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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남편과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내가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서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아내가 시부모를 모시는 심적 부담을 헤아리지 못한 채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이로 인한 집안 갈등의 해결을 소홀히 한 남편에게 결혼파탄의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A(32)씨와 B(여·32)씨는 2000년 7월쯤 인터넷 동창찾기 사이트인 ‘아이러브 스쿨’을 통해 17여년 만에 다시 만났다. 당시 A씨는 사법시험을 마친 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이었고, B씨는 서울 용산에서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A씨가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후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결혼했다. 신혼 살림은 부부가 각기 직장에서 근무했던 대전에 차렸다.
그러나 사법연수원 2년차였던 남편이 시험준비 등을 위해 본가가 있는 서울로 이사하고, 한 달 뒤 아내 역시 직장을 서울로 옮기면서 부부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혼 전부터 남편은 본가가 있는 서울에서 근무할 경우 부모를 모시고 살 것을 주장했지만 아내는 막상 시부모와 함께 살아야 할 상황에 처하자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양가 집안의 불화로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추석 이후 친정에 머물던 아내는 친정부모와 함께 시댁을 찾았으나 집 열쇠는 이미 바뀌어져 있었다. 시댁식구는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작년 12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남편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이강원·李康源)는 7일 “시댁 식구와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은 아내의 책임도 있다”며 “그러나 갓 결혼한 새색시가 시부모를 모시고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정인데도 남편은 아내의 심적 부담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시부모를 모셔야만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서 아내를 비난한 잘못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아내와 시댁식구 간 관계개선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아내의 친정식구들이 관계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대화를 거부한 점 등을 종합하면 남편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