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빠진 우리 식탁은 왠지 허전하다. 콩은 마치 벽돌 사이사이를 채워주는 시멘트처럼 묵은 장이 되어 우리 음식의
내실을 채워주고 때론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노원구 공릉동 북부지원 뒤에 위치한 제일콩집에서 콩은 단독 주연이다. 1981년도 손두부 가게에서 시작된 역사는
1987년 이곳에 이사 온 후 주인부부의 뚝심 덕에 제법 많이 알려진 맛집이 되었다. 어제도 먹고 오늘도 먹는 두부와
콩 요리를 찾아가서 먹는다는 건 조금 유난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산지직송(충주 소태면) 국산콩 백 퍼센트로 매일아침
직접 두부를 만든다는 말은 분식과 육류, 인스턴트식품에 찌든 몸을 달래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안을 들어서면 볏짚위에 직접 띄운다는 청국장 냄새가 가득하다.
꼬릿한 냄새가 전혀 역하지 않고 그립고 반가운 건 한국 사람만이 아는 느낌?
일단 콩요리의 기본을 맛보자는 의미에서 콩탕, 청국장, 두부찌개, 손두부를 시키고 슬슬 습하고 더워오니 시원한 콩국수
(이 집의 콩국수는 조금 이른 4월부터 시작한다)를 주문했다. 가격이 각 7,000원으로 조금 높은 편이라 아쉽다는
생각을 품고 요리를 기다린다.
담백하고 고소한 소박함 하지만 막상 요리를 맛보니 그런 서운함이 희미해진다. 맵고 짜고 얼큰하고 기름지고 그런 맛은 없는데, 아니 외려 심심하다. 담백하고 고소하니 입맛을 당긴다.
우선 두텁게 썰려나온 손두부는 향긋한 양념장과 함께 나오는데 굳이 양념장이 없어도 먹을 만하다. 한입 물면 텁텁하게
입안에 머물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고소함을 남긴다. 포장두부만 먹다가 오랜만에 어린 시절에 큰 그릇에 받아서
사오던 두부장수 할아버지의 그 두부 맛이 생각난다.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장식 없는 추억의 맛이 아닐까.
손두부와 함께 이 집 콩맛의 진수를 알리는 콩탕은 엄밀히 말하자면 비지찌개지만 이곳의 것은 콩을 제대로 우려낸
말 그대로 ‘콩탕’이다. 으깨진 콩 알갱이와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것이 진하고 고소하다.
심심하게 간이 되어 나온 콩탕에 함께 딸려 나온 양념장을 취향에 따라 섞어 먹으면 된다.
직접 짚에 삼일 동안 띄운다는 청국장은 두부와 어우러져 잡내 없는 구수함을 풍기고 콩알도 반짝반짝 살아있다.
지독하고 꼬릿한 청국장 특유의 향을 즐기는 사람은 조금 아쉬울 수 있겠지만 깔끔한 마무리가 나쁘지 않다.
유일하게 자극적인 요리를 들라면 매콤하고 얼큰한 두부찌개를 꼽아야겠다. 표고와 파, 육수를 넣고 큼직하게 썬 두부와
고춧가루 양념을 한 두부찌개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다음에도 꼭 찾을 것 같다. 마치 집에서 끓인 듯한 맛이다.
고소하고 쫀득한 콩국수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요리지만 개인적으로 이 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콩국수를 들고 싶다.
콩국물 낼 때는 콩을 삶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너무 덜 익으면 생콩이 되어 비리고 속이 불편하며 반대로 너무 삶으면
메주냄새가 나서 깔끔함과는 멀어진다. 아마도 이 집 콩국물에는 콩 삶기의 비법이 톡톡히 들어있다.
면발은 생면으로 낸듯한데 쫀득하게 삶아낸 초록색과 흰색 면발이 한 그릇에 담겨있다.
이것을 뽀얗고 약간 걸쭉한 콩국물이 먹음직스럽게 감싸고 얇게 채 썬 오이가 얹어져 고소하고 걸쭉함이 아삭하게 어울린다.
칭찬하고 싶은 또 하나는 밑반찬. 식사를 주문하면 10여 가지의 반찬들이 두부의 담백함을 더하고 밋밋함을 보완해준다.
주재료인 고추나 무, 야채들은 경기도 가평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을 가져다 쓴다고 한다. 직접 가르고 쪄내고 밀가루를 입혀서
말리고 튀긴 고추부각은 바삭한 식감이 두부의 부드러움과 어우러지는 인기반찬이다. 또 큼직하게 썰어 지져낸 김치볶음도 좋다.
제일콩집의 고객층은 주로 인근 직장인,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고 저녁시간에는 식사 외 두부전골이나 두부 보쌈, 감자전에
동동주를 곁들여 찾는다. 좀 생뚱맞지만 어린이 고객을 위한 닭 날개 튀김도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콩이나 두부의 담백한 고소함과 든든한 포만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찾을만하다.
상 호 : 제일콩집 전 화 : 02-972-7016 메 뉴 : 손두부, 두부전골, 청국장, 콩탕, 콩국수, 두부보쌈 등(7,000원 - 25,000원) 위 치 : 6, 7호선 태릉입구역 하차, 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북부지원 골목길로 들어가 직진 북부지원 담벼락 끝에서 풍천장어 간판이 보이면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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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콩비지가 아주 맛나보이네요 음 맛난 것 많아 행복해요 ^^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