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온라인증권거래서비스인 크레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픈 당시 초저가수수료로 화제를 모았으나 기대와 달리 브로커리지점유율은 제자리다. 자사고객의 온라인연계계좌 쪽으로 이탈조짐이 나타나 저가수수료 정책이 수익성악화로 이어질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 크레온 출시 한달, 대신 브로커리지MS 영향제한
대신증권이 지난 2월 21일 내놓은 크레온(CREON)은 은행연계계좌고객 대상인 온라인브로커리지 서비스다. 출시 당시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업계 최저거래수수료. 그전까지 마지노선으로 통했던 0.015%보다 더 낮은 0.011%로 정하면서 안그래도 수수료경쟁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출시한 지 한달 이후 초저가수수료에 대한 파급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밖으론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2008년 수수료인하 당시 온라인증권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수수료인하에 동참했으나 이번엔 대신증권처럼 수수료를 낮추는데는 한곳도 없다.
문제는 이처럼 파급효과가 정체된 현상이 대신증권 MS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크레온 오픈 전후로 브로커리지점유율이 거의 변동이 없다.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대신증권 브로커리지점유율은 크레온 오픈 당시 3.4%에서 약 2주가 지난 7일 3.2%로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 2008년 4월 하나대투증권 수수료인하 당시 MS가 2~3% 하락했던 삼성, 대우증권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6%대로 거의 변동이 없다.
이는 경쟁사인 온라인 디스카운트 브랜드에도 확인된다. 대신증권이 오픈 전 시뮬레이션에서 고객이탈을 예상했던 키움증권의 경우 일평균 신규고객계좌수는 1월 1080개, 2월 1110개, 3월(11일 기준) 1115개로 크레온 오픈 이후 늘었다. 은행연계계좌 브랜드인 뱅키스로 온라인 디스카운트거래시장에 키움과 1, 2위를 다투는 한국투자증권도 이 기간동안 계좌이탈, 거래대금변동 등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크레온이 급속도로 퍼지면 비용이나 서비스강화 등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원은 “초저가수수료에 타사들이 동참하지 않은데다 전체 브로커리지 점유율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증권의 0.4bp라는 수수료 인하가 과거 2.5bp에서 1.5bp로의 1.0bp 인하보다 체감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타사와 달리 소극적 마케팅, 자사고객 이탈시 수익성에 부메랑
이처럼 안팎으로 파급효과가 미미한데는 신규브랜드 출시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이다. 크레온에 대한 회사의 태도는 유보적인 편이다. 수수료에 민감한 증권업종은 수수료를 내릴 때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 수수료인하의 포문을 열었던 하나대투,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단기간 MS확대를 위해 TV CF, 광고판 등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비교적 후발주자로 뛰어던 대우증권도 은행계좌 전용브랜드인 다이렉트 런칭시 유명가수를 광고모델로 해 계좌만 계설해도 사은품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이벤트를 전개했다.
이에 비하면 크레온은 이들보다 수수료가 낮은 초저가서비스임에도 눈에 띄는 마케팅이 부족하다. 지난 14일 신규가입자수가 증가하면 거래수수료 무료혜택 기간도 함께 늘어나는 수수료 이벤트가 거의 전부다.
자사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메인브랜드와 거리를 두는 비공개전략도 활용하고 있다. 실제 대신증권 자사 홈페이지엔 계좌개설안내나 크레온에 대한 소개, 수수료 등에 대한 정보는 한줄도 없다. 신규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야 할 상황에서 대신증권 홈페이지에서는 브랜드노출을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통합브랜드로 시너지를 낼 것인지 별개브랜드로 집중할지 회사마다 전략의 차이”라며 “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요타자동차가 회사이름 대신 제품명인 렉서스의 브랜드파워를 높인 것처럼 크레온을 대신증권과 별개인 단독브랜드로 육성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이 크레온 알리기를 주저하는 배경엔 자사의 사이보스고객이 크레온 쪽으로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대신증권은 HTS인 사이보스를 주무기로 전통적인 온라인거래강자다. 2008년 당시 수수료인하에도 꿋꿋하게 고집했던 것도 이 사이보스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산능력이 우수한 대신증권이 별도의 시스템을 내놓자 비슷한 성능이라면 수수료가 훨씬 저렴한 크레온 쪽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문제는 크레온으로 대이동이 발생할 경우 수익성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HTS인 사이보스의 수수료는 평균 0.15% 수준이다. 하지만 이 고객이 사이보스에서 크레온으로 갈아타면 그 수수료는 0.011%로 약 1/13이 줄어든다. 예상과 달리 초기 MS진입이 미흡하고 신규고객확보도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자사고객마저 갈아타면 최악의 경우 크레온런칭이 아니한 만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애널리스트는 “대신증권의 경우 처음부터 HTS우수성에 초점을 맞춰 이용고객들도 타사보다 사이버거래에 익숙한 편”이라며 “두 거래시스템 사이의 성능이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수수료에 민감한 고객들의 크레온 전환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자사고객이탈 가능성에 대해 공격과 방어를 겸비한 양동전략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TR코드화면은 사이보스 850개, 크레온 450개 등으로 물리적 장벽을 쌓아 서로 시스템이 다르다”며 “사이보스는 금융주치의, 리스크관리 등 서비스로 중장년층을, 크레온은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젊은층을 타겟으로 시스템별로 고객차별화도 이뤄져 고객이탈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MS점유율 정체에 대해서도 “서서히 변하는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로 출시 한달밖에 안된 크레온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적어도 6개월~1년 지켜봐야 한다”며 “디스카운트시장에서 점유율이나 신규계좌수는 컨플라이언스상 밝히기 어려우나 성과도 나고 계좌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성해 기자
2011년 3월 21일 한국금융(www.fntimes.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