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특수 아니야?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5년 차 특수교사인 나는 최근 혼란을 겪고 있다. 올해 한시적으로 통합교육 사업을 진행하면서 비장애학생들을 직접적으로 게다가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일반 학교에서 특수교사는 섬과 같다. 특수학급에 상주하는 게 당연하고 특수학급 학생들만을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다. 비장애학생들에게 학년 초에 장애이해교육을 짧으면 10분 길면 1시간을 들여 실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게 다다. 그런데 올해는 학교 구성원들과 협의하여 1학년 음악, 한국사 교과를 협력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특수교사인 나와 일반 교과교사 한 명이 함께 일반학급을 투담임제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일반학교에 특수교사로 있으면서 일반 교과교사에게 “샘, ㅇㅇㅇ도 특수 아니에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면 아이가 교사의 말을 이해를 못하거나 청결하지 않다고 하시며 특수여서 그런 것 아니냐고 궁금해하신다. 신규 때는 ‘샤이특수’라는 말로 그 아이들을 설명했다. 특수로 와야 하는데 진단을 못 받았다 보다며 어머님과 상담해보시고 특수로 등록하고 싶으시면 연결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특수로 연결된 학생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그렇게 나눈 대화들은 낙인에서 낙인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그 대화로 교과교사는 그 학생이 특수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그 학생이 특수이니 교과교사는 그 학생에 대한 책임이 줄어드는 것으로 느끼는 것 같다.
올해는 샤이특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교육하고 있다. 학년이 막 시작된 3월 첫 주에 ‘학교에 샤이특수가 정말 많구나’생각했고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모든 학생이 특수라고 생각한다. 능력주의의 문법에 따라 전교 1등인 학생부터 예로 들면 사회적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 말을 시키면 뭐라뭐라 말은 하는데, 뇌병변을 가진 학생이나 언어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대화의 경험이 꽤 있는 나조차도 그 학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전교 2등도 발음은 알아들을 수 있으나 문장의 끝을 항상 흐린다. 수업시간에는 가끔 뒷치기 등 수업상황에 맞지 않는 저질스런 말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씩 웃는다. 대체 왜그러는지 개인적인 상담을 진행해봐도 고개만 가로 젓지 본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 10분도 안 돼 상담이 끝났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교사가 그 학생에 대해 분석할 시간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전교 꼴등인 학생도 마찬가지다. (잠깐, 여기서 놀라운 점은 특수학생들이 꼴등이 아니라는 것. 특수학생 뒤로 10명 넘는 아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앞머리를 코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대부분의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요약하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데, 교과수업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시간표로는 이런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교사 당 학생 수를 줄이고,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들어가야 한다. 너무 큰 이야기지만 입시위주의 교육도 바뀌어야만 한다.
특수학급은 입시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교육을 할 수 있다. 인권에 대한 책 하나를 10번씩 읽기도 하고 서로 갈등이 있을 땐 한 시간 내내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나눈다. 지역사회로 직접 나가 사회를 마주하고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배운다.
모두 그렇게 배워야 한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기 때문에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예외란 없다.
첫댓글 본문에 나와있는 것처럼, '너무 큰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서술하고 이야기로 보여주면 좋겠어요. '모두 그렇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너무 거대한 데에 비해, 예시가 부족해요. 이야기로 보여주거나 압축된 서술이 있다면 일반론적인 이야기(입시위주의 교육도 바뀌어야만 한다)는 굳이 서술할 필요가 없어질 거에요. 샤이특수와 상담하는 이야기보다, 특수학급에서 진행되는 교육이 입시위주에서 빗겨나 있어 오히려 효율적이고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필요해 보여요. 강한 문제의식일수록 직접 말해버리는 것보다 간접적 전달이 중요할텐데,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예외란 없다'는 메세지가 살기 위해서는 이것보단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 사례, 압축된 문장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홍익인간 이야기도 굳이 설명적으로 넣기보다는 사례로 이야기하는게 읽는 재미를 덜 반감시킬것 같아요. 도덕과 규율과 규칙, 그리고 나아가 사회 질서에 대해 얘기할 때일수록 일반적인 도덕론,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표현과 묘사는 피해야 할 부분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