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 10분까지 길고 긴 휴식시간을 갖고, 저는 마지막 남은 사회/과학탐구와 외국어영역을 치르기 위해 고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이 너무 지겹다,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마지막 과목까지 무사하게 치르기로 결심하고, 차분하게 다음 과목을 기다렸습니다.
사회/과학탐구는 1번부터 70번까지 있는 기본문제를 풀고, 그 뒤에 있는 인문, 자연, 예체능 이렇게 세 가지 과목 중 하나를 택일해 풀어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오전보다는 한결 맑아진 머리로 70번까지 기본문제를 풀고, 예전에 선택했던 인문-사회/문화 10문제도 완료했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풀고 나니까 20분이 더 남더군요. 저는 사회/문화 이외에 세계사와 경제도 눈으로 풀어보며 실력을 다졌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자신감이 어느 정도 붙었습니다. 그 남은 자신감으로 외국어영역 듣기평가 문제와 지필문제를 모두 끝내고, 저는 친구들과 함께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로 나섰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교문을 나온 친구들의 일부는 숨겨 온 담배를 빼어 물었습니다. 7시간 동안 어떻게 참았을까가 궁금해지더군요. 더불어 오래 전에 헤어졌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양산터미널에서 서창까지 가는 차는 7시 10분에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미 표를 끊은 상태였고요. 그 시간까지 뭘 할까... 결국은 근처 오락실에도 들어가고, 터미널에 들어오는 버스도 보며 시간을 때웠습니다.
양산시내버스 12번과 32번, 직행좌석 1000번, 양산-통도사-해운대 동서울 경남버스 파크웨이, 양산터미널-김해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 여러 대의 버스가 들어오더군요. 특히 12번과 32번은 만차였고요. 서창까지 가는 차도 저렇게 만석이면 어쩌지...
다행히 서창까지 가는 세원여객 57번은 승객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차로 몰려든 학생들로 인해 차내는 금방 만석이 되었죠. 저는 운좋게 어느 할머니 옆자리에 앉아 집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TV를 보는데, 전북 남원에서 수능시험을 보던 여고생이 1교시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고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 여고생은 근처 아파트 18층에서 투신자살했고... 아햏햏하더군요.-_-;; 대체 무엇 때문에 자살을 했을까...
몸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느낀 게 많았던 2004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었습니다. 이상 천일고속 하이클래스였습니다.
첫댓글 참>> 지루하셨겠군요... 좋은 점수 나오셨길 바랍니다.
참으로 희한한것이 그 근처의 아파트가 거기 한군데밖에 없더라고요..-_-;; 아무튼 수능시험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