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는 드라이버 티샷을 할 때마다
좌우 오비나 헤저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 되리라는 예감을 한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다.
스스로 위축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진 탓도 있고
골프 자체가 원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스포츠인 탓도 있다.
그렇다고 실제 성적이 그 불길한 상상 이상으로 저조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절반씩이나 공을 바깥으로 내보내게 된다면 백돌이가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 한다.
계속적인 가벼운 미스샷이 백돌이의 정상적인 플레이에 해당함은 다행스러운 것이다.
대부분의 샷은 대개 약간의 뒷땅을 포함하기 마련이며
그래서 거리도 10~20% 정도씩 덜 나는 것이 우리네 백돌이의 보통 샷이다.
백돌이라면 가끔씩은 롱홀에서 우드를 잡아줘야 한다.
전제 조건은 볼이 놓인 라이가 좋아서 클럽헤드가 러프를 헤집고 들어가는 어려운 샷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볼 라이에다 그런대로 넓은 페어웨이가 타겟 지역에 펼쳐져 있다 해도
우드샷은 10개중 1개 정도만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도달한다.
2개 정도는 거리에 못미치거나 약간 방향을 비켜간다.
또 3개 정도는 쪼로를 내면서 목표거리의 50% 이상도 전진하지 못한다.
나머지 4개 정도는 제대로 맞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서 계곡이나 연못에 떨어진다.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벙커에는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에 빠져나올수 있는가에 따라 실력이 판가름난다.
모든 벙커샷을 한번에 빠져나온다면 백돌이 소리를 들을 까닭이 없다.
보통 5개의 벙커샷 중 한 번만에 빠져나올 확률은 두 번 정도이다.
3개 정도는 두 샷에 빠져나와도 봐줄만 하다.
제대로 빠져 나온 샷 2개 중 1개는 홈런성 타구가 나와줘도 무방하다.
백개는 작은 숫자가 아니다.
18홀을 통해 업다운힐 스윙에서 오비 1개와 쪼로성 타구 2개 정도는 내줘야 한다.
백돌이는 이 정도 실수해도 비난하지 않는다.
백돌이의 트러블 샷이라면 업힐에서 연속 우타를 내고
다운힐에서 좌타를 내면서
뒤뚱거리며 언덕 엣지를 타고 전진하는 경우를 곧잘 보는 정도라 하겠다.
어중간한 거리의(40~50미터) 어프로치 칩샷에서 한두번쯤은 터무니없는 맨땅 샷을 해줘도 된다.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1개면 부끄러울 정도도 아니며 2개까지도 용서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치욕적인 샷을 자주 선보인다면 스코어 확보는 고사하고 정신 건강마저 해치게 된다.
백돌이에게는 생크 노이로제가 있다.
백돌이의 사전에서 생크를 제외한다면 당구에서 바킹(Barking)을 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당구의 바킹만큼 자주 생크를 내서는 안된다.
샷의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생크를 두 번 이상 내면 기본기를 의심받는다.
그보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본인은 돈도 잃고 기분도 상하고
동반자들에겐 라운딩의 품격을 떨어뜨린 죄로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그린 앞 칩샷에서 한 번 정도는 크리켓에서 나올법한 땅볼성 홈런 타구를 내줘야 한다.
홀로부터 너무 짧은 거리의 칩샷은 큰 부담이다.
부드럽고 약하게 소프트 스팟을 볼에 접촉시킬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스킬이다.
아무리 약한 샷이라도 헤드의 모서리로 볼을 때리게 되면(탑핑의 성격)
한정없이 굴러가서 다시 그린을 벗어난 러프에 올라서게 된다.
백돌이에게 이러한 샷 한 두번까지는 용납될 수 있다.
10미터 이상 남은 거리에서의 퍼팅은 꽤 많이 쓰리펏을 해줘도 된다.
열에 7회 정도라고 해두자. 두세 번 정도를 투펏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행운이다.
2미터 이내는 나이스 인 성공 확률이 30% 이상 올라간다.
1미터에서 60% 성공율을 보여준다면 백돌이의 자격이 충분하다.
1미터 이내는 무조건 성공시킬 수 있다면 퍼팅의 천재이다.
내리막 퍼팅에서 원금보다 이자가 많이 남는 경우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실수는 1회 이내로 막아내야 한다.
장거리 오르막 퍼팅에서는 목표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 두번 실패할 수는 있지만 이런 좌절스러운 퍼팅을 너무 자주 하면 백돌이의 위상을 갉아먹는다.
파쓰리 홀 4개중 1개쯤은 티샷을 헤저드에 넣어줘야 한다.
2개까지도 큰 문제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실패한 홀에서 더블파를 기록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헤저드티에서 온그린하여 투펏 이내로 더블보기 안에서 관리해줘야 한다.
첫댓글 크흑... 이렇게 디테일하게 제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ㅎ
ㅎㅎㅎㅎㅎ....^^
다 그러면서 실력이 늘겠지요..ㅎ
재미지네요 ㅎㅎ 백돌이는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
조금 더 노력해야 백돌이가 될수 있군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래도 한방만 제대로 해주면 동반자들은 그날의 죽을죄를 용서한다. ㅋㅋ
즐거운 골프하세요.
좋으네요
지금에 딱 내모습이네요 ㅋㅋ