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수행의 기제와 그 효과
1.소리와 호흡
불교의 모든 소리 수행의 핵심을 살펴보면 호흡이 자리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언어를 사용할 때는 발성(發聲)이 날숨이 되고 들숨은 발성과 발성 사이에 이루어진다. 소리 수행에 있어서 호흡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입은 호흡의 기능과 발성을 통한 언어적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소리 수행인 진언 염송의 경우 밀교에서는 모든 소리[聲]를 종자의 소리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호흡의 조절에까지 이르고 있다.
물결은 물의 진동으로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파동이 일어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무엇인가의 진동으로 파동은 경험되는 것이다. 소리의 파동이 여래의 호흡으로서의 진언이라면 진언을 염송함으로 인해서 인위적인 소리가 자연적인 파동으로 전환되면서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도 여래의 호흡에 맞춰 상응됨을 볼 수 있다.
상기는 소리 수행을 함에 있어서 소리파동과 호흡의 자연스런 조화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진언과 다라니 및 염불 등 소리를 매개로 한 수행은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갖추면서 수행의 체계를 잡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리 수행의 특성상, 자연스런 호흡으로 인한 육신의 안정은 지속 반복되는 염송에 의한 몰입과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궁극의 성취를 이루는 근원이 된다.
『대비로자나불설요약염송경(大毘盧遮那佛說要略念誦經)』에서도 염송시 언어적 기능과 호흡의 기능이 어우러지면 뜻과 문자와 어구의 조화가 이루어짐을 밝히고 있다.
송(誦)하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기식(氣息)을 잘 조절하라. 그 자구(字句)가 호흡이 나오고 들어가는 것에 따라서 처음과 끝이 서로 이어지게 하라. 그 뜻을 생각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다.
소리를 관하며 들고 나는 호흡을 조절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과 소리가 일치된다. 조절된 호흡은 점차 일정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서 진언과 다라니 및 염불의 언어적 기능과 더불어서 발성과 파동이라는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일경소』의 「출세간지송품(世出世持誦品)」에서도 소리와 호흡이 하나가 되어 삼매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귀로 소리가 들어갈 때 함께 들어가고 나오는 염송을 설하고 있다.
지금 이문에서 호흡이 나올 때 종자가 나오고 들어갈 때 종자가 들어가는 식으로 호흡에 따라 들어오고 나가게 한다. …(중략)… 지금 이 글자로써 하나의 연에 호흡을 주어 나오고 들어가게 하면, 자연히 생각 생각이 상속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되며 활연하게 삼매에 들어가기 쉽다. 이것을 세간의 염송 가운데 최상으로 삼는다.
사람이 호흡할 때 호흡은 허파까지이지만 호흡의 기운은 온몸 전체로 퍼진다. 소리로 시작된 진언 염송의 경우도 발성 기관에서 시작된 소리가 몸이라고 하는 공명체(共鳴體) 전체로 퍼져나간다. 여기서 진언 염송이 성취되는 수증(修證)으로 가는 과정 가운데 발성과 호흡으로 인한 파동의 역할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호흡이 삼매와 직결됨은 『대일경소』 「제2 입만다라구연진언품」에서도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하나의 연을 잘 관찰하여 상응하고 명료하게 해서 마음과 기식(氣息)을 잘 조절하라. 한 번의 기(氣)호흡으로 '아(阿)' 자문을 송(誦)하고 상속하여 끊어짐이 없게 하며, 힘이 다하면 쉬고, 다시 나중에 이를 송하라. 혹은 한 번 쉬고, 혹은 세 번 쉬며, 내지 알아채는 바가 있게 하라. 이와 같은 하나의 연의 방편으로 삼매에 들어가면, 비밀 장엄한 불보살의 큰 모임을 보기에 이른다.
한 번의 기(氣)호흡으로 상속하여 끊어짐이 없게 하며, 아(阿)자를 송(誦)하라고 한다. 아자를 하나의 연의 방편으로 하여 호흡이 아자를 반복할 때마다 동일하게 반복되어 행해지는 것이다. 끊어짐이 없이 반복되는 호흡을 관찰함으로써 삼매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호흡이나 진언 염송의 수행에서 신체와 의식의 변화를 좀 더 세밀히 살피며 정진하면 조화롭고 자유로운 정화에 이를 수 있다.
2.소리와 몰입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평소 산란하게 분산되어 있던 마음을 어느 한 중심으로 집중하여 끌어모을 수 있다. 지속적인 방법으로 소리에 의식을 집중하면, 어느 순간 소리의 진동이 사고의 진동과 공명하면서 몰입의 단계로 이끌린다. 정신집중의 수행을 통해서 활성화된 에너지들은 다시 내 안으로 이동시켜 다시 그 속에 몰입시킨다. 이렇듯 소리와 공명을 통한 수행법을 통해서 내면의 고차원적인 기능을 일깨우고 인간의 심신을 고양시킬 수 있다.
인체는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자신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의 인식 코드일 수 있다. 진언과 다라니 및 염불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소리파동보다 차원이 높은 상념의 파동을 일으킨다. 그 파동은 자신의 고유 진동수를 증폭시키면서 불보살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진언과 다라니 및 염불은 자신의 가장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소리신호이고, 내면의 문을 열어젖히는 비밀의 열쇠이다. 성스러운 소리를 의미하는 진언은 일정한 운율과 주재신 그리고 특수한 힘을 갖는 '비자(Bija, 씨앗)'를 갖는다. 또한 성스러운 소리를 연속적으로 발성하고 또 그 소리에만 집중함으로써, 삼매의 상태로 들어가게 하는 수행 도구이다. 진언은 특정한 영적에너지 주파수를 지닌 의식의 상태에 상응하는 강력한 진동으로 시작되며, 일반적인 영적 수행과 마찬가지로 소리수행 또한 점진적인 수행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진언과 다라니 및 염불은 그 소리에 존재하는 성스런 힘(Shakti)의 반복을 통해 그 안에 있는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소리 수행을 하면 소리와 사고의 진동이 같아져서 순수 의식에 오를 수 있다. 소리의 특정한 조합인 개개의 음율은 우주의 법칙을 반영하며, 그것을 발음하는 즉시 우주와 조화를 이룬다. 소리는 인간의 숨결과 결합하여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염송자는 심신의 조화를 이루게 되며, 염송을 통해 의식을 넓혀 진아를 자각한다. 그 결과는 저차원적 자아와 고차원적 자아의 통합으로 나타난다. 즉, 순수한 본질로 회귀한다. 우주는 초극소의 세계로부터 초극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리파동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소리는 각각 고유의 주파수를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특정 주파수는 인간의 심신 각성에 탁월한 힘이 있다. 소리 수행의 경우에도 특정한 음성적 진동과 신성하고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어서, 우주적 에너지와 소우주를 연결하는 플러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진언과 다라니 및 염불 등의 소리 수행은 직접 행하는 자는 물론이고 듣는 사람조차도 내면의 정적과 이완상태를 유도하여 소리로 영적・심리적 신체적 불균형을 치유할 수 있다. 고대 아유르베다(Ayur-Veda)에서도 인간의 장애를 극복하거나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증장시키는 법 등에 있어서 소리 수행의 다양한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헌신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소리 수행은 소리의 의미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탁기를 정화하고 진아의 깨달음을 성취하게 한다.
중국 송대(宋代)의 『능엄경』 주석가인 장수자선(長水子璿, 965∼1038)이 '바람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틈 때문이다. 마(魔)가 틈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한 표현은, 수행 시 들어오는 각종 번뇌의 마장과 마음의 유기적 관계를 말한다. 수행자가 청정한 마음으로 쉼 없이 다가오는 육진경계를 관조하면 마가 준동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에 분별심이 생기면 그 분별심으로 인해 마음이 경계에 끄달리게 된다. 마가 마치 문틈으로 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것처럼 수행자 앞에 나타나 수행을 방해한다는 뜻이다. 마가 준동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분별심에 있음을 밝힌 것이다.
분별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편은 관세음보살을 소리 내어 염송할 때, '관'자를 부르고 나서 '세'자를 부르면 들었던 '관'자는 사라지게 된다. '관'의 들음이 있고 사라지고, '세'의 들음이 있고 사라지고, '음'의 들음이 있고 사라지고, '보'의 들음이 있고 사라지고, '살'의 들음이 있고 사라지고 하면서 들음과 사라짐이 반복된다. 다섯 글자의 각각에 대해서 들음이 있고 사라짐이 있다. 또한 '관세음보살'이라고 하는 전체 소리도 들음이 있고 사라지고 하는 것을 반복한다고 할 수 있다. 염(念)과 염(念)이 서로 이어지게 하되, 눈은 밖으로 보지 않고 귀는 염불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일심불란(一心不亂)하게 염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반복으로 인해 몰입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음성에 리드미컬한 운율을 더하여 규칙적인 템포가 되도록 하되,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긴밀해지도록 빠른 속도로 하는 것이 망상(妄想)이 들어올 틈을 허용치 않는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소리와 공명
법계에서 소리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닿지 않는 시간 또한 없다. 법신의 미묘한 본심은 세간의 모든 소리를 관하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떤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합니까? 부처님은 무진의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백천 만억의 무수한 중생들이 모든 고뇌를 받을 때, 이 관세음보살을 듣고 일심으로 명호를 부르면 관세음보살은 즉시 그 음성을 듣고 살피시어 모두가 고뇌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주느니라. …(중략)… 만약에 백천 만억의 무수한 중생이 한없는 괴로움을 받게 되더라도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 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소리를 알아듣고 모두 해탈하게 한다.
『묘법연화경』 「보문품(普門品)」에 따르면, 고통받는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일심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음성을 관하여 해탈을 얻게 한다고 한다. 여기서 관세음보살의 명호는 중생의 소리(音)를 관하는 인연으로 관세음이라는 명호를 가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진언은 소리를 통해서 우주적 근원과 연결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밀어(秘秘語)이기에 함부로 해석될 성질의 것이 아닌 불가해한 신성한 언어라는 특성을 가진다. 언어로 된 진언은 의미전달의 기능만이 아니라 언어를 발성하면서 진동과 상징의 의미가 추가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진언이 염송과 요가적 수행에 사용된다.
소리는 인간 생활에 있어서 큰 기능을 지니고 있어서 활용되어 왔다.
소리의 율동적인 자극은 흥분의 심리적 상태를 불러일으킨다. 외적인 율동적 자극이 내적인 뇌파에 영향을 미쳐, 그 리듬에 상당하는 감정을 일으킨다. 음악과 시가 그 예이다. 리듬은 반복적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조정되기 때문에, 몸을 진동시키고 역동적인 균형을 취하게 한다.
이와 같이 소리는 인간의 심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소리는 진동을 일으킨다.
소리는 단순히 물리적 진동에 머물지 않는다. 형이상학은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하다고 본다. 소리는 허공에서 나와서 그 속에 흡수되어 들어간다. 허공은 하나의 요소로서 우주에 편만하여 있는 우주 속의 하나의 대상물을 말한다.
소리는 원초적으로 최고의 상태에서 우주의 창조적 활동을 하는 존재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진동의 에너지는 조직될 수 있고, 특수한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진언은 이러한 진동이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가에서 하는 염송의 물리적 발성은 우리의 몸 전체에 파동으로 전달된다. 우리의 몸에서 세포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의 아원자적(亞原子的) 단위의 특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매우 추상적인 실체이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것들은 때로는 입자로, 때로는 파동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것은 매우 작은 영역 속에 국한된 실체인 동시에 파동 공간의 넓은 영역으로 뻗어나가게 될 수 있다.
사람의 몸도 공기나 물처럼 탄성 매질의 진동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진동장(振動場)들은 외부의 장(場)들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달이나 태양에 의한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라든가, 기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저주파 전자기장의 변화 등과 같은 자연적인 것도 있고, 혹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망처럼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장일 수도 있는 것이다.
파장은 무한히 펼쳐나가는 속성이 있으므로 모든 존재는 스스로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무수한 다른 존재의 파장을 수신하는 개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자신은 이런저런 소리[파동]를 통해 우주 전체의 모든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종의 진동체이며, 그 속에는 어느 것 하나 고정되고 정지해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속도로 진동하고 있는 원자 속의 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자와 분자들이 독특한 진동수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리의 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동 에너지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파동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동은 두 개체 간의 관계성으로서 상호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생명으로서 지구라는 환경에 속해 있는 이상, 스스로가 다른 존재에 영향을 주면서 영향을 받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파동들이 모두 인체에 무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대한 경고는 잘 알려져 있다. 그 충격파에 많이 노출될수록 생명체에 위협이 가해지며 사람들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만일 어떤 진동수가 생명체에 위협적이라고 하면 그 생명체는 진동수의 힘으로 사멸의 길을 갈 것이고, 정반대로 진동수가 여래의 호흡으로서의 진언이라면, 진언을 염송할 때 인위적인 리듬이 자연적인 리듬으로 전환되면서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도 여래의 호흡에 맞춘 리듬 편승이 일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진언 염송이라는 파동의 형태로 신체의 정화를 기도하는 것이다. 몸의 청정을 구현하고 뒤이어 마음의 청정함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진언 염송에는 파동이라는 형태로 신심을 정화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소리의 공능에 관한 연구/ 이태영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