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올해도 스승의 날은 찾아오고...
난 제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못한 죄스러운 마음으로 이 날을 맞는다.
스승의날 행사를 학교 운동장에서 치루었던 우리때완 달리
요즘은 아예 휴교일이라니... 늘 못마땅한 처사다.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단 하루만이라도 가져보자는 의미인데
어쩌다가 촌지로 얼룩진 스승의 날이 되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교사들의 투정이 나올만큼 지탄의 날이 되었는지... 가슴아픈일이 아닐 수 없다.
내겐 부모님 못지않은 사랑을 주신 소중한 은사님들이 계신다.
그분들중 한분이 바로 내가 국민학교 5학년때 담임이셨던 박동만 선생님.
지금까지도 가슴에 담겨진 그 은사님을, 방송을 통해 찾았던 적이 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당시 KBS2 라디오의 "소리로 보내는 편지"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그 프로를 듣게 되었고, 나도 소식이 끊긴(?) 은사님을 찾고 싶어졌다.
마치 스승의 날이 지난지 1주일 뒤였던 1986년 5월 22일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참여를 하기에 이르렀고,
그 방송을 마치 은사님의 형수님이 듣게 되셨던 것이다.
방송이 나간지 채 30분도 안되어 방송국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찾는 은사님을 아시는 분과 연결을 시켜주겠다고...
방송국을 통한 전화로 형수님과 통화를 하게되었고, 결과는 얏호~!!!!
은사님의 근황을 알게 되었고, 방송국에서는 당장 근무지로 연결을 시킬까 묻는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세말하면 공산당이고...ㅎㅎ
당시 삼서초등학교에 근무하시던 은사님과의 통화
감격으로 무슨말을 먼저 해야할지...
오랜동안 끊겨있던 사제지간의 대화가 허공에서 맴돈다.
"선생님, 저 65학년도에 장성중앙국민학교 5학년 4반 **에요."
" 아, 이놈... 아..아니지... 이젠 어른인데..."
말끝을 흐리시는 선생님, 그 음성엔 반가움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러니깐 몇년이냐... 중학교때까지만해도 방학때 고향에 가면 찾아뵙던 은사님이셨는데...
이십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서도 나를 단박에 알아보시는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무척 기뻤다,
선생님의 수제자라는 믿음이 확고해진 순간이므로..ㅋㅋ
방송국을 통한 전화연결은 요즘같지않아 그때만해도 원활하지 못했다.
시골학교여서 그랬을까... 암튼 이어졌다 끊겼다하는 전화선을 타고 그렇게 안타깝게 전화가 끊기고.
방송국에서는 다음날 그 프로 시간에 다시 연결을 할테니깐 선생님을 찾은 반가움을 연출하라고 주문을 한다.
전화를 끊고 꼬맹이 두 녀석을 데리고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엉터리 왈츠를 추어가며...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엄마 기분이 좋으니 덩달아 신나하고
퇴근해 들어온 남편을 잡고 이러쿵 저러쿵 또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다음날,
방송국으로부터 다시 연락이오고,
선생님과 나는 처음 통화를 하는것처럼 연출을 해야 했는데...
평생 평교사로 교단에 서기를 작정하신 그 은사님이나,
순진하기 그지없던 유치원생 엄마였던 나나,
거 참 어렵더구만요...어색해서 혼났던 기억이....ㅎㅎ
어색하게 방송을 마치고 방송국을 배제한 통화는 얼마나 정겨웠던지...
그리곤 은사님과 이어진 서신 왕래...
아, 하지만 난 자주 서신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은사님 못잖게 뵙고싶던 사모님의 부재.
그 곱고 얌전하시던 사모님께서 자궁암으로 유명을 달리 하셨다는 소식엔 그만 중치가 막히고 말았다.
얼마나 뵙고싶던 사모님이셨는데...
내가 교직자의 아내로 살면서 늘 내 뇌리를 떠나지 않던 사모님의 모습.
나도 그 사모님처럼 훌륭한 내조를 할 수 있을까를 늘 염두에 두었던 분인데...
그러던 분의 부재앞에 난 어떤말을 해야할지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모님께서도 잘 지내시지요...라는 말이나 글 한줄이 얼마나 어렵던지...
당시 은사님은 재혼을 하시어 새로운 부인을 맞이하고 계시던 터였다.
수많은 은사님들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은사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지만, 유독 더 큰 사랑을 주셨다고 느껴지는 은사님.
스승의 날을 맞아 이십여년도 더 지난 묵은 편지를 들추어보며 잠시 눈시울을 붉혀봅니다.
은사님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이십여년만에 찾은 은사님.
몇년동안 전화로 편지로 왕래를 하다가 다시 또 이십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얼하느라 흘려보내버린 시간들인지...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은사님의 편지를 다시 읽습니다.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뵙는 그날까지 늘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올해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이렇게 써봅니다.
이땅의 모든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12.blog.daum.net%2Fimage%2F22%2Fblog%2F2008%2F05%2F15%2F12%2F26%2F482bad5ceda62%26filename%3D%ED%8E%B8%EC%A7%801.jpg)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12.blog.daum.net%2Fimage%2F29%2Fblog%2F2008%2F05%2F15%2F12%2F26%2F482bad5e8d691%26filename%3D%ED%8E%B8%EC%A7%802.jpg)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12.blog.daum.net%2Fimage%2F11%2Fblog%2F2008%2F05%2F15%2F12%2F26%2F482bad67b56c8%26filename%3D%ED%8E%B8%EC%A7%804.jpg)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12.blog.daum.net%2Fimage%2F26%2Fblog%2F2008%2F05%2F15%2F12%2F26%2F482bad6979cd5%26filename%3D%ED%8E%B8%EC%A7%805.jpg)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12.blog.daum.net%2Fimage%2F30%2Fblog%2F2008%2F05%2F15%2F12%2F26%2F482bad6b35e14%26filename%3D%ED%8E%B8%EC%A7%806.jpg)
첫댓글 으악 ~~~~ 5학년 4반.... 나도 서울종암국민학교 5학년 4반.... 지금도 그 오사회는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읍니다.... 마누라들끼리는 오마회 (오사회 마누라들 회), 오자회 (오사회 자식들 회)....
활어회 직판센터 차리면![대박](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6.gif)
나겠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ㅎ 재밌습니다... 오사회 부터서 오자회에 이르도록...다음엔 오손회(오사회 손자들...)까지????? 개암님 활어회집 이름은 당연 오사활어회집?????? ㅎㅎ
혜영님과 같은 훌륭한 분과 모임의 일원으로 있는 것만도 대단한 자랑이며 영광입니다....대단하십니다.
아이쿠~ 너무 그러지 마셔욤.... 쥐구멍도 없다욤^^ 개암님, 멜 한번 보내보삼...간직 해둘께요~ ㅎㅎ~ 다만 목우회 게시판에 공개는 하겠슴^^*
20년이 더 지난 빛 바랜 편지...바로 읽고 바로 지우는 일회용품 이메일과 달리 눈물,설움,입김,온기,체취 등등 모두 배어있어 정감이 갑니다. 그것을 보물처럼 오래 간직하고 계신 혜영님을 문화재청장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부럽네여..난 검정고시 출신이라 아는 꼰데(?) 없음.
꼰데 꼰데 하지마쇼...총찬님도 아이들이 보면 꼰데라 하지않겠소..![푸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1.gif)
공인중개사고시????/ ㅎㅎ
차암 대단하세요. 존경 스럽습니다. 스승님이나 제자나..
'제자의 날'도 있어야 될 듯 합니다. 스승이 제자의 손이나 발을 씻어준다거나...그리하면 제자들이 스승을 더 존경하게 될지도..
워낙이 이뻐해 주셨던 은사님이시랍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젠 완전 파파할아버지가 되신 울 선생님... 제자가 스승의 발을 씻겨 드려야하는데??????
아, 그렇겠군요. 제자는 스승의 손.발을 씻겨드려 그 수고에 보답하고, 스승은 제자가 더욱 밝게 깨우치라는 뜻에서 머리를 감겨주는게 어떨지....(개암 혼자 생각 ㅎㅎ)
와! 감동 그 자체입니다~ 교탁에 앉아 쉬는 시간에 젖 먹이시던 공 샘님, 우리 아버님이 참 신사분이시라고 치켜 세워주시던 김 샘님, 남편이 군발이라고 모두들 놀리자 칠판에 크게 돈이라고 써 놓고 눈물을 보이시던 국어 샘님, 그동안 모든 샘님들을 나는 잊고 살아왔는데~ 세상에나^^^민가 맞지요??? 존경이노 스럽습니다~~~~~~~~~
오늘 목우횐님들 모여 훈장샘님께 꽃다발 드려야 하는 하는 날 맞지요?
하하 네에~ 민가 맞습니다요~,^ 훈장샘님께 꽃다발...그렇군요~ 그걸 놓쳤고마요~^^
그 스승님에 그 제자이십니다.!!!!!!!!! 지금까지 소장하신 서신이 감동입니다.!!!
감히 스승의 그림자나마 따르겠습니까.... 은사님 앞에 못난 제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