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비동의자들이 토지 등의 소유권을 조합 측에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이들을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대지 소유권 확보와 관련해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관건이다. 재건축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매도청구권만 부여했지 소송 중인 경우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아 해석이 분분한 것이다.
매도청구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확정판결 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을 중단해 놓고 확정판결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소송 중’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건교부는 매도청구 소송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7조를 근거로 분양이 어렵지 않으냐고 본 것 같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대로 대지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한다고 보는 것 같다.
한편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사업의 경우에도 매도청구권이 있다. 알박기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관련 주택법이 개정됐다. 90% 이상의 대지를 확보하고 나머지 땅에 대해서는 일정한 협의를 거쳐 그래도 매도하지 않으면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매도청구소송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 소유권이 확보되기 전 소송 중일 때는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분양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건교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전에 재건축을 규정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에는 ‘매도청구한 경우엔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아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구청들은 “일반분양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이 같은 규정이 빠졌는데 이는 주택건설촉진법은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규제가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유권 확보 ‘간주’가 관건=매도청구소송 자체는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소유권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할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구청이나 조합 등은 “소유권 확보로 ‘간주’하고 다음 사업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건교부도 이전에는 분양에 매도청구 소송을 별달리 문제 삼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이번에 문제 삼으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매도청구소송 진행 중인 마포구 서강주택재건축조합의 질의에 대해 “분양승인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정모씨의 민원에 대해 “정비구역 내 토지에 대해서도 매도청구가 가능하므로 매도청구가 신청되면 분양신청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매도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분양승인을 득할 수 있는지’를 묻는 민원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건교부도 매도청구소송을 소유권 확보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왔다갔다하는 답변을 했다.
지난해 8월 ‘매도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해 판결대로 판결금액을 법원공탁하면 분양승인이 가능한지’에 대한 민원에 “매도청구가 됐을 경우 소유권 확보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서강주택재건축조합의 질의에 대해서는 “매도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소유권을 확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사업주체가 보증회사의 분양보증서를 받고 소유권 확보 이행각서 공증 등을 해 입주예정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면 입주자 모집(일반분양) 승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강주택재건축에 대한 회신은 ‘매도청구 소송을 소유권 확보 간주 여부와 상관없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돼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논란의 핵심 가운데는 ‘입주예정자 피해’도 들어있는 셈이다. 대지 소유권 확보 역시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이고 서강재건축조합 회신 역시 소송 진행 중이더라도 입주예정자 피해만 없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결국 입주예정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가장 안전한 방법이 대지 소유권 확보이고 매도청구소송을 확보로 볼 것이냐의 논란이 생긴 셈이다.
매도청구소송이 입주예정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 많다. 구청 관계자는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이 거의 패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패소하는 경우는 매도청구소송이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 결의 등 이전 사업절차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
대한주택보증회사 관계자도 “가격이 맞지 않아 소송으로 비화하는 것이어서 공탁ㆍ담보 등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충분한 보장이 돼 있으면 결국 해결될 문제여서 분양보증서를 내준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일반분양 뒤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이 결국 지더라도 그에 따른 불이익은 일반분양자가 아닌 조합이 지면 되기 때문에 분양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매도청구소송 패소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은 굳이 인가받을 필요없이 신고로 처리할 수 있다.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도청구소송 문제가 법적 하자를 가려보려는 것보다 재건축 단지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트집이 아닌가’하는 주장이 조합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