귀중품 도난 사고
개울물이 꽁꽁 얼고 눈이 내리던 겨울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개나리가 고개를 들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이 왔네요.
코로나19로 인해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움츠리고 있다가 따스한 봄볕에 나들이 가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사례는 이렇게 공원에 나들이하다가 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를 누군가 훼손하고 그 안에 있던 귀중품을 훔쳐 달아난 사건에 대하여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사건 요약
갑은 ‘구곡폭포 국민관광지’ 내 주차장에 그 소유의 승용차를 주차하여 두었다가 승용차 뒷좌석 유리가 파손되고 그 안에 두었던 핸드백 등을 도난당하였습니다. 이에 갑이 관광지를 운영하는 춘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다31479 판결).
이 사건 주차장은 소정의 주차요금 2천원을 받고 주차증을 교부하였지만, 자동차 열쇠는 본인이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차증에는 ‘차량의 도난, 훼손, 접촉사고에 등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주차장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고 주차구역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 주위에는 일부 낭떠러지 구간에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외에 아무런 울타리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주차장을 운영하는 춘천시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2. 관련 법규
‘주차장’법에 따르면 노외주차장 또는 부설주차장의 관리인이 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으로 ‘주차장에 주차하는 자동차의 보관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자동차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주차장법 제17조 제3항, 제19조의3 제2항 참조).
따라서 자동차를 보관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차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주차장관리자가 주차차량의 멸실 또는 훼손 등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차장관리자가 자동차를 보관해야 할 의무가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차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동차의 보관 의무’의 인정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일반적으로 주차장을 관리·운영하는 자가 주차차량의 멸실·훼손 등에 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기 위하여는 주차장 이용객과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서 주차차량의 보관이나 그에 대한 감시의무를 명시적으로 약정하거나, 혹은 주차장의 관리·운영자가 이용객을 위하여 제공하거나 이용객이 거래통념상 전형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안전조치의 정도와 주차요금의 액수, 차량의 주차상황 및 점유상태 등에 비추어 그러한 보관 혹은 감시의무를 묵시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주차장이 주차장법의 적용대상이어서 주차장법 제10조의2 제2항, 제17조 제3항 및 제19조의3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주차차량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법률상 당연히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자동차의 보관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필요하다고 한 것입니다.
나. 법원의 판단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명시적으로 주차된 차량에 대해서 ‘도난, 훼손, 접촉사고 등에 대해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차자아의 이용관계에 대해서도 춘천시가 그 이용객들에게 일시적으로 주차장소를 제공하는 대신 그 이용객들로부터 소정의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이용객과 춘천시 사이에 주차차량에 관한 임치 내지 보관계약이 성립하거나 춘천시 측이 주차차량에 대한 도난방지의무를 부담하지도 않는다고 보아 주차장관리자인 춘천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4. 결론
관광지 등에 놀러 갔다가 그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는 소정의 요금을 냈다고 할지라도 특별히 주차장 측과 자동차의 보관에 대하여 ‘임치계약’을 맺는다든지 아니면 자동차관리인이 자동차의 열쇠를 보관하면서 직접 주차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차장 측의 책임은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따라서 관광지에서 차량이 훼손되고 귀중품을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동차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량의 훼손에 대해서는 ‘자기차량손해(자차)’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자동차 안에 둔 물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자동차 안에는 웬만하면 현금이나 귀중품은 두고 내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