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동화3
오빠는 날고 있었다
전세준
나는 한 마리 파랑새가 되고 싶어 새벽마다 우리 집 꽃동산에 올라 두 팔을 벌리고 새들이 날아가는 흉내를 내 본다.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땅 위처럼 복잡하지도 않은 하늘길. 신호등도 교통순경도 없는 자유로운 하늘이 마음껏 좋았지만 나는 날아다닐 수 없다.
그래서 한 달쯤 전부터 집 앞 꽃동산에 나와, 새들의 흉내를 내며 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두 팔을 펴고 새들의 날개짓으로 날아다니는 흉내를 낸다.
"너 그게 무슨 짓이냐?"
일찍 시장을 보러가시던 엄마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응, 아침 운동이야! 다리 운동도 되고 팔 운동도 되고."
나는 새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바보라고 비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응, 그래? 마치 새가 날아가는 것 같구나! 네 오빠도 좀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했으면 얼마나 좋겠니? 저렇게 늦잠만 자니 큰일이다."
엄마는 아직까지 자고있는 오빠의 방을 힐끔 한번 보고는 대문을 나선다.
-새가 나는 것 같다고?-
나는 다시 두 팔을 폈다.
-정말 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나의 소망이기도 하다.
"까악, 까악"
오늘 아침도 우리 집 까치는 반가운 손님을 부르고 있다.
오빠는 늦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라 했지만 나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는 것이 내 소원이다.
아침, 저녁 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진다.
정원에 피었던 봄꽃과 여름꽃들이 물러가자 가을도 늦가을로 변하기 시작한다.
담 옆 높이 솟은 자귀나무의 작은 잎들도 거의 모두 떨어졌다. 동지로 된 까치집만 남아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전설도 알고있지만 꼭 까치가 올 때마다 손님
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는 까치를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무슨 원인인지 요즘은 까치 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다행이지. 매일 까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빠는 싱글벙글이다.
언제가 아빠의 예언이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까치가 유난히 아침을 알리며 나무 위에서 울었다.
"으음, 오늘 누구 귀한 손님이 오실 모양이군!"
아침 식사를 하시던 아빠가 창문을 내다보았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매일 우는데 어디 매일 귀한 손님이 와요.?"
까치 소리에 관심이 없는 오빠의 투정석인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아니다. 오늘 까치 소리는 다른 날과 다른 것 같다."
"어떻게 달라요?"
"글쎄,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온다."
"그건 아빠의 생각일 뿐이지요.“
나도 한마디 했다.
"여보, 오늘 집 좀 깨끗하게 청소해 놔요. 정말 반가운 손님이 오실런지도 모르니. 하하하."
"그러다 안 오시면."
엄마는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 오시면 그만이고. 그렇다고 집 안 청소해 놓으면 뭐 나쁜가?"
아빠는 조금은 자신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까치 소리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였다. "아빠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내기해요!"
오빠는 영 까치 소리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몇 번 까치가 울던 날, 손님이 찾아온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다만 우연이라고 생각 해 온 오빠였다.
"무슨 내기?"
"만약, 손님이 안 오시면 우리 모두 저녁때 외식해요!"
"너는 먹는 것 하고 오락밖에 모르니?"
엄마의 핀찬이었다.
"그래, 만일 손님이 오시면 어떻게 할래?"
"으응. 그렇지. 그럼 아빠가 제일 싫어하시는 오락 게임 삼일 동안 금지다!"
"뭐? 오락게임 중지?"
엄마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오빠 정말이야?“
그렇게 오락 게임에 빠져버린 오빠가 삼일 동안 중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가 오락게임을 그동안 두고 보고만 있었다.
엄마 아빠의 간섭이 없자 그동안 오빠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해 왔었다.
"네가 알아서 해라. 텔레비젼이나 오락 게임에 자기 정신을 빼았기면, 너희들은 결국 그 물건들의 노예가 되고 마는 거다 아빠는 두고 볼거다!."
아빠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빠의 말씀을 들은 오빠는 스스로 텔레비젼 보는 시간을 줄였고, 오락 게임에도 손을 놓아 버렸다.
어느사이에 오빠의 손에는 재미있는 세계 명작 동화책이 들려있었다.
오늘도 동화책에 정신을 쏟은 오빠는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잔디밭 위를 날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