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리는 아침, 박배균 회장님 차로 시낭송 여름학교로 출발. 중간에 유천명 선생님을 태우기 위해 유천명 선생님 집 앞 한 곳을 잠시 경유. 유천명 선생님은 짐이 많으시다. 우산을 많이 챙겨가시고, 손에 든 ‘브라우니’ 인형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빗속을 시원스럽게 달렸습니다.
익산에서 출발하는 분들과 중간에 산청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젖는 산천초목들의 모습들이 이따금 상념에 잠기게 한다. 중간에 만나기로 한 산청휴게소에 도착해서도 빗줄기의 기세는 여전하다. 휴게소에서 내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점심도 하고, 차도 한잔하였다. 차를 마시며 잠시 비를 보고 있다가 다시 차에 올랐다.
통영시내의 커피숍, 백화점 등 상가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의 모습하며 상가의 모습들이 전주와 비슷비슷하다. 유천명 선생님은 동일한 업종의 체인점들이 전국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나. 여하튼 이번에는 그리 낯설지 않고 좀 마음의 여유도 있다. 그래도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고불고불 언더기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사뭇 낯선 곳임이 느껴진다.
드디어 통영 청소년 수련관에 도착. 1년 만에 다시 보는 앞에 놓인 산이며, 건물이며 풍경들이 반갑다. 간단히 명단을 확인하고, 첫날 전북지회 회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안내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행사장 안은 리허설 중. 행사 일정표, 수첩, 음료, 떡 등 손님 맞을 준비를 거의 마칠 무렵 중앙회 회원님들을 비롯한 유자효 시인님이 도착하시고 많은 회원님들이 쇄도해 오시는 가운데 김성우 고문님, 오선숙 회장님 그리고 허영자 시인님, 신달자 시인님을 뵐 수 있었다.
교무주임을 장기집권 하신다는 유자효 시인님의 사회로 얼마 전 통영 한산도 축제에 공연되었다는 경남지회의 ‘남해찬가’를 여는 시로 행사의 막이 오르고.
22여년 재능교육의 시낭송 사업에 대한 활약상을 담은 비디오 시청.
다음으로 한국시인협회 회장이시면서 이번 2012년 여름 시낭송 학교 교장을 맡으신 신달자 시인님의 강연이 이어졌고. ‘아쉬움의 시, 그리움의 시’에 대해 요즘 특히 불안하고 안심할 수 없는 사회이지만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서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하늘을 나는 방법을 잊어버린 갈매기를 날게 하는 능력은 정치인도, 재산가도 아닌 시인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정주 시인님과 사제의 인연을 소개하시면서 ‘그립고 아쉬움’이 시인으로 만든다는 말씀. 신달자 시인님을 10여년 전 전주 삼례 소재의 대학(우석대)에 오셔서 강연을 하실 때 뵌적이 있는데 다시 뵙게 되서 반가웠다.
‘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허영자 시인님께서는 금수현(지휘자 금난새 부친) 선생님과 오현명 선생님과의 인연을 말씀해 주시면서, 6.25 전란 후 목숨만 붙어있더라도 다행이었던 폐허 속에서 피아노 연주를 볼 수 있었고 음악 선생님이셨던 오현명 선생님은 잔잔한 정감의 ‘산타루치아’를 너무 격렬하게 노래했던 테너의 예를 들어주시면서 정감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노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의 연출감독을 오래 맡으셨다는 서봉준 님의 ‘Stage Manner'에 대한 강연에서는 동작, 제스쳐, 마이크, 발성 등 동작 하나하나 즉흥적이기 보다는 의미를 담아 연출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조별 시낭송 퍼레이드를 위한 조별 시낭송 스터디 모임이 이어졌습니다. 조원들간의 소개와 인사, 처음에는 좀 서먹서먹 했던 것이 시낭송 퍼레이드를 준비하면서 서로 친숙해 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첫날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수련관 앞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에서 맥주한잔. 다른 지역 회원님들은 바다 구경 나갔다 오신분들도 계셨지만.
둘째 날은 이기철 시인님의 강연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열하를 향하여’, ‘별까지는 가야한다’는 시 소개와 김춘수 시인의 자리를 이어 받으신 인연. 손톱에 흙들어가지 않게 살아라는 부모님에 말씀에 대한 기억,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학창시절 만나 독일 간호사로 떠나 이후 한번도 보지 못한 첫 사랑 이야기. 시낭송도 좋아하셔서 한 수 직접 자작시를 들려주셨습니다.
이근배 시인님과 유자효 시인님의 시낭송 클리닉에서는 ‘돌파리 힐링캠프’라는 우스게 말씀도 해주셨지만, 시의 선택이 중요하다. 너무 길어도 짧지 않도록, 정확한 발음, 제스쳐의 사용, 단정한 의상, 마이크 사용, 강약, 완급 등 말씀해 주셨습니다.
KBS 유애리 아나운서님 강의에서는 오랜 방송의 경험을 바탕으로 '갈뜽, 몰쌍식, 유기오, 사밀쩔' 등 흔히 접하면서 오류를 범하기 쉬운 예시 등 한국어 표준발음법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구경영 시낭송가님께서는 기타 연주도 들려주시면서 무대에 많이 서 봐야 한다는 것, 희로애락을 담고, 완급, 강약조정에 대하여 그리고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 결국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맙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후에는 긴장을 풀고 통영 국제조각공원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채를 들고 있는 한병오 전무님을 모델로 언던 아래로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풍경사진 한컷. 어떠한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담은 조각 작품들이 이따금 색다른 생각을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통영시민회관에서 열린 한국 10대 시낭송 공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 시인들의 가슴깊은 사랑, 그리움, 희망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시낭송 퍼레이드가 진행. 짧은 시간 준비된 공연이었지만 모두 아이디어들과 재치가 번뜩이는 공연이었습니다. 어제 유천명 선생님의 ‘브라우니’를 지난 번 전주에서 시낭송 강연을 해주신 김미숙 선생님께서 가지고 나오신 모습도 보이고, 공연에 참가하시는 밝은 모습들에서 다들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특별히 우리가 속한 조는 신달자 시인님께서도 직접 무대 같이 올라와 주셔서 소감말씀도 해주셔서 참으로 감동과 흐믓한 자리였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저녁 늦게 통영바다 앞에서 시원한 바닷 바람을 쏘이며 생일을 맞으셔서 소주 한턱 쏘신 김애경 선생님 그리고 유미숙, 유천명, 변재호, 정일보 선생님과 더불어 맛있는 횟감과 소주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두 번째 날을 마감.
셋째 날, 오선숙 회장님 시낭송 강의에서는 시간관계상 1/3로 시간을 단축하여, 자연스럽게 시낭송합시다, 표정, 감정의 절제, 가성보다는 진성, 속도조절, 종결어미 등 One point 레슨을 해주셨고.
69분이나 참석하신 열띤 시낭송 경연대회. 어제 시낭송 클리닉에 대한 지적받은 부분을 예의주시하면서 나름 심혈을 기울여 대회에 임했다. 심사결과를 집계하는 시간동안 ‘고대용시국’이라는 유치환 시인 시에 대한 공연. 심사결과를 집계하는 시간동안 ‘고대용시국’이라는 유치환 시인 시에 대한 공연. 심사결과, 최우수상 3분, 우수상 5분, 장려상 10분.
신달자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코멘트. 잘사는 외국에서 ‘외로울 때 전화를 받아드립니다’라는 직업의 인기이다. 하지만 시를 알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 모두 시(詩)를 더욱 사랑합시다. 한국시인협회에서 시(詩) 사업과 아울러 시낭송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연말 시낭송대회에 많이 참가 부탁한다.
모두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면서 휴게소에 들러 박배균 회장님이 통영에서 맛있어서 사왔다는 복숭아 하나씩 한입에 가득물고. 앵콜공연 겸 시낭송 대회에 나갔던 시를 김양원 선생님과 다시 한번 차안에서 외우면서 전주에 도착.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조이던 2박 3일간의 2012 여름시낭송학교.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놓은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 가을의 노래 中에서, 유자효-
모조록 회원님들의 시와 시낭송에, 삶에 무한한 개선광정(改善匡正)이 있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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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금 기억되네요..재미있구요..잘 읽었습니다.
여행 후기를 아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있자니 통영 시낭송학교를 가지 못한게 후회가 되네요. 만사제쳐놓고 참석해야 하는데....
선생님의 조별 페레이드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넘어지는 연기... 우리도 다 넘어졌습니다.
술에 취한 듯
고통에 몸부림 치는 듯
쓰러지는 모습에
쓰러집니다^^
쓰러져요^^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니 동주쌤의 성격이 참 꼼꼼하시구나는 걸 느낄 수있습니다. 즐감입니다.
늘..동주님 후기에 감탄합니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내 고향의 고운 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