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이상하리 만큼 일찍 기상했지. 9시30분. 술마시구 들어와 4시가 넘어서 잠든것을 감안하면, 기가막힌 기상시간이지. 옆에서 디비져자는 사촌동생을 깨우고 난 읽던 소설책을 집어들었지.
나가서 밥먹을까 하다가 계속책을 보기로 하고 냉장고에서 식빵과 딸기잼, 땅콩잼을 꺼내서 교묘하게 버물려서 먹으면서 독서에 몰두했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오래전에 인기 있었던 람세스라는 책인데 많이들 봤을거라 생각해. 프랑스 사람이쓴 이집트판 무협지라고 생각하고 사촌동생에게 그렇게 말했지. 그랬더니 그넘이 말하는거야 '주인공한테 딸린 여자가 많나부지?' '아니 둘' '그럼 무협지 아니네, 적어도 일곱은 되야지, 주인공이 쌈잘해?' '아니. 근데 가끔 잘할때도 있어'(주인공 람세스는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어검술 같은 것은 꿈도 못꾼다. 근데 사자가 친구고 가끔 진짜로 신들려서 잘 싸울때도 있다) '에이 무협지 아니야' 동생이 단정적으로 이야기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협지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문체나 묘사 방식이 다르다. 그건 결정적이다. 그래 무협지 아니다. 중국어나 영어판책들의 번역은 나름대로 신뢰 할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어의 번역본은 절대로 신뢰할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이런 생각은 90년대 초반 프랑스 사회과학 서적들의 번역본을 보면서 이해할수 없어서 절망적이었던 아픔과 그 아픔을 내 무식함 보다는 번역자의 무능력 탓으로 돌렸던 역사적 경험에 기초를 두고 있다.) 확실히 무협지 하고 다르긴 하다.
무협지의 묘사는 무지 사실적이다. 사실이 아닌 것, 있을수 없는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는것이 무협지이다. 작자와 독자간의 불신은 있을수 없다. 사실이 아니라고 독자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책을 볼수 없다. 그만큼 작가의 태도는 완고하고 수미일관 뻥이다. 눈 깜짝않고 말이다. 하지만 람세스는 아니다. 작가가 확실하게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의 표현은 많이 구부러져 있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내 최대의 관심사. 애정행각의 묘사에 있다. 이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것인데, 비교해보면 이렇다.
무협지의 사실성은 냉정하다. 그녀의 입술은 무슨 색이며 그 비유 대상은 항상 과일이다. 상의를 풋오프 하고나면 어김없이 환상적인 신체의 일부가 나타나고 그것도 항상 뭔가에 비교된다. 그러고 나서 그밑으로 계속 묘사해 나간다. 다시 올라오고. 다시 내려가서 큐사인이 난다. 그리고 페이드오프....
하지만 람세스는 그렇지 않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구절을 빌리면 '...가 힘껏 껴안았다. 그녀의 허리는 유난히 유연했다' 이게 다다.
무협지 읽을 때는 상상하면 안된다. 그냥 작가가 쓴대로 그려가면 된다. 헐리우드 오락 영화라고나 할까. 그래서 무협지는 많이 읽을수록 한권 독파시간이 빨라진다. 참고로 내 사촌동생은 한권 읽는데 1시간 이상 안걸걸렸던것 같다. 그러고도 각종 권법, 검법, 초식과 등장인물을 정확하게 기억해낸다.(참고로 이 시간은 옛날 세로쓰기 무협지를 기준으로 한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요즘의 가로쓰기 본은 시간이 조금 더걸린다고 한다.)
근데, 이건 뭔가? 허리가 유연해? 그것도 '유난히'. 그래서? 좀 약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난 책을 덮고 한시간 정도의 상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